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간 안놓은 심정민, 불길 뛰어든 이형석… 현충일 호명된 이름
尹대통령 추념사서 7명 호명
군-소방서 등 안보-안전 최일선서… 올해 순직한 영웅 한명씩 이름 불러
“국가와 국민 지키는게 영웅들의 꿈… 제복 영웅들 존경받는 나라 만들것”
중앙보훈병원 찾아 유공자 위로도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꿈이었던 영웅들이었습니다.”
6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67주년 현충일 추념식.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추념사에 나서 올해 안보와 안전의 최일선에서 순직한 ‘영웅’의 이름을 한 명도 빠짐없이 불렀다. 공군 제10전투비행단 고 심정민 소령과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고 이형석 소방경, 고 박수동 소방장, 고 조우찬 소방교,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고 정두환 경감, 고 황현준 경사, 고 차주일 경사 등 모두 7명이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전투조종사 심 소령은 1월 11일 경기 화성 공군 F-5E 전투기 추락 사건으로 순직했다. 심 소령은 민가와 충돌을 피하려고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 공군 조사에 따르면 심 소령은 이륙 후 엔진 화재 경고등이 켜지며 기체가 급강하하자 관제탑과의 교신에서 두 차례 비상 탈출을 선언했다. 바로 탈출했더라면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민가 쪽으로 전투기가 추락하는 것을 막고자 인근 야산으로 기수를 돌리면서 탈출 시기를 놓쳤다. 사고기는 결국 마을과 100m 떨어진 야산에 충돌했다.
이 소방경과 박 소방장, 조 소방교는 1월 6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큰불 진화 후 인명 구조를 위해 투입됐다가 현장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세 소방관의 사연은 당시 이들의 순직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 소방경은 28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으로, 두 자녀를 둔 아버지이자 남편, 아흔 살의 노모를 모시는 아들이었다. 또 박 소방장은 결혼을 몇 개월 앞둔 예비 신랑이었고, 조 소방교는 임용된 지 8개월여밖에 안 된 사회 초년생이었다.
사고 헬기(S-92) 부기장인 정 경감과 전탐사 황 경사, 정비사인 차 경사는 4월 8일 제주 마라도 해상에서 순직했다. 이들은 전날 대만 해역에서 조난된 교토 1호 수색을 위해 투입된 경비함정에 구조대원 6명을 내려주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후 복귀하려고 사고 당일 오전 1시 33분경 이륙했지만 30∼40초 만에 활주 중 추락했다. 동료들은 당시 “멀리까지 가는 야간 해상 비행이라 어려운 임무였음에도 다들 불평불만 없이 ‘안전하게 잘하고 오겠다’며 사무실을 나서던 마지막 모습이 기억난다”면서 애통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67주년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에서 “자유와 번영을 이룩한 나라의 국민은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이들을 정성껏 예우해 왔다”면서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영웅들의 희생이 남겨진 가족의 눈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영웅들의 사명이었다면 남겨진 가족을 돌보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확고한 보훈 체계는 강력한 국방력의 근간”이라며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을 더욱 따뜻하게 보듬겠다”고도 다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보훈이 국방력’이라는 표현을 추념사에 넣을 것을 특별히 당부했다”면서 “제복 입은 이들을 자랑스럽게 만들겠다는 건 윤 대통령의 오랜 철학”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현충일 추념식에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 60명 이상이 대거 참석하며 ‘안보 원팀’ 행보를 부각시켰다. 통상 추념식에는 당 지도부만 참석해 왔다.
이날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도 찾아 입원 치료 중인 국가유공자를 위로하고 위문품을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접견실에서 만난 6·25전쟁 및 베트남전 참전 유공 환자 4명의 손을 잡으며 “투병 중인 모든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의 쾌유를 빈다”고 말했다. 유근영 보훈병원장에게는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한 분 한 분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내 가족같이 세심하게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홍수영 기자, 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