책소개
별숲에서 펴내는 〈생생 현대사 동화〉 시리즈는 전 7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출범 이후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십 년 단위로 각 시대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생활 문화 속에 담아 당시를 살아간 어린이의 시각으로 풀어낸 장편 동화 시리즈입니다. 굴곡지고 사연 많은 한국 현대사를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의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연들과, 그 속에서도 어린이 특유의 웃음과 밝음으로 삶을 견뎌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중요 사건에 대한 역사 서술이 아닌, 창작동화에 맞게 당시 사람들의 삶을 현실감 있게 구현해 내어 마치 지금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처럼 한국 현대사를 생생하게 경험하게 해 줍니다.
목차
1. 불났다, 불났어!
2. 창경원 구경은 어려워
3. 개천에서 용 난다
4. 슈샤인 보이 일남이
5.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6. 딸 부잣집 셋째 딸
7. 파고다 공원에 대통령이 있다
8. 밤에 온 손님
9. 꽃나무에 총알이 박혔다
10. 봄날이 달려온다
저자 소개
글: 은이결
이야기를 상상하고 짓고, 그것들을 쓰고 다듬고 읽을 때가 즐겁습니다. 2013년 푸른문학상을 받으며 작가가 되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별똥 맛의 비밀》 《최후의 탐험대》, 청소년 소설 《잘 모르던 아이》 《#구멍》 《칼의 아이》 들이 있습니다.
그림: 이장미
중앙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아이들 책에 그림 그리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과 동식물을 관찰하고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순간 울컥』 『달에 간 나팔꽃』 『흔한 날』이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 『말하는 옷』 『조선 왕실의 보물, 의궤』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때로는 열 권의 역사책보다 한 편의 동화가 더 역사를 잘 이해하게 해 줍니다. 동화는 사건과 제도들을 서술하기에 바쁜 역사책이 미처 담지 못한 구체적인 역사 속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생 현대사 동화〉 시리즈에 실린 일곱 편의 이야기들은 교과서를 비롯한 역사책에서 짧게는 몇 줄, 길어야 한두 페이지 설명으로 끝나기 마련인 우리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마치 지금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어린이 독자들이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70여 년에 걸친 한국 현대사를 동화로 재미있고 생생하게 담아낸 〈생생 현대사 동화〉 시리즈를 읽으며 과거를 통해 미래를 살아갈 지혜를 얻길 바랍니다.
“내 표를 마음대로 못 하는 투표가 무슨 민주주의 선거야?”
1960년 4.19 혁명 때 청계천 판자촌에 사는 소년 이야기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고 난 대한민국의 1960년대는 몹시 가난하고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국민이 힘을 모아 폐허가 된 국토를 재건하고 무너진 경제를 일으켜야 했지요. 수도 서울도 도로와 다리, 상하수도 같은 도시 기반을 닦는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국민 대다수는 빈곤 속에서 물자를 절약하며 팍팍한 삶을 이어 나갔지요. 어렵게 살면서도 어른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힘썼고, 아이들은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꿈, 잘살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속에서 억눌린 채 숨죽여 지내온 대한민국 국민들 마음에는 민주 공화국에 걸맞게 국민이 주권을 가지는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가득했습니다. 불법과 억압을 휘두르며 연거푸 네 번이나 대통령을 하려는 국가 지도자에게 목숨 걸고 맞서 싸웠습니다. 남북으로 갈라져 이념 대립이 심한 상황이라서 국가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사람은 빨갱이 공산당으로 몰려 죽임을 당할 수 있는 무서운 시절이었지만, 국민은 더 이상 참지 않고 거리로 나와서 지도자의 잘못을 강력히 외쳤습니다. 미국식 교육을 받고 자란 당시의 학생들에게는 민주주의를 향한 열의가 매우 높아서 아직 나이가 어려 대통령을 뽑는 투표권이 없었지만 앞장서 싸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4.19 혁명으로 부정부패를 일삼던 이승만 정권을 몰락시켰습니다. 국민들이 4.19 혁명으로 이루고자 한 것은 바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알리고 자유롭게 주권을 행사하는 일이었습니다.
‘생생 현대사 동화: 1960년대’ 《봄날이 달려온다》는 1960년에 청계천 가에서 판잣집을 짓고 살던 소년 기홍이와 그의 가족 그리고 이웃들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청계천 가에는 6.25 전쟁으로 집을 잃은 사람, 북쪽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온 사람들이 이웃이 되어 살아갔습니다. 그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일했습니다. 배춧잎 한 장, 양말 한 짝도 소중히 여기며 절약하고 또 절약하며 살았지요.
기홍이는 창경원으로 동물 구경을 가는 게 소원입니다. 기홍이에게는 중학생 기철이 형이 있는데, 대학교로 진학해 집안을 일으키려고 열심히 공부합니다. 우연히 알게 되어 기홍이와 친구가 된 구두닦이 소년 일남이는 부모 없이 고아원에서 자랐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온종일 구두 닦으러 종로를 돌아다녀야 하지만, 글을 배우러 학교에 가는 꿈을 간직하며 지냅니다. 윗집에 사는 동갑내기 선주는 집안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할 처지가 되지만, 책과 글쓰기에서 희망을 길어 올립니다. 가난하고 고달픈 삶이지만 저마다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그 당시에 아이들은 천막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마을 공동변소에서 종이를 아껴 가며 볼일을 보았습니다. 청계천 가에서는 어른들이 드럼통에 불을 지피고 군복을 염색해 내다 팔았고, 창경원 담을 따라 구직 팻말을 목에 걸고 사람들이 서 있었습니다. 거리에 소달구지와 자동차가 함께 오가던 서울 한복판에는 우러러보고 깍듯이 인사를 해야 하는 대통령 동상이 있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3.15 부정 선거, 4.19 시위, 대통령 하야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 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비록 아이들은 정치에 참여할 나이가 되지 않았어도 복종에서 항거로, 희생에서 희망으로 이어지는 격정의 시기를 어른들과 함께 겪으면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알아나가게 됩니다. 교복을 입은 학생이 거리에서 총에 맞고, 군인들이 모는 탱크가 학교 가는 길을 막아서는 충격과 공포는 어른들이 느끼는 것 이상으로 큽니다. 전후 사정을 어른들만큼 알지 못해도 아이들은 국가 권력이 국민을 향해 총을 쏘는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피 흘리고 목숨을 잃어 가며 지켜낸 민주주의가 우리 삶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봄날이 달려온다》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은 4.19 혁명을 시작으로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길을 찾고 다듬어지는 중입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어른들만의 문제도 아니지요.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청계천이 여전히 그 자리에서 흐르고 있듯, 《봄날이 달려온다》가 1960년대에 청계천에서 살던 아이와 현재를 사는 아이를 이어 주는 동화가 되길 바랍니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8257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