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화요일 비, 맑음. 아침 6시에 일어났다. 벌써 밖은 훤하다. 바다에서 드는 동해를 바라보고 싶었는데, 창문을 열어보니 벌써 햇살이 강하다. 밝고 깨끗한 날이다. 창밖에 우리 차가 얌전히 주차해 있다. 주방에서 소고기 볶음과 함께 아침을 해결했다. 7시 20분에 숙소를 나섰다. 50번 도로를 달려가다가 5번 도로로 들어섰다. 잘 달리던 도로가 곡선으로 이어지더니 산길을 올라간다. 비가 좀 내린다. Mangorewa Bridge 앞 공터에 잠시 차를 세웠다. 옛날 이 험한 고갯길을 넘어가려면 말이나 사람이나 이곳에서 연료를 보충하고 도 넘어갔단다. Re-fueling 통이 있다. 이것도 유물인가보다. 흐르는 계곡물을 보러 잠시 내려가 보니 다리 밑이다. 물살이 제법 거칠게 흘러간다. Mangorewa Track, start 600m 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린다. 산을 넘어가는 차들이 별로 없다. 또 차를 몰아 타우포로 들어갔다. 스쳐간 도시라 낯익다. 5번 도로를 계속 달려 로토루아 에 도착했다. 로토루아는 연료 값이 다른 도시에 비해 좀 저렴하다. 주유소를 찾아 들어가 기름을 가득 넣었다. 로토루아도 이제는 편한 도시가 되었다. 호수를 끼고 돌다가 36번 도로에 들어서서 Tauranga 방향으로 계속 달려간다. 타우랑가에 다가오니 고속도로가 나타나고 통행료를 받는다. 직원이 부스에 앉아서 요금을 받는다. 우리의 민자 고속도로인 것 같다. 도로는 이제 막 개통된 도로 같이 새 것이다. 타우랑가 시내에 들어서니 12시다. 한가한 도로변에 주차를 했다. 무료 주차장이다. 종합 운동장이 보인다. 운동장 주변은 공원으로 거목들이 듬성듬성 연륜을 자랑하고 있다. 길 건너편은 법원인가보다. 정면 벽에 멋진 문장이 걸려있다. 문장에는 이주민과 원주민의 모습이 있고 왕관이 보인다. 걸어서 시내 중심가를 찾아간다. 타우랑가는 북쪽 해안에 있는 도시다. 걸어서 ⓘ 앞으로가니 인터시티 버스가 한 대 서 있다. 도서관도 있다. 거리는 깨끗하고 바다와 어울려 있고 정박해 있는 작은 요트들이 많다. 건너편에는 긴 다리도 있다. 성탄 츄리가 크게 만들어져 있다. 여름에 보는 성탄 츄리는 또 다른 맛을 준다. 깨끗한 건물 상가 앞에는 빨강색 커다란 하이힐이 있는데 의자만큼 큰 의자다. 하스구와 배수구가 다른가 보다. 도로가에는 Drains only for rain 이라는 글씨가 예쁜 물고기와 함께 씌어 있다. 환경 보호에 철저한 이들의 의식을 찾을 수 있는 장면이다. 시간의 여유 없이 발로 걷는 여행자는 별로 할 일 없는 도시다. 바닷가 방파제를 걸어 시내를 둘러본 후 다시 우리 차에 왔다. 타우랑가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먹은 점심이 이상했나보다.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간다. 공설운동장으로 들어서니 멀리 화장실 건물이 보인다. 잔디가 잘 가꾸어진 넓은 운동장이다. 서둘러 화장실에 들어서니 외지고 사람도 없는 화장실에 휴지까지 갖추어진 깨끗함에 놀라웠다. 이래서 잘 사는 나라인가 보다. 도시 구석구석 잘 가꾸어진 모습에 놀랄 뿐이다. 속이 편하다. 다시 차를 몰아 숙소를 구하려 맘먹은 코로만델 반도의 Tairua 라는 마을로 향했다. 2번 도로를 달리다가 25번 도로로 접어든다. 코로만델 반도는 하우라키만을 사이로 하여 오클랜드와 마주보듯이 뻗어있는 그다지 크지 않은 반도이다. 이 반도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속세를 벗어난 소박한 자연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반도 중앙에는 코로만델 산맥이 길게 누워있고 그 일대는 밀림이 그대로 덮여있다. 해안선은 반도의 서쪽과 동쪽이 다르다. 서쪽은 전반적으로 산이 뻗어있는 거친 분위기인데 비해 동쪽은 보다 완만하게 풍경이 펼쳐져 해수욕하기에 알맞은 조용한 해변이 곳곳에 있다. 코로만델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인가는 점점 적어지고 콜빌을 지나면 인적이 드문 해안이 길게 이어져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지금은 풍요로운 자연의 혜택을 받은 뉴질랜드의 소박한 들판 풍경을 보여주는 코로만델 반도이지만 예전에는 다양한 역사가 있었다. 특히 1800년 초반의 개척 시대에는 이 땅에 많은 카우리 거목이 목재로 벌채되어서 삼림이 황폐화 되었다. 그 후 1825년에 템스의 오지에서 금이 발견되자 골드러시가 일어나서 인구가 급속하게 팽창하였고 이와 더불어 토지도 황폐화 되었다. 마침내 그러한 혼잡함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잃어버린 자연을 복구하기위하여 노력했다. 삼림지대의 대부분은 코로만델 삼림 공원으로 보호대상이 되었고, 트래킹이나 산책, 캠핑 등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서 많은 투어객들과 접하게 되었다. 탄성을 지를 정도의 절경이 이어지지도 않고 결코 근사한 곳도 아니다. 그러나 소박한 자연 풍경을 보노라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곳이다. 키위 농장에 잠시 섰다가 드디어 우리는 타이루아에 도착했다. 오후 4시 30분이다. ⓘ에서 추천해 주는 숙소를 찾아갔다. ⓘ의 직원들은 참 친절하다. 숙소는 타이루아 마을 입구에 있는 The Beach Villa Tairua Backpackers다. 예쁜 정원과 강이 끝나는 바다가 보이는 멋진 경관을 갖고 있는 곳이다. 밀물이라 흐르는 강과 더불어 모래 바닥이 드러나 보인다. 아직 해가 질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 타이루아의 Paku hill을 올라가 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건너편에 보이는 삼각형 산이다. 삼가형의 섬처럼 보이는 곳이다. 차를 몰아 드라이브하듯이 산을 향해가니 이정표가 잘 되어있다. 바닷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을 오른다. 돌산이라 별로 지겹지 않지만 경사가 심하다. 숲이 우거지고 길이 좁다. 힘겹게 10여분을 오르니 정상이다. 정상에는 지질표시 기준점을 나타내는 설치물이 있다. 사방이 탁 트인 전망이 좋고 시원한 곳이다. 바다도 보이고 강도 보이고 멀리 있는 섬과 가까이 있는 마을도 다 보인다. 타이루아 건너편의 작은 마을 파우아누이는 좁은 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두 개의 작은 마을이다. 양쪽 사이에는 페리로 연결되는데 물이 밀려갈 때는 수영해도 될 것 같은 거리이다. 멀리를 보면 우거진 삼림에 덮여 있는 구릉 지대가 펼쳐지고 트래킹도 많이 한단다. 긴 백사장이 너무 평화로워 보인다. 바다를 향해 보트들이 나간다. 우리 숙소도 보인다. 앞 바다는 길고 넓고 얕고 조용하다. 뒷 바다는 짧고 거칠고 깊어 보인다. 천천히 산을 내려와 주차장에 가니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가족이 다 나와 보기 좋다. 낚시도 고급스러워 보인다. 뒷 바다로 걸어가니 해변에 꼬마들이 있고 바다는 서핑객들이 20여명 멀리 보인다. 거친 파도에 대를 기다리며 수영해 들어가다가 파도를 만나면 타고 나오는데 멋지다. 해변에는 검은색 빨강부리 새가 서 너 마리 놀고 있다. Paku hill 앞의 절벽으로 걸어가려고 산책길을 간다. 길은 좁고 생각보다 멀어 그냥 돌아 나왔다. 숙소로 돌아와 일단 저녁을 먹었다. 숙소는 문이 없어 오픈되어 있다. 바다를 보면 소고기를 볶아 밥을 먹었다. 사과와 자두 말린 것을 함께 먹으니 배부르다. 다시 마을을 산책하러 나왔다.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니 바쿠힐이 섬처럼 보인다. 마을 ⓘ 앞에는 버스가 있는데,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하다. 해변 가의 잔디밭이 예쁘게 가꾸어져 있다. 별장같이 예쁜 집들이 듬성듬성 있다. 인도계 대가족이 12인승을 타고 와서 저녁식사를 거나하게 먹고 있다. 갈매기들도 엄청 몰려와 행여 음식 부스러기를 먹을까 해서 기웃거린다. 그네에 앉아 바다를 보며 흔들어보니 너무 분위기가 좋다. 살랑 부는 바다 바람이 시원하다. 남 섬에 비해 북 섬은 확실히 덥고 풍요로워 보인다. 저녁이 이제 되는지 날이 어두워진다. 작은 다리위에서 동네 꼬마들이 수영복을 입고 다이빙을 한다. 정말 깨끗한 물에 풍요롭다. 강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깨끗하고 조용한 마을이다. 낡은 커텐을 치고 잠자리에 든다. 아내와 둘 밖에 없어 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