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에 있는 헌릉IC에서 용인~서울 간 고속도로를 타자 10분 만에 서판교IC를 통과했다. 서판교에서 운중동으로 향하자 공사하는 곳이 많았다. 택지개발지구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단독주택이 들어서고 있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하임을 지나 산 쪽으로 5분쯤 더 올라가자 청계산을 배경으로 타운하우스 단지가 등장했다. LH가 지은 월든힐스는 지난해 입주가 시작됐다. 금강주택의 금강 펜테리움과 SK건설의 운중 아펠바움·산운 아펠바움은 개발이 한창이었다.
타운하우스 35억, 게이티드 하우스 80억
SK건설의 운중 아펠바움부터 들렀다. 453~516㎡(137~156평)로 26억원에서 최고 35억원에 분양한다. 공사 현장 뒤편에 임시로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SK건설의 판교 아펠바움 김경옥 팀장은 “하루 전날 예약해야만 모델하우스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가상건물이 아니라 공사현장에 있는 집 한 채를 모델하우스로 꾸며놨다. 김 팀장이 높다란 철문을 두드리자 경비원이 문을 열어줬다. 공사장 안으로 들어서자 쇠파이프 등 건축자재가 곳곳에 쌓여 있다.
철근을 자르는 소리에 귀가 아플 정도다. 건물은 웬만큼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크게 두 단지로 나뉘어 있다. 앞동에 있는 301호 문을 들어서자 밖과 완전 딴판이다. 고급 별장에 온 듯하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쇠파이프만이 공사장에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김 팀장은 “국내에선 제주도 포도호텔을 지어 유명해진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를 맡아 고객에게 인기가 많다”고 들려줬다. “보시면 유독 창문이 크고 천장이 높다는 게 느껴지실 거예요. 이타미 준의 스타일이에요. 최대한 빛이 실내에 많이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한 거죠.”
특징은 고객이 인테리어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크게 여유와 기품으로 나뉜다. 여유는 주로 목재를 사용해 편안함을 강조했다. 전시장은 기품으로 꾸며진 곳이다. 중후하고 세련된 느낌을 중시했다. 겉보기에는 고급 아파트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속을 들여다보면 값비싼 수입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예를 들어 거실은 벽지 대신 화이트 도장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아트월은 포르투갈 모카크림 소재의 천연 대리석으로 꾸몄다. 안방 바닥은 수작업으로 만든 독일산 팡가팡가다. 주방은 더하다. 2600만원대의 미국 바이킹 냉장고가 놓여 있다. 레인지 후드조차 400만원대의 이탈리아 엘리카 브랜드다. 단지 안에는 피트니스클럽, 스크린 골프연습장, 가족 영화관, 기사 대기실 등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김 팀장은 “분양 받은 고객은 40대 후반이 많고 자녀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 중”이라고 귀띔했다. “판교에 테크노밸리가 들어서면서 IT기업 임원이 많이 찾아오세요. 최근 생활전문 기업의 K회장도 분양 받으셨고요. 단지 바로 뒤에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단독주택도 있어요. 고객들은 구 명예회장 옆집에 살게 됐다며 좋아하더군요.”
아펠바움 공사장 뒤편으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구 명예회장 저택이 있다. 구 명예회장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차 한 대 정도 지나갈 수 있는 도로가 나 있다. 공사장 인부에게 물어보니 아펠바움 공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도로가 생겼다고 한다. 도로 입구 표지판에는 ‘등산로가 아니므로 올라가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궁금한 마음에 길을 따라 올라갔다. 나무 숲 속에 가려진 구 회장의 저택이 조금씩 드러났다. 가까이 가자 마당에 있는 진돗개 두 마리가 더욱 사납게 짖는다.
열린 대문 사이로 예쁘게 꾸며진 정원과 조각상이 보였다. 그때 한 경비원이 나오더니 “무슨 일로 왔느냐”며 출입을 막았다. 구 회장은 집 바로 앞에 집 한 채를 더 짓고 있다.
SK건설은 인근에 주택단지 산운 아펠바움도 선보일 계획이다. 국사봉 밑자락이다. 아직 공사 펜스만 쳐져 있다. 전용면적은 176~311㎡로 분양가는 30억원대 후반에서 최고 80억원에 달한다. 특징은 단독주택형 게이티드 하우스로 지어진다는 점이다. 게이티드 하우스란 외부인과 외부차량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 입주민들이 건물 내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고급 주거단지를 의미한다.
정용진 부회장 집 땅값만 100억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한남동에서 서판교 부근으로 지난해 10월 이사했다. 남서울CC 근처로 이사했다는 얘기를 듣고 알음알음 찾아갔다. 길을 잘못 빠져나가 대장동으로 갔다. 이곳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한산했다. 1시간을 헤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마트폰에 정 부회장의 이름을 검색했다. 놀랍게도 한 개인 트위터에 정 부회장의 집 주소가 소개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