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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의 차를 타고 오면서 안나가 훌쩍이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둘 밖에 없잖아. 소리 내서 울어.”
안나가 고개를 저었다.
“바보야.. 피하지. 그걸 왜 맞고 있어? 운동 신경도 좋으면서..”
“잤냐고.. 같이 잔건 잔거니까.. 고개를 숙였다가.. 설명하려고 했는데.. 때렸단 말이야.”
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
“잤냐고 물어보신 거면 당연히 그 의미지. 아니라고 했어야지. 왜 뜸을 들여.”
안나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어젯밤에 우리가 한 건 뭔데..”
재원이 미소를 지으며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만지다가 맞아서 부어오른 볼을 감쌌다.
“우리 기준으로는.. 같이 잔거지. 하지만 어른들 기준엔.. 아무것도 아니야. 재나랑 그렇게 잔 적도 있으니까. 아팠어? 엄청 세게 맞았나봐.. 부었어.”
안나가 그의 손을 떼어내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 좀 붙여. 기운 없을 테니까..”
재원이 그녀의 이마를 손으로 밀어 시트에 머리를 기대도록 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을 손으로 가려주었다. 안나가 아랫입술을 깨물자 눈물이 그의 손바닥을 적시고 아래로 흘렀다. 그가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으며 “바보..” 라고 말했다.
석찬이 입술이 바싹 바싹 말랐다. 시은의 아들은 그의 어렸을 때를 쏙 빼닮았다. 조수석에 있는
봉투에는 아이의 머리카락이 담겨 있었다. 조사해 보지 않아도 그 아이는 그의 아들이 맞
았다. 그가 눈을 감았다가 긴 숨을 내뱉었다.
“안 했나? 분명히 술 취하지 않았는데.. 왜 기억이 안나지..?”
그러다 팟! 하고 머릿속에 그 날 밤이 떠올랐다.
“젠장.. 안 했어.. 안 해도 좋다고 생각해서..”
그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눈을 감았다.
“결혼하고 싶었으니까..”
그가 차에서 소리를 질렀다.
“안나야..”
재원이 깨우는 소리에 잠에서 깬 안나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야?”
“어디긴. 네 집이지. 부실하고, 안전따위는 찾아 볼 수 없는.”
“치.. 고마워.”
“응.”
안전벨트를 풀던 안나가 그를 바라보았다.
“넌 왜 안 내려?”
재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왜 내려? 난 내 집에 가야지. 고급스럽고, 안락한.. 커다란 침대가 있는..”
“그럼 너네 집으로 가자.”
“뭐?”
재원이 눈썹을 찡그리며 안나를 바라보았다. 안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안전벨트를 다시 채웠다.
“가자고. 네 집. 고급스럽고 안락한 커다란 침대가 있는 네 집.”
재원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지금 어머니 보란 듯이 폭주한 것 같은데?”
“전혀~. 아니거든?”
“너를 우리 집에 또 데리고 가서 밤에 같이 누우면.. 내가 또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왜.. 난 사랑 못 할 것 같아?”
재원이 여전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좋아. 오늘은 도망가기 없어.”
“그래.”
“진짜야.. 나 해.”
“해. 야.. 10년이야. 그 동안 마음만 먹었으면 해도 수 십 번은 했겠다.”
“그래.”
재원이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차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몰았다. 그의 집 엘리베이터에서도 그
녀는 변함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보며 재원은 몰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현관문을 열자 안나가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불이 켜지 않은 그의 어두운 거실은 그
들 뒤로 현관문이 닫히자 완벽한 어둠에 싸였다. 재원이 현관에 짐을 내려놓고 안나의 머리를
귀뒤로 넘겨주었다. 안나가 마른 침을 삼키며 차렷자세로 긴장을 했다.
“일단.. 씻어야 하지 않아?”
“아까 샤워했잖아. 나도 샤워했어.”
“하지만 난 울었고.. 얼굴도 지져분 하고..”
“전혀~. 상관 없는데?”
재원이 점점 다가오자 안나가 마른 침을 삼켰다. 심장이 귓가에서 뛰는 것 같았다. 재원이 그
녀의 볼을 손가락으로 쓰다듬고 턱아래에 대고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숙
이자 그의 셔츠 소매를 잡은 안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재원이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
다. 그 다음엔 울어 퉁퉁 부은 두 눈 위에 닿았고, 그 다음으로는 콧잔등에 닿았다. 그가 머리
카락을 쓸어 뒤로 넘기며 관자놀이와 광대뼈 부근에도 입맞춤을 했다. 엄마에게 맞은 볼에는
조금 진하게 입맞춤을 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로 다가올수록 그녀는 숨을 쉴수가 없었
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재원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더니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댔
다. 그리고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였다.
‘5..4..3..2..1..’
속으로 다섯을 거꾸로 센 재원이 입술을 떼고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켰다.
“숨 쉬어.”
어리둥절한 안나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하아.. 왜.. 왜 멈춘 거야?”
재원이 그녀의 손을 이끌며 미소를 지었다.
“키스하다 기절할까봐.”
“아닌데..”
“아니긴.. 숨도 못 쉬면서.. 들어와. 얻어맞은 데 얼음찜질해 줄 테니까.”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 비닐봉지에 얼음을 부어 입구를 끈으로 묶었다. 수건으로 둘러 그녀 옆
에 앉아 자신의 무릎을 베고 맞은 볼이 위로 오도록 눕게 했다. 그리고 얼음을 감싼 수건을
그녀의 볼에 살짝 올렸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바보.. 또 울어? 그렇게 아팠어?”
안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침에.. 그렇게 집에서 나가는데 기분이 이상한 거야. 마치.. 죄를 지은 것 같이. 그런데 엄
마한테 맞으니까.. 내가 태어나 처음 사랑한 사람이 너라서.. 내가 죄를 짓고 있는 거라고 다
들 생각하는 것 같아서..”
“알고 계셨어. 아빠는 10년 전부터 알고 계셨던데?”
“그래?”
안나가 놀란 표정으로 일어나 그를 보려고 하자 그가 다시 눕혔다.
“이러고 있어.. 멍들까봐 걱정이다.”
“멍은.. 그런데 어떻게 아셨대?”
“처음 너 만나고 물어보셨었거든. 누나로.. 어떻냐고. 괜찮을 것 같다고 말씀드린 것 같은데 그 때 내 표정이.. 이미 사랑에 빠진 남자 얼굴이었다고 하시던데?”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결혼을 안 하시려고 하셨었대.”
“진짜?”
“응. 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이어주고 싶으셨대. 어려서 부모님 사랑 못 받고 자란 게 안타까우셔서.. 그런데..”
“재나가 생긴거야..”
“그래.. 재나가 생긴 거야.”
“하아~. 어떻게 하지..?”
“아빠는 결혼할 거냐고 하시는데.. 그러면 회사 주식에도 영향을 주고, 도망가자니 그것도 그렇고.. 다들 머리터지게 고민하니까 어머니한테 너무 서운해 하지 마.”
안나가 눈물이 다시 고인 눈으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살며시 쓸었다.
“피난다.”
“치이..”
“감당도 못할 거면서 폭주해서는.. 유혹이나 하고. 내가 진짜 나쁜 놈이면 어쩔 뻔했어? 어? 막 힘으로.. 그랬으면?”
안나가 피식 웃었다.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랬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겠지.”
그가 그녀를 흘기듯 바라보았다.
“천천히 할 거야. 네가 싫다는 건 아무것도 안 해. 뭐.. 나 죽을 때 이럴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사리가 나오겠지만.”
안나가 손을 들어 입을 막고 키득거리며 웃었다.
“울고, 웃고.. 얼굴 팅팅 붓고, 볼은 멍들고.. 아주 가관이다..”
재원이 그녀의 손을 잡아 살며시 치우더니 허리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했다. 안나가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잡아 다시 숙여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가 고개를 들어 붉어진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내가 너의 속도를 따라가길 바란다면 이렇게 하지 마.”
“왜? 네가 해 준대로 한 것 뿐인데..?”
“하지 말라고.. 힘으로라도 하고 싶을 것 같으니까..”
“알았어..”
그가 다시 고개를 숙이자 안나가 웃음을 참으며 손을 올리자 그가 “쓰읍!” 숨을 이 사이로 들이마시며 그녀를 흘기듯 바라보았다.
“알았어..”
그가 입술을 찾아오자 그녀가 손을 들어 그의 목을 감쌌다. 그가 그녀를 옆으로 안아들고 키
스를 하며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침대 위에 그녀를 눕히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
녀의 어깨와 목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하아~~. 죽겠구나.. 사랑스러워서, 사랑하고 싶어서.. 오늘은 따로 자야겠다.”
그가 일어나자 그녀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이러지 마. 곤란하다고..”
“난.. 오늘이어도 상관없을 것 같아.”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내일 네가 펑펑 울면서 후회하면 나는 내가 싫을 것 같단 말이야..”
“난..”
재원이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그리고 손을 그녀의 허리에 갖다 댔다. 그녀가 숨을 들
이마신 채로 멈추었다. 옷 아래로 손을 넣어 허리를 만지자 그녀의 몸이 돌처럼 굳어져왔다.
재원이 입술을 떼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자극하지 말라고.. 응?”
그가 그녀의 입술에 쪽 뽀뽀를 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자. 난 저쪽 방에서 잘 테니까.”
“응.”
그가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거실로 나가며 소리 없이 눈을 감고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서재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저러면 뭐하냐고.. 내가 열고 나갈 수가 있는데.. 쯧..”
그가 서재에 이불을 깔고 그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데려오는 건 그만 해야겠다.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 안나도 대담해지는 것 같고.. 무서우면서 저 대담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야.. 진짜..”
그가 몸을 옆으로 돌렸다가 다시 반대편으로 돌렸다가 편한 자세를 찾으려고 몇 번 몸을 뒤척였다.
안나는 그의 향기가 가득한 침대에서 숨을 들이마시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아침에 안나는 냉장고에서 음식재료를 꺼내 아침상을 차렸다. 그리고 그가 자고 있을 방들을 열어 확인해 보았다.
“어디에 있는 거지?”
그러다 서재 문이 안에서 잠긴 걸 알았다. 그녀가 노크를 했다.
“재원아.. 재원아.. 아침 먹어.. 아직 자나..?”
그녀가 한 숨을 내쉬며 몸을 돌리자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니 다크서클이 많이 내려와 있고 머리는 까치집이 지어져 있는 재원이 퀭한 눈으로 그
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흠칫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왜 그래?”
“하.. 너는 아주 푹 잤구만? 얼굴에서 광채가 나네..”
“침대가 아니라서 불편해서 못 잤구나?”
“정말.. 그 이유 뿐일까? 다음부터 유혹하지 마. 알았어?”
그가 서재에서 나와 그녀를 지나쳐 욕실로 들어가기 전에 몸을 홱 돌려 그녀를 흘기듯 바라보
고 욕실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안나가 웃으며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은 마주보고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안나가 그를 힐끔거리며 보고는 웃기를 반복하자 재원이 숟가락을 내려
놓고 혀로 입 안을 쓸었다.
“놀려? 재밌지? 아주..”
그가 턱에 힘을 주고 말하자 안나가 입을 가리고 소리내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너 너무.. 너무..”
“너무 뭐!”
“귀여워..”
“엥? 귀여워? 하..”
그가 숟가락으로 그녀가 끓인 된장찌개를 떠서 입에 넣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들 날 보고 멋지다. 근사하다. 섹시하다. 참 잘 생겼다.. 그러거든? 귀엽다니..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귀여워. 내 눈엔 멋지지도 않고, 근사하지도.. 않고, 잘 생긴것도 뭐.. 잘생기긴.. 선생님이 잘생기셨는데..”
안나가 선생님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자 재원이 그녀 눈 앞에 숟가락을 흔들었다.
“친구 남편을 생각하면서 음흉하게 웃기나 하고..”
“음흉하다니..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선생님이 최고지.”
“웃겨.. 선생님은..”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40이시잖아. 그럼 끝난 거야~. 2살이라도 어린 나를 선택한 당신이 백번 현명한 선택이지.”
안나가 밥을 입에 넣으며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재원이 쩝쩝 입맛을 다셨다.
“하아~. 내가 너를 상대로.. 쩝.. 됐다. 밥이나 먹자.”
“응..”
재원이 궁시렁거리며 숟가락으로 찌개를 떠서 입에 넣자 안나가 다시 웃었다.
“어~어? 진짜.. 언제까지 그럴 건데..”
“하루 종일?”
“가.. 아침 먹고 그냥 가라고..”
안나가 다시 웃자 재원이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맛있다..”
“그래? 결혼하면 매일 맛있는 거 먹게 해 줄게.”
“진짜?”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원이 의자에서 일어나 식탁을 손으로 집고 그녀 얼굴 가까이 갔다.
“밥 먹다.. 더럽게..”
“더러워?”
“안.. 더러워..?”
재원이 그녀의 입술에 쪽 뽀뽀를 하고는 조금 멀어졌다가 다시 한 번 저 뽀뽀를 하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응. 하나도 안 더러워.”
얼굴이 붉어진 안나를 보며 재원이 웃었다.
“귀여워~.”
“이 자식이..”
“어허~! 곧 낭군님이 되실 분한테.. 이 자식이라니..”
“웃기시네~.”
안나가 일어나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재원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그녀의 주먹에 입술을 눌렀다. 얼굴이 더욱 붉어진 그녀가 그에게 다가와 어깨를 때렸다.
“알아서 온 거야? 내가 힘으로 데려온 거 아니고..”
재원이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밥 먹다가..”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물컵을 들어 자신의 입 안을 헹구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컵을 내밀자 그녀가 물컵을 들어 얼마 안 남은 물을 그의 얼굴에 뿌리고 그의 무릎에서 일어났다.
“하! 뭐하는 거지?
재원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찬 물에 정신 좀 차리라고..”
“하하하..”
그가 어색한 웃음을 터트리며 손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아 공중에 털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
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손으로 가까이 오라는 듯 까딱 거렸다. 안나가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
질을 하다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가 뒤에서 안나를 품에 안았다. 안나가 소
리를 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짧은 다리로 뭘 뛰어봤자.. 내 집 안이지..”
안나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목 뒤로 손을 감으려고 했는데 손이 닿지 않자 그가 그녀의 허리를 잡고 가까운 소파 위로 그녀를 올렸다.
“뭐야.. 키가 이렇게 작나? 응? 소파에 올려도 별로 안 크네~.”
재원이 놀리자 그녀가 눈을 흘겼지만 입가에 미소가 어려 있었다.
“자.. 이제 키스 해 볼까? 긴장돼?”
“아니.. 키스는.. 이제 괜찮은 것 같아. 대신.. 어젯밤처럼 손이.. 움직이면 좀..”
“알았어.. 손은 가만히..”
그녀가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였다. 그가 눈을 감고 기다리자 안나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
다. 그의 한 손의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은 머리를 감쌌다. 그가 고개를 틀어 깊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그가 그녀를 소파에서 들어 올리자 그녀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의 입술에
막혀버렸다. 그녀가 고개를 뒤로 조금 빼며 말했다.
“어떻게 하라고.. 내려 줘..”
“내 허리에 감으면 돼.”
“이렇게..?”
“응.. 그렇게..”
그가 그녀의 뒷머리에 댄 손에 힘을 주어 자신에게 다가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집에 대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그가 아침의 키스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 얼른 같이 살아야겠다..”
그가 왼쪽에서 차가 오는지 살피며 차선을 바꾸었다.
집에서 거울을 보고 있던 안나는 붉어진 얼굴이 얼른 식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와의 아침 키스를 떠올리자 다시 얼굴에 열이 올랐다.
“미쳤나봐.. 어떻게 하지..?”
그녀가 냉장고에 넣어 놓은 팩을 꺼내 비닐을 벗기고 소파에 누워 얼굴에 올려놓았다.
“아 차가워.. ”
그녀는 아무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오른 장면에 벌떡 일어났다.
“이러면 안 돼.. 안 돼..”
안나가 긴 숨을 내쉬었다.
마희와 안나가 마희 집 소파에 앉아 있었다. 마희가 주스를 마시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너.. 무슨 일 있지?”
“응? 뭐..”
“뭔데.. 재원이랑.. 무슨 일 있었어?”
재원이라는 말에 안나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마희가 입을 떡 벌리고 안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래? 드디어?”
“아니야.. 키스만..”
“뭐? 키스만 했는데 왜 빨개져? 야.. 남들은 사랑을 해도 안 빨개지는데.. 하하.. 너 진짜 재원이랑 사랑이라도 하면 한 달은 밖에 못 나오겠다.”
“진짜.. 그 자식 선수인가봐..”
“왜.. 키스를 잘해?”
“잘하는지는 내가 비교 대상이 없으니까.. 그런데..”
“너무 좋아?”
안나의 얼굴에서 열이 펑.. 하고 터졌다. 마희가 조금 불룩하게 나온 배를 만지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야.. 너 진짜 귀엽다.. 재원이가 어떻게 참고 있지?”
“잘 참고 있어..”
“하하하.. 재원이 큰일 났네.. 너랑 사랑하고 싶어서..”
“설마..”
“야. 남자는 여자랑 달라. 사랑하는데 옆에서 네가 그렇게 빨간 사과처럼 자기를 쳐다보면.. 힘들겠다. 재원이..”
마희가 짐짓 안쓰럽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주스에 꽂힌 빨대를 입에 물었다.
“너희 어떻게 할 생각인데.”
“모르겠어. 하지만 할머니, 부모님은 알고 계신 것 같아.”
“그래?”
“응.”
“하아~. 고민되겠다. 우린 언제든 도와줄 수 있어. 우리가 전적이 있잖아.”
“응.. 하지만 은오와 선생님같은 상황이 아니니까..”
“뭐가? 반대하는 사랑을 하고 있는 건 같잖아.”
안나가 시선을 들어 마희를 바라보았다.
“반대하는 사랑을 하면.. 다 도망쳐도 돼? 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은오는 부모님이 안 계
시고, 여기에서 살아도 은오는 행복하지 못할 테니까.. 선생님이 자신의 부모님 가슴 아프게
하시면서도 어렵게 선택한 상황이고.. 나랑 재원이는.. 정말은 이루어지면 안 되는 사랑인데..
너무 이기적으로 우리만 생각하면 다른 분들은.. 사랑은 너랑 동수처럼 축복받아야 정상인 거
야. 반대를 하시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뭐.. 집안이 차이가 나서?”
“법적으로 남매라서..”
마희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하지만.. 너희 둘은 서로 사랑하잖아.”
“마희야.. 축복받지 못한 사랑하면서.. 과연 내가 행복할까? 내가 불행하면 재원이도.. 불행해
질 거야. 할머니가 무일푼으로 내쫓는다고 하셨대. 돈 없이 살아 본 적이 없는 재원이가 그런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난.. 모든 사람들 마음에 상처주면서 선택한 사랑이.. 환경에 무
너져 내려 결국 상대방을 원망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안나가 한 숨을 내쉬며 마희를 바라보았다.
안나가 6층 벨을 누르자 안에서 석찬이 문을 열었다.
“어쩐 일이야?”
“얘기 좀.. 할 수 있어요?”
“그래. 들어와.”
그녀가 들어가자 석찬이 문 아래에 달려 있는 지지대를 걸어 문을 열어 놓고 그녀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을래? 차? 커피? 음료수?”
“됐어요.”
“그래.. 그럼 커피.”
석찬이 냉장고에서 병커피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가 병커피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왜..”
“유전자 검사 했어요?”
석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는..”
“아직. 그런데.. 맞아. 내 아이. 만났거든. 나 어렸을 때랑 판박이라..”
석찬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결혼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안 했었어. 그게.. 기억이 났어.”
“그래서.. 어떻게 할 거에요?”
“그거 물어보려고 온 거야?”
그녀가 가만히 있자 그가 다시 대답했다.
“말 했잖아. 아이는.. 내가 키울 거라고.”
“그 분이 그걸 원해요? 아마.. 석찬씨한테 아이 주려고 온 게 아닐지도 몰라요.”
“그럼 왜?”
“아이를 끈으로.. 석찬씨와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 여자 분.. 이해가 되요. 나라도.. 그랬을 것 같은데..”
“뭐?”
“다시 대화를 해 봐요. 석찬씨도 그 여자분.. 아직도 생각하고 있잖아요.”
“설마.. 아니거든?”
“화내고 있다는 게 그 증거예요. 화가 왜 나? 아무 감정이 없으면..”
“웃기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해. 자기 코가 석자이면서..”
“그러려구요. 나요.. 곧.. 떠나요.”
“아.. 둘이 같이?”
“아니요. 저 혼자.. 그래서 말인데.. 하나만 부탁할게요.”
안나가 그를 바라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세요. 그리고 재원이에겐 절대로.. 절대로 알려주지 마세요.”
석찬이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나가 부모님 집을 찾았다. 엄마가 미안하다면 안나를 품에 안으셨다. 안나가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요.”
“아니야.. 엄마가 너무 부족해서..”
“오늘은 저녁 먹으려고 왔어요.”
“응. 기다려. 금방 차려줄게.”
“네.”
안나가 그날 밤 재나와 함께 한 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새벽에 아버지 서재 문을 두드렸다.
“아버지. 저 안나예요.”
“그래.”
안에서 아버지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응. 그래.. 앉으렴.”
맞은 편 의자에 안나가 앉아 봉투를 내밀었다.
“이게 뭐냐..”
“나중에 재원이가 저를 찾아오면.. 전해주세요.”
아버지가 놀란 표정으로 안나를 바라보셨다.
“그리고 이건.. 제가 두 분께 드리는 선물이고, 이건 재나한테.. 흠.. 나중에 전해주세요. 저는.. 여행갔다가 바로 학교에 들어가서 유학한다고..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재나는 이해할 거라고 생각해요.”
“안나야..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어떻게요? 10년을 고민했어요. 재원이도, 저도.. 그런데 방법이 없어요. 그렇다고 은오처럼 같이 도망가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재원이가 저를 잊을때까지.. 밖에 있으려구요.”
“재원이가 너를 잊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니? 내가 보기엔.. 미친 놈처럼 널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닐 녀석이야.”
안나가 눈물이 떨어지지 않게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그걸 막아주세요. 제가 다른 남자랑 같이 결혼해서 갔다고..”
“믿겠니?”
“그럼.. 어떻게 해요.. 재원이가 저를 포기하도록 만들려면..”
그러다 그녀가 눈을 들었다.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는데.. 죽었다고.. 하면..”
아버지가 화를 내셨다.
“안나야! 그걸 말이라고 하니! 너도.. 내 친 딸은 아니지만.. 내 딸이야. 아버지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구나!”
안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제껏 한 번도 그녀에게 화를 내신 적이 없는 아버지셨다.
“하아.. 혼내시니까 진짜 아빠한테 혼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아버지.”
아버지가 당황하셔서 “아니.. 그게 아니라..” 라고 말씀하셨다. 안나가 미소 지었다.
“아버지.. 재원이는 저만 아니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사랑한다고
도망치는 것도, 사랑하는 가족들 가슴 아프게 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재원이 옆에 있으면.. 재원이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이유는 아무래도
좋으니까요.. 재원이 단념시켜 주세요.”
안나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서재 밖에서 엄마가 입을 막고 눈물을 흘렸다.
유치원에 사표를 제출하고 집으로 돌아와 간단한 여행가방을 챙겼다. 집을 둘러본 안나가 여
행가방을 현관 입구에 놓고는 핸드백이랑 하루 종일 만든 요리가 담긴 큰 바구니를 들고 집을
나왔다. 택시를 타고 재원의 오피스텔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 일이야?”
“그냥.. 저녁 먹었어? 맛있는 거 만들어 왔는데..”
그녀가 재원을 지나쳐 구두를 벗고 주방으로 들어가 가방과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겉옷을 벗고 소매를 걷으며 자신을 약간 의심하듯 바라보며 다가오는 재원을 보고 씨익 웃었다.
“내 생일도 아니고.. 특별한 기념일도 아니고.. 왜?”
“그냥.. 나 이런 것도 만들 줄 안다.. 자랑하려고? 나중에 나랑 결혼하면 이런 것도 먹을 수 있어.”
“뭔데?”
그가 바구니를 열어 안을 바라보았다.
“히익~! 뭐야.. 이게 무슨.. 한정식집도아니고.”
“이그~. 오버하기는. 한정식 집이 이렇게 나오면 망해~.”
“하하.. 그런가? 오래 걸렸겠는데?”
“뭐.. 미래의 내 남편을 위해 이 정도쯤이야.”
재원이 씨익 웃었다.
“잠깐 기다려. 조금씩 더 요리해야 먹을 수 있거든.”
그녀가 싱크대에서 손을 씻고 고개를 돌리기 전에 숨을 고르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
려 그를 바라보며 바구니에서 요리가 담긴 유리그릇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요리하는
동안 그가 그녀 뒤에 서서 간 보라고 주는 것을 넙죽 받아먹고 그녀의 볼에 입술을 눌렀다.
저녁이 차려지자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 식사를 했다.
“기분이 좋기는 한데.. 왜 불안하지?”
“왜 불안해?”
“예전에.. 우리 엄마가 오래 밖에 가시려고 하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장난감 잔뜩 사가지
고 오셨었거든. 아빠도 나한테 잘 못하시는 걸 그렇게라도 메꾸려고 하셨고.. 딱.. 그런 느낌
인데?”
안나가 그를 흘기듯 바라보았다.
“뭐야.. 그러니까 지금 기껏 내가 열심히 만들어 온 음식을 그런 식으로 오해한다 이거지? 먹지 마. 잘해줘도..”
“지랄이야?”
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자 안나가 입을 벌리고 놀란 척 하며 말했다.
“유치원 선생님이 그런 말을 쓰면 안 되거든..”
그가 키득거리고 웃었다.
“갑자기 잘해주니까..”
“알았어. 앞으로는 절대로 이렇게 음식 만들어 주지도 않고, 잘 해주지 말아야지.”
“누가 그렇대? 앞으로 계속 잘 해달라는 소리지.”
“알았어.”
그녀가 눈물을 감추려고 웃으며 물컵을 들어 마셨다.
저녁 식사 후에 안나와 재원은 테라스에서 와인을 마셨다. 그의 가슴에 등에 기대어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10년 전에 말이야.. 진짜 재미있었는데.. 물론 가슴 아프기도 했지만 결국 은오도 마희도.. 나도.. 잘 됐잖아. 그치?”
그가 자신의 가슴 위에 놓인 그녀의 머리를 오른 손으로 쓰다듬다가 입술을 가볍게 누르고는 대답했다.
“그랬지.. 은오누나와 선생님 때문에 울고불고.. 마희누나 다이어트한다고 잠적해서 또 울고불고.. 아주 그냥.. 내가 달래주다.. 달래주다 뽀뽀 좀 했다고 따귀나 때리고..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안나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오른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여기였나?”
그러자 그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반대편으로 옮겼다.
“여기라고.. 때린 곳도 몰라..”
“놀랐으니까 그렇지. 갑자기 누가 그러래?”
“갑자기가 아니면.. 괜찮고?”
“헤~. 그건 아니었고.”
재원이 그녀의 손을 잡아 깍지를 끼워 그녀의 배 위에 함께 팔을 올려놓았다. 재원이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내가 은오나 마희였으면.. 어땠을 것 같아?”
“음.. 글세.. 별로 내 타입들이 아니라서.”
“뭐야.. 결국 네 타입은 나라는 거야? 닭살스럽게..”
“원래 그런 거야. 이유없이 끌리는 거.. 그게 사랑인 거지. 별거 있어?”
“그런가..”
“음..”
그가 그녀의 머리위에 입술을 대고 대답을 했다. 그녀가 눈을 감고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그의 손을 놓고 왼손에 잡고 있던 와인잔을 옆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몸을 틀어 그의 가슴위
에 손을 올리고 그 위에 턱을 대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미소 지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었다. 안나가 눈을 감았다.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그가 기다란 검지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타고 내려와 눈을 가볍게 터치하고, 코 위에도 가볍게 터치하듯 건드렸다. 그리고 손가락 끝으로 입술을 만졌다.
“입술은.. 항상 내 입술 위에 있었으면 좋겠고..”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귀고 귀엽고, 턱도 귀엽고.. 목도 가늘면서 기니까 섹시하고..”
그의 손가락이 사라졌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만 하자. 더는 위험해. 일어나. 지금 이 자세도 엄청.. 아주 엄청 위험한 자세거든.”
그가 손으로 그녀를 안아 떼어내려고 들었다. 그녀가 몸을 숙여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재원아..”
“왜..”
그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해..”
“하아.. 나도.. 나도 사랑해. 그래서 지금 엄청 힘들다고.. 얼른~. 떨어져..”
그가 그녀의 옆구리에 손을 대고 간질였다. 그녀가 꿈틀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떨어지라고..”
“하하.. 간지러워..”
그녀가 얼굴을 들어 그의 얼굴 가까이에서 멈추었다. 그가 마른 침을 삼키며 간질이던 손을 멈추고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이러지 마.. 중간에 멈추지 못 할지도 몰라..”
그녀가 천천히 그의 입술 위에 살짝 스치듯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닿기 전에 말했다.
“상관없어..”
그러자 그가 그녀의 허리를 잡던 손에 힘을 주고 그녀의 등으로 옮겨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그녀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그녀와 깊은 키스를 나누었다. 그러다 그가 그녀를 떼어내고 고개를 돌려 숨을 몰아쉬었다.
“그만 하자고..”
“재원아.. 내 말.. 못 들었어? 상관.. 없다고..”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안나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후회.. 안 해?”
“안 해..”
“진짜로..?”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그녀도 떨리는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펑펑 울면서 후회해도.. 소용 없어.”
“안 울어. 행복한 미소를 짓게.. 그렇게 만들어 줘..”
“아.. 진짜.. 점점 여우가 되어가는 것 같아.. 나.. 진짜 힘든데..”
그가 웃음을 터트렸지만 전혀 우습지 않다는 듯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재원아.. 사랑해 줘..”
그가 크게 침을 삼키고는 말했다.
“몰라.. 모르겠다고.. 내일.. 울면 안아줄테니까.. 밀어내지 마.”
안나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그녀를 품에 안고 의자에서 일어
나 침실로 걸어가면서 안나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침대 위에 눕히고 자신도
그 옆에 누웠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짧은 입맞춤들을 했다.
“사랑해.. 세상에서 제일..”
“나도.. 사랑해.”
그녀가 그의 볼을 만지자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손가락에도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를 안으며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그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녀
가 조금 꿈틀거렸다. 그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오른쪽 관자놀이에 입맞춤을 했다. 그녀가 한
쪽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시트로 얼굴을 가렸다.
“왜..?”
그가 웃으며 시트를 살짝 내렸다.
“창피해서..”
그녀가 대답하고는 시트를 다시 올렸다. 그가 가슴까지 울리는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시트 위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
“사랑스러워.. 죽을 것 같아.”
그녀가 시트를 조금 내리고 그를 흘기듯 바라보았다.
“죽긴 왜 죽어.. 오래오래.. 아주 오래오래 살아야지..”
“그래야지. 네 옆에서.. 아주 오래오래.. 살고 싶다.”
그가 시트를 사이에 두고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드디어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아침 먹자.”
“그래. 오늘은 이렇게 하루 종일 있을까?”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창피해.. 그런데 어떻게 일어나지?”
그가 미소를 지었다.
“내가 먼저 주방으로 갈테니까 시트로 몸을 둘둘 감싸고 욕실로 가면 돼.”
“여자 경험 많은 가봐.. 별걸 다 알아.”
“드라마에서도 나오잖아.”
그가 그녀의 코잔등을 살짝 만지고는 침대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바지를 챙겨 입고 티셔츠를
손에 들고 나오면서 입었다. 냉장고를 열어 아침 재료로 빵과 달걀을 꺼냈다. 그녀가 고치처
럼 머리까지 시트로 둘둘 말고 욕실로 깡충깡충 뛰어가는 게 보였다. 그가 웃음을 터트리자
그녀가 흘기듯 바라보고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그가 프라이팬 위에 달걀을 깨뜨렸다.
욕실에 들어간 안나는 세면대를 붙잡고 눈물을 참으려고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고 찬 물을 틀어 샤워기 아래에 들어가 눈물을 삼켰다.
그가 평상시와 다르게 그녀 옆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하나만 해. 빵을 먹던지.. 뽀뽀를 하던지.”
그가 그녀의 관자놀이에 다시 입을 맞추고 웃었다.
“그런가.. 그럼 뽀뽀만 해도 돼?”
안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 애정결핍이지? 무슨 남자가 뽀뽀에 집착을 하냐?”
“음.. 그럴지도 모르지. 어려서부터 누가 내 볼에 뽀뽀해 준 적이 없거든. 잘생겼다고 다가와 뽀뽀하려고 하면 내가 얼굴을 밀어버렸으니까.”
“진짜? 웬 왕자병이야.. 재수 없게..”
안나가 웃으며 그에게 뽀뽀하려고 하자 그가 얼굴을 돌리며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밀었다.
“하.. 하하하..”
그녀가 억지로 웃으며 식빵을 접시에 던졌다.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나 그의 양 볼을 손으로 감싸고 그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 그가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뽀뽀를 되돌려 주었다.
“진짜.. 아침 먹자..”
“나중에..”
그가 그녀를 안고 일어나 침실로 가려고 하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왜?”
“뭐가 왜야.. 아침이 이렇게 환한데..”
“뭐 어때..”
“미쳤나봐.. 얼른 내려 줘.”
“치이.. 알았어.”
안나가 내려오며 그의 입가에 뽀뽀를 했다. 몸을 돌려 식탁으로 가자 그가 뒤에서 안았다.
“빵.. 계란. 주스..”
그녀가 말을 하며 그의 입에 빵 한 조각, 계란 한 입. 주스 한 모금을 넣어주었다. 그가 씹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 행복하다.. 얼른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에 밖에서 데이트 할까?”
“글세.. 나.. 마희랑 아기용품 쇼핑하기로 했어.”
“나도 같이 가면 되지?”
“뭐하러.. 다음에..”
“알았어. 하루종일 같이 있고 싶었는데..”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그의 팔에 입술을 눌렀다.
“나.. 양치질 하고 나올게.”
그의 팔을 풀고 빠져나온 그녀가 욕실로 들어갔다.
“아.. 얼른 나가야겠다..”
그녀가 양치질을 하고 밖으로 나와 짐을 챙겼다.
“택시 타는 거 보고..”
“됐어.. 이따 전화 할게.”
그가 고개를 숙이자 그녀가 그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그녀가 떨어지려고 하자 재원이 몸을
숙여 다시 키스를 했다. 한참 후에야 그녀가 재원의 집을 나왔다. 택시에 오른 안나가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재원이 테라스에서 그녀가 택시를 타고 가는 방향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상을 찡그리며 바라보고 있는데 현관 벨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신가..”
그가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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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