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킹을 영업하며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이 시대의 난신적자라는 마음으로 해야 정신 건강에 이로운 게임이다.
하다보면 피로 물든 저주받은 가문이 우리 집 이야기가 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전 난신적자 플레이를 해보려다가 어쩌다보니 독립군주가 되곤 해서 매번 실패하지만 대신 유럽의 깡패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크킹이 슈퍼파워처럼 타국 이간질시켜 싸움 붙이는 모략 설정이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만 저도 처음에 크킹을 플레이할 때는 금발벽안의 젊고 예쁜 여공작님을 만들어 덴마크 왕자님과 결혼시켜 3남 3녀의 이름을 다 직접 지어주고 감히 공위를 노린 백작 봉신 하나만 백수로 만들어주는 것 외에는 별 일도 없던 소소한 플레이를 했었더랍니다.
그러니까, 크킹을 하시면서 '얘는 진짜 착하게 살았다!' 할 만한 플레이 경험이 있으실까요?
조건.
1. 명분 조작 외, 이유가 있는 외부 전쟁(성전/정당한 상속권/독립요구) 외에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
(클레임 조작으로 강짜 부려서 남을 길바닥에 나앉게 하는 거 금지)
(이슬람 문화권의 경우 같은 무슬림 백작령 삥 뜯기 금지)
2. 내전이 벌어졌을 경우, 수습 후 가담자들의 목숨을 보장해줬을 것.
(감옥에 가뒀을 경우 가택연금. 죽일 목적으로 수감은 제외)
(내전 도중에 주인공이 죽은 경우는, 다음 주인공이 가담자들을 척살했어도 선왕은 무결한 걸로 간주)
3. 교리에 따라 혼외정사를 하지 않았을 것.
(속도위반은 허용)
4. 가족 및 친지나 그 외 봉신을 본인의 이해관계로 해치거나 숙청하지 않을 것.
(내 배우자 혹은 자식과 간통해서 죽이는 건 허용/상대가 나를 암살하려 해서 죽이는 것도 허용)
5.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 군주가 아니며 재위 최소 10년 이상. / 즉위 당시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 군주였을 경우는 25세 이후 사망.
6. 백작, 공위를 하나만 소지한 공작 등은 제외.
있습니까? (ㅇㅁㅇ = ㅇㅁㅇ) (두리번두리번)
저는 많은 플레이 중에 딱 3명 떠오르네요…………
A. 잉글랜드 국왕. 부왕이 하도 인생을 즐기고 가서 내전이 벌어졌고, 전임자 호오도 50% 가산 버프로 인해 내전 상태에서 33세로 즉위.
다행히 A가 천재에 미덕으로 도배한 준비된 후계자여서 관계도 가산 버프가 높았고, 봉신들 달래면서 놀다 보니 (원래부터 얜 견부호자 컨셉) '신성한 자' 이명 받음. 56세로 승하.
B. 이탈리아 황태손으로 출생. 위에 누나가 있는 1남 1녀였는데, 황태자인 부친이 무고한 모친을 가두고 얼굴을 난도질하는 범죄를 저질러 분노한 황제가 태자의 라티움 공작위를 몰수하고 환궁시킨 뒤 투옥시켜 죽임. 모친은 친정으로 돌아감. (어머니가 황제의 여동생. 즉 사촌혼. 이때 이미 어머니는 고인이 됐고 아버지는 투옥되어 친정 돌아가봐야 집에 아무도 없었음……)
본인 14세 즉위. 18세가 되어 카톨릭 이단을 믿는 (카타리파가 정교) 독일 왕국의 16세 공주와 결혼. 1남 3녀 낳고 의붓할머니와 친모와 다 같이 함께 살며 헤르메스 학회 연구하면서 봉신들과 잘 지내다가 44세에 스트레스로 병사.
C. 아키텐 국왕. 4형제 중 2남. 친척 나바라 여공작과 결혼한 형이 22세에 갑자기 죽고, 천재로 태어난 막내를 위해 상속법을 고치기 전에 부왕이 갑자기 죽어 플레이어의 의도를 완전히 벗어나 얼떨결에 아키텐 국왕으로 즉위.
처음 태어난 딸은 겨우 두 돌을 조금 넘기고 광견병으로 사망. 이후 5년 가까이 흘러서야 둘째딸이 태어나고, 플레이어는 이 아이가 다음 아키텐 국왕이 될 거라 직감함. 별 일 없이 내정 잘 하며 돈 모으고 있는데 떠돌이가 와서 목숨을 수확해 감. 향년 28세. 시복됨.
심심해서 올린 거 맞습니다…
과연 착한 군주는 몇이나 나오려나 (두구두구두구)
첫댓글 선악관을 너무 좁게 보신게 아닐까요
저는 전쟁광 블로트 등을 교리로 넣고 오로지 신을 위한마음만 가지고 귀찮음을 참아가며 전쟁과 인신공양 정복한땅 독립 등을 실천하는 선한 플레이를 한 기억은 있습니다.
아니 저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으 그렇네요 저 조건에 이방인 인신공양도 들어가는구나… 왜 그 생각을 못했지 ㅇ<-<
조건이 너무 널널한데. 엄청 많이해봤죠
(뜨끔) 저는 저 조건으로 1400시간이 넘는 플레이 중 딱 3명만 기억에 남……………
후반부에 로마황제 루이 몇세로 많이 했습니다
로마 황제인데 루이라니 프랑스가 승천한 세계관일까요 아님 아키텐이 승천한 세계관일까요?
@디아나 카롤루스 초반부에 이탈리아 왕이 루이죠 ㅋㅋㅋㅋ, 독일로 시작해서 자식 다 제끼면 이탈리아 왕이 후계자더라구요
딴건 몰라도 3번은 못참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래도 저는 혼후에는 배우자가 먼저 외도하지 않으면 얌전한 편입…… 아. 저런 이유로, 주인공이 호모섹슈얼 특성 있는데 젊은 백작이 유혹하길래 함께 놀았는데 시간 지나니 걔 와이프가 우리 남편이랑 놀지 말라고 따지러 오대요.
게임에 막 적응했을 때였습니다. 이때가 아마 기독교 부족 백작 스타트였을 겁니다.
시작부터 와이프가 바람을 피고,
계승 이후 남매간 비밀을 알게 되고,
게임 스크립트가 꼬여서 내 가족을 죄다 죽인 궁정 속 살인자를 처벌하지 못하게 됐을 때
저는 드디어 이 게임에서 롤플레잉을 시작했습니다.
캐릭터의 심정대로 살인자를 사형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남매간 비밀로 협박하고 자문회 자리를 요구하는 능력치8짜리들에 대항해 근친혼 종교를 창시하고 반란을 유도해서 숙청을 벌이고.
이단/농노 봉기 지도자들은 제아무리 능력치가 20이더라도 가차없이 사형했습니다.
중세에 약탈은 상식이고, 날조는 교양, 협박은 미덕입니다.
저 북방의 사악한 이단을 화형시키는 건 참신자의 덕목입니다.
형제를 죽이지 않으면 본인이 죽는 중세입니다.
가정과 나라의 평화를 위해 살인자가 되는 것도 감내한 왕이라면 충분히 성군 아니겠습니까?
(((설득당해버림))) 그럼요 비록 나는 진창에 구르더라도 내 가족과 영민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살신성인이지요. 저도 이 게임을 하고서 절대로 아버지는 치지 않았던 태종 이방원이 얼마나 참된 효자였는지 절절히 깨달았습니다. 해피엔딩(?)
후반부 왕들은 다 저랬던거 같은데... 내전터지면 귀찮아서 적당히 놀아주다가 평협하고 할 일 없어서 친구만들고 사냥가고 연회돌고, 애 좀 가르치고 사위나 동생들 쳐맞고 있으면 지원 좀 가고... 그것도 50년 넘어가면 다음 왕은 바람둥이를 하든, 암살자 놀이를 하든해서 위 조건에서 벗어나기도 하지만요
저는 성격상…… 왕에게 칼을 들이댔으면 평화고 뭐고 없습니다. 내가 죽든가 네가 죽든가(?)(그래서 흑사병 터진 와중에도 화이트피스 안 하다가 주인공 목숨을 날려버리고)
패왕적 플레이를 하든 폭군적 플레이를 하든 하다보면 다음대는 꼭 착한 컨셉을 잡게 됩니다.
저는 항상 성군,,, 난폰하게굴면 수치 떨어지고 서로 사이 안 좋아지는게 패널티라 피하고 원래겜할때 좋은 선택지만 고르는 사람 ㅎㅎ,,, 심즈할때도 착실한 플레이,,, 동숲할땐 이사가는 동물들 가지말라고 붙잡는 사람 ㅋㅋㅋ
이 말씀 듣고 떠올랐는데, 예전에 코에이 사가 만든 삼국지 10에서 '명성' 수치가 있었더랍니다. 그런데 이게 길 가는 사람 붙잡고 퍽치기하면 100씩 깎이는데, 마이너스나 악명 수치가 없다보니 이 사람 저 사람 패고 다닐수록 듣보잡이 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전 대륙의 안전불감증을 비웃으며 무력 99 신장수 만들어서 다 패고 다녔……… 그리고 조씨 일족 중 하나 죽여 자동으로 조조와 원수 관계 된 다음에, 조조가 출정하기 전 일부러 조조 집에 찾아가서 격노해 뛰쳐나오는 조조를 연속으로 구타해 중상자 만들어놓고………
비록 제가 심즈로도 연쇄살인을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ㅡ^
제가 봐도 조건이 3번 제외하면 제국급 규모로 성장한 플레이어 상태면 거의 해당될 정도로 쉬움.
제가 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착하게 살았던 캐릭터는 로베르틴 가문으로 했던 프랑스 왕이었는데
영토규모는 아키텐은 진작에 데쥬레 통합시키고 프랑스 자연국경설 데쥬레 도전하고 있던 수준.
겸허함, 연민어린, 공정한 조합에 외교트리여서 맘먹고 가장 인생관 컨셉잡고 가문원들 챙기기 시작함.
시집 못 가고 있는 방랑중인 가문 여자애들 궁정으로 초대해서 심사 후 일일히 영주한테 시집보내 주고
미성년인 애들은 직접 교육 OR 명교사한테 교육맡긴 후 성교육 후에 영주한테 시집보내 줌.
물론 위 모든 것은 가문명성 파밍을 위한 작업이었을 뿐...
제가 아주 조건을 관대하게 잡았……… 그런데 3번이 제일 쉬운 게 아니었나요…… 저는 반역자의 목숨을 보장해주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역적은 삼족을 멸해야 하는 법인데 왕권이 약해서 쳇.
저도 가문 좋은 노총각 노처녀 구제해주는 건 종종 하는데, 크킹3에서는 저런 자비를 베풀어주는 게 가문 명성에 더해지나요?
@디아나 결혼으로 인한 작위 점수라고 가문원이 영주 부인이면 명성에 합산됨.
딸 팔아서들 하는 게 일반적인데 불필요한 동맹 맺어지니까 그냥 촌수 먼 여자가문원 팔아제끼는거죠.
하다 보니 "정직한", "수줍은" 특성을 달게 되었는데, 걸핏하면 스트레스 받고 병이 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성군 플레이 한 적 있습니다.
데스노트형 피카레스크를 방지하는 강제 컨셉플이군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