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한 가지 밝혀둘 것은
저는 미국야구를 잘 모르고 관심도 적습니다.
수베로가 코치로 일했던 16~19 밀워키가 어떤 유형의 팀인지
그리고 수베로가 감독을 맡았던 마이너리그팀들이 어떤 스타일이었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한화이글스 감독 수베로>의 모습만 보고 판단했습니다.
"수베로가 리빌딩을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은
수베로가 리빌딩을 하지 않는 감독이라는 뜻은 아니고요
지금 우리 팀이 주장(?)하는 이 리빌딩이 수베로의 의지에서 시작된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제목처럼, 수베로가 리빌딩을 '주도'하고 있는 게 아니죠
수베로가 감독으로 취임하기 전
구단은 이미 김태균-정근우-이용규-최진행-송광민-안영명-윤규진-송창식-김회성을 내보냈습니다
남은 선수 중 상대적으로 중견급인 오선진은 수베로 첫 해에 3살 어린 이성곤과 트레이드했고
수베로가 체제에서 밀린(?) 베테랑은 .210 치면서 140타석 들어섰던 이성열
그리고 5.64의 평균자책을 찍으면서 커리어로우를 기록한 38세 정우람이 전부죠
수베로는 늙고 정체된 팀을 젊은 팀으로 바꾼 감독이 아니라
젊은 선수들로만 이뤄진 팀을 처음부터 물려 받은 채로 리그에 뛰어든 감독이죠
(잘했다 못했다를 따지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이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수베로는 백지 상태에서 팀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KBO리그에 대한 정보가 없었고
우리팀에 야구 잘하는 선수가 없는 그런 백지 상태 말입니다.
여기까지는 수베로탓이 아니죠
수베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그 다음부터입니다.
제가 수베로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 또는 그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입니다.
리빌딩하는 팀이 젊은 선수 쓰는게 뭐가 문제냐? 싶겠지만
젊은선수를 쓰는 건 좋은데
기회는 팀에서 주는 게 아니라 <선수가 스스로 잡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못하면 빠지고
잘할 것 같으면 들어오고
잘할 것 같아서 들어왔는데 못하면 또 빠지고
그렇게 빠져도 또 스스로를 증명하면 그때는 다시 들어와도 되죠
그게 감독이 선수에게 출전권을 나눠주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실책 했다고 바로 교체하고 한두경기 못했다고 퓨쳐스 내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올 시즌 초 김태연 같은 케이스는 퓨쳐스에 좀 더 일찍 내려갔어야 하고
정은원도 더 빨리 하위타순 내리거나 잠시 쉬어갔어야 했고
하주석도 중심에서 일찌감치 빼야 했습니다
터크먼도 진작에 1번으로 올렸어야 했고요
중심타선 부족하고 그나마 잘하는 선수도 몇 없는데 다 빼면 뭘로 야구하냐고요?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구단이 하겠다고 한게 바로 그런겁니다.
타격 수비 모두 마음에 안 드는 이도윤이지만 4~5월에는 정은원 대신 더 나왔어야 하고
김태연은 외야 보냈다 3루 보냈다 할 게 아니라 퓨쳐스에서 정타 만들라고 하고 다시 올렸어야죠
베테랑 선수들이 과거의 기록만 가지고 레귤러 멤버가 되는 건 문제지만
어린 선수가 미래의 기대만 가지고 레귤러 멤버가 되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선수가 없어도 다른 선수 최소한 일주일이라도 써보고
안되면 다시 부르더라도 오래 부진하면 그라운드에서 빼줘야 합니다
질책을 하라는 게 아니라 그래야 스스로도 다잡을 시간이 있고
그렇게라도 경쟁해야 선수들이 동포지션 경쟁자 이기려고 더 운동하죠
성적이 바닥 찍는데 1군에 계속 붙여준다고 그 경험치에 선수가 성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성장하는 선수도 있지만 10명에 1명이나 될까요?
김혁민이 경험이 적어서 에이스가 못된 게 아닙니다
김회성 양성우가 1군 물을 못 먹어서 3루와 코너외야에 자리를 못 잡은 것도 아니고요
팀의 전력이 약한 것은 수베로탓이 아니고
김태연 정은원이 2달 가까이 부진했던 것도 수베로탓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2달 동안 그 선수들을 계속 내보낸 건 수베로 탓이 맞습니다
하주석이 괜찮은 유격수지만 중심타자 깜냥이 아닌 것도 수베로탓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심타선' 하주석의 부진이 이어진 사례가 있다면 그건 수베로 탓 맞습니다
못할 땐 빼야죠
다른 선수가 더 못하거나
본인 스스로 감을 되찾았다는 걸 증명하면 그때는 다시 오고요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를 꾸준히 순환시키면서 경쟁을 붙여주는 감독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실체가 없지만) 리빌딩 확률이 조금이라도 늘어나죠
그 상태에서도 많이 지면 또 욕은 먹을겁니다
선수 파악이 안 됐다. 여전히 실험만 한다 그런 비판 나오겠죠
뭐 보는 시선 차이일텐데
제 기준에서는, 정말로 감독이 선수를 성장시킬 마음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2~3개월 부진해도 계속 믿음을 받으려면
적어도 3~4년 이상 꾸준히 야구를 잘한 선수여야죠
그리고 사실 '성장'이라는 게 그렇게 잘 이뤄지지가 않습니다
많은 선수중에서 1-2명만 큽니다
지금 그 선수가 바로 그 1명인지는 솔직히 아무도 모르는거구요
정말로 '지금은 약하지만 나중에는 강해질 팀'을 만들겠다면
2할 치는 선수가 두달씩 주전하고 그러는 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그런 모습이 좀 덜 보였으면 좋겠네요
첫댓글 네...공감합니다.
선수기용의 문제지만 출전선수들의 컨디션이 어떤지 전혀 알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내보내는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특히 중간투수들 교체시 상대팀에 대한 대비가 된건지 그선수 컨디션은 제대로 파악하고 올리는건지 그냥 안던진선수
골라서 출전시키는 기분입니다.
아무리 전력이 약하고 선수가 없다하더라도 프로팀이 역대급 3할 승률 찍고있으면 당연히 감독도 욕 먹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감 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하고 공감합니다. 슬프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