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렬의 생태이야기]
(32) 숲에서 만나는 새를 보다
입력 2017.09.28 15:31
기자명 윤병렬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들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참새, 까치, 까마귀, 직박구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비둘기 같은 새들은 대체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심이나 공원 같은 곳에서도 꽤 흔하게 볼 수 있다. 때로는 농작물을 해쳐 미움을 받기도 하지만 집 가까운 곳에 둥지를 틀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숲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다. 자세히 들어보면 숲에 깃들어 사는 수많은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다. 어떤 새들이 있을까?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가수 조용필의 노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꾀꼬리는 여름 철새다. 약간 늦은 봄쯤 우리나라를 찾아와 가을이 시작될 무렵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간다. 꾀꼬리는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밤나무, 오동나무같이 잎이 넓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짓는다. 몸 색깔이 화려한 노란색이라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모양이다. 숲에서 꾀꼬리를 찾기가 무척 어려운 이유다. 꽤 높은 곳. 두 갈래로 갈라진 나뭇가지 사이에 풀잎, 노끈, 비닐 같은 재료를 이용해 튼튼하게 집을 만든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동여맨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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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줄박이.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녹음이 짙어가는 5월이나 6월쯤에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 같은 아름다운 꾀꼬리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번식기 때 들을 수 있는 꾀꼬리 소리다. 그런데 새끼를 키우는 시기에는 날카로운 경계음을 내며 숲속을 소리 없이 날아다니기도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 다가가면 더욱 큰 소리로 '꽥~~~'.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인다. 지난여름 진해만 생태 숲에서 꾀꼬리를 만났다. 둥지에서 알 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새끼가 태어났을 즈음 다시 찾았다가 아주 위협적인 공격을 받았다. 사람을 향해 폭격기처럼 날아와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아마도 둥지 떠난 새끼가 가까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치는 아주 영리한 새다. 도토리를 저장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새 울음소리를 흉내 내기도 한다. 심지어 사람 소리를 따라 하는 어치도 있을 정도다. 숲에서 이상한 야생동물 소리를 들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경우엔 어치 소리일 가능성이 크다. 나뭇가지에 앉은 어치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소리의 행방을 찾는 좋은 방법이다. 어치는 도토리 전체를 삼켜서 소화시킨다. 저장해 놓은 도토리를 찾지 못할 경우 그 도토리는 이듬해 싹을 틔워 숲의 일원이 된다. 숲을 다양하고 건강하게 하는 참 고마운 새가 어치다.
멧비둘기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뒷산 언저리 부근에 둥지를 짓는다. 주로 나지막한 소나무 가지 위에 엉성하게 집을 만든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알이 떨어질 것같이 아슬아슬한 둥지들도 보인다. 알은 딱 두 개만 놓는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아이들에게는 멧비둘기 고기를 먹이지 않았다. 멧비둘기처럼 아이를 둘 밖에 못 낳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형제자매가 보통 넷 정도였던 시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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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꾀꼬리.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멧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자 사랑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구구대며 우는 부부 새의 모습에 다정함이 듬뿍 묻어나기도 한다. 멧비둘기 어미 새는 새끼들에게 아주 특별한 이유식을 먹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어날 때는 노란 깃털이었다가 크면서 어미 새와 같은 깃털로 바꾸게 되는데 노란 깃털 시기에는 포유류의 젖과 비슷한 액체를 토해내서 먹이는 것이다. 어른들이 멧비둘기 어린 새끼는 키우기 어렵다는 말을 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특성 때문이었다. 더욱 특이한 것은 암수 모두 이런 특별 이유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부모의 자식 사랑이 얼마나 위대하고 정성스러운지를 알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멧비둘기는 콩과 같은 식물성 씨앗을 좋아하는 새다. 다른 새들은 잠자리나 애벌레 같은 동물성 단백질을 주된 먹이로 하는데 비해 멧비둘기는 평생 다양한 씨앗 종류를 먹이원으로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새들은 곤충이나 애벌레가 많이 나오는 여름철에 번식하는 반면에 멧비둘기는 겨울이 끝나가는 2월쯤부터 번식기에 들어간다. 그리고 두 개의 알에서 태어난 새끼가 어른 새가 되면 곧바로 번식을 하게 된다. 아주 추운 겨울철만 제외하면 일 년 내내 번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주변 밭이나 논에서 무리 지어 먹이를 찾는 멧비둘기들이 그렇게 많은 이유가 바로 번식 특성에 있었던 것이다.
멧비둘기는 연중 대여섯 차례에 걸쳐 두 개의 알을 낳는다. 그리고 첫째 배의 알이 부화하고 나면 새끼 기르는 일은 수컷에게 맡기고 암컷은 둘째 배의 알을 낳아 부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 속도도 빨라 새끼들도 금방 크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한 쌍으로 시작한 멧비둘기 부부는 1년에 50마리 이상으로 불어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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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멧비둘기.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동네 뒷산을 걷다 보면 수십 마리가 무리 지어 다니며 먹이를 찾는 새들을 볼 수 있다. 오목눈이,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등이다. 덩치가 작은 새들은 떼로 몰려다니면서 새매 같은 천적의 공격도 피하고 효율적으로 먹이를 사냥하는 특징이 있다. 오목눈이는 '찌리 찌리'하는 울음소리를 낸다. 나뭇가지 사이를 요리조리 날아다니며 먹이 활동을 한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는 특성 때문에 사진 찍기가 무척 어려운 새 중 하나다. 겨울철에는 간혹 단풍나무 수액 먹는 오목눈이를 관찰할 수 있다.
사람과 가장 가까이 지내는 새는 제비, 참새, 딱새 등이 있다. 딱새는 시골집 처마 밑이나 찬장 구석에도 둥지를 튼다. 심지어 세워놓은 자동차 발판에 둥지를 트는 녀석도 있다. '딱딱딱' 소리를 내는 특징이 있어 딱새로 불리는 새다. 봄이 되면 예쁜 노랫소리로 짝을 찾는 딱새를 볼 수 있는데 소리 나는 근처에 둥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메달아 놓은 인공 새집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곤줄박이도 그런 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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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컷 딱새.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작은 새들로는 곤줄박이, 박새, 쇠박새, 진박새, 노랑턱멧새, 동고비 등이 있다. 쇠딱다구리, 오색딱다구리, 청딱다구리, 큰오색딱다구리도 제법 흔하게 볼 수 있다. 모두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 텃새들이다. 여름 철새로는 꾀꼬리, 파랑새, 큰유리새, 소쩍새, 쏙독새, 팔색조, 호랑지빠귀, 흰배지빠귀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새들 가운데 텃새는 약 90종, 여름 철새는 약 80종, 겨울 철새는 약 130종, 나그네 새는 약 130종, 길 잃은 새는 약 100종으로 총 530여 종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사는 텃새들이 좋아하는 먹이 식물들
새마다 좋아하는 먹이식물이 있다. 새의 부리 모양과 크기, 서식 장소에 따라 다름을 알 수 있는데 주로 먹는 먹이식물은 28종. 소나무, 팽나무, 노박덩굴, 찔레꽃, 주목, 사철나무를 특히 좋아한다.
팔손이나무 - 황여새, 직박구리, 지빠귀류
벚나무 - 물까치, 동박새, 찌르레기, 멧비둘기, 꿩
주목 - 곤줄박이, 어치, 콩새, 흰배지빠귀, 황여서
마가목 - 직박구리, 지빠귀류
멀구슬나무 - 물까치, 직박구리, 찌르레기, 까마귀, 큰부리까마귀
팽나무 - 동박새, 찌르레기, 물까치, 지빠귀류
붉나무 - 동박새, 직박구리, 어치, 까마귀, 멧비둘기, 지빠귀류
산딸나무 - 직박구리, 물까치, 지빠귀류
때죽나무 - 곤줄박이, 콩새, 멧비둘기, 까마귀
사스레피나무 - 휘파람새, 동바새, 물까치, 멧새, 방울새
감나무 - 찌르레기, 지빠귀류, 동박새, 오목눈이, 방울새, 휘파람새
꽝꽝나무 - 직박구리, 물까치, 꿩, 지빠귀류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mrbin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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