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위가 사람도 동물도 잡았다.
전국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온열 환자가 속출하고 가축과 양식 어류 폐사도 급증하고 있다.
행안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 누적 온열 질환자 (14일 오후 11시 기준)는 전날보다 88명 늘어난 250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가 2200명이었던 데에 비하면 303명이 늘었다. 사망자는 22명이다.
폭염일수도 늘고 있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6.1일로, 2023년 12.0일에 비해 4.1일 길다.
무더위로 인한 가축과 양식 피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날까지 폐사한 가축은 77만9000마리 (돼지 5만1000마리, 육계 등 가금류 72만8000마리), 양식 피해는 103만8000마리로 집계됐다. 양식 어가 93곳에서는 조피볼락 56만9000마리, 강도다리 27만6000마리, 넙치 등이 19만3000마리가 폐사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유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17개 시도에서 약 4000명이 비상근무를 하며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등 폭염에 대응 중이다.
○ 빙심옥호(氷心玉壺)라...
요즘처럼 더위가 극심해지면, 불쾌지수가 올라가면서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고 짜증이나기도 한다. 열대야에 잠도자기 힘들고 끝없이 흐르는 땀에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더위를 식혀주는 대표적인 게 얼음이다. 그 시원한 얼음을 마음속에 간직한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방심옥호다. (氷 얼음 빙, 心 마음 심, 玉 구슬 옥, 壺 병 호)
빙심옥호(氷心玉壺)는 ‘얼음같이 맑은 마음이 티 없는 옥 항아리에 담겨 있다’는 뜻으로, 마음이 한없이 맑고, 티 없이 깨끗함을 뜻한다.
당나라 시절 왕창령(王昌齡, 698∼756)은 수도 낙양(洛陽)에서 근무하다가 강소성(江蘇省) 어느 시골로 좌천되어 있었는데, 친구 신점(辛漸)이 낙양(洛陽)으로 떠나니 그를 전송하면서 칠언절구를 지었다. 그 시가 ‘부용루 송 신점(芙蓉樓送辛漸), 부용루에서 신점을 보내면서’인데 바로 이 시에 빙심옥호가 나온다.
한우연강야입오(寒雨連江夜入吳)
찬비는 장강에 내려 오나라로 흘러가고
평명송객초산고(平明送客楚山孤)
새벽에 벗 보내는 초나라 산이 외롭네
낙양친우여상문(洛陽親友如相問)
낙양의 친구들 내 소식 묻거든
일편빙심재옥호(一片氷心在玉壺)
한조각 얼음처럼 맑은 마음으로 병 속에 잠겨 있듯 지낸다 전해주오.
얼음과 같은 마음이 병에 담겨있다는 것은, 청결(淸潔)함과 청아(淸雅)함의 인품을 말한다. 그늘진 구석이 없으며, 자신의 탐욕을 없애 깨끗하고 우아한 경지에 닿은 사람을 표현하는 말이다.
인공적으로 얼음을 만들지 못했던 옛날, 6세기 초 신라에는 이미 석빙고라 하여 땅속 깊이 갱을 파고 내벽을 돌로 쌓아 올려서 얼음의 용해를 방지하는 특수한 저장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또 조선시대에는 (1396년(태조 5)∼1894년(고종 31)까지는) 한강 하류 두모포(豆毛浦)에 1개의 얼음창고를 두어 국가 제사에 사용하는 얼음을 보관하였는데, 이것을 동빙고라 하였다.
또한 별도로 8개의 얼음창고를 두어 왕실의 주방용과 고관들 배급용으로 충당하였는데, 이것을 서빙고라 했다.
얼음이 어찌 동빙고, 서빙고에만 담겨있겠는가? 우리들 마음속에도 시원히 담겨있다. 마음이 맑고 티 없이 깨끗함을 뜻하는 빙심옥호(氷心玉壺). 더운 여름이지만, 얼음같이 쨍하는 청아한 마음이면 바깥의 더위쯤이야 웃으면서 날려 보낼 수 있지 않을까?
○ 벌빙지가(伐氷之家)라...
유난히 무더운 날씨지만 그나마 버틸수 있는 것은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얼음 동동 띄운 녹차, 커피, 음료수, 팥빙수에 그래도 더위가 조금은 달아난다.
얼음과 같은 마음을 담아 더위를 이기자고 하는 마음이 '빙심옥호'라 했는데, 그 얼음을 입에 물고 있으면 더욱 시원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사실 지금에서 굉장히 흔한 얼음과 이를 만드는 냉장고는 굉장히 귀한 것이었다. 신라의 석빙고 조선의 동서빙고가 있었지만, 중국의 춘추 전국시대에는 여름에 얼음을 떼어 먹을 수 있는 집안은 한정이 되어 있었고, 이런 집안을 가르켜 벌빙지가(伐氷之家)라고 불렀다.
(伐 칠 벌, 氷 얼음 빙, 之 갈지, 家집 가)
'대학(大學)'에 나오는 이 말은 중국 주(周)나라 때 장사(葬事)나 제사에 얼음을 쓸 자격(資格)이 있는 경대부(卿大夫) 이상의 집으로 문벌(門閥)이 높고 고귀한 집안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전기 문명의 발달로 냉장고가 보급되어 거의 모든 집안이 벌빙지가가 되었다.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생기는 기화열을 이용한 인공냉동법 체계를 처음 완성한 이는 1748년 영국 '글래스고' 대학에서 알코올의 일종인 에틸에테르를 반(半) 진공상태에서 기화시켜 냉동시키는 데 성공한 '윌리엄 컬런'이다.
그 후 90여 년 만인 1834년, 68세의 영국 발명가 '제이콥 퍼킨스'는 얼음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압축기를 특허 등록하게 된다. 퍼킨스는 압축시킨 에테르가 냉각 효과를 내면서 증발했다가 다시 응축되는 원리를 이용했는데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가정용 냉장고의 기본 원리이다.
그리고 이런 원리와 특허들이 뭉치고 뭉쳐 1862년 드디어 “냉장고의 아버지” '제임스 해리슨'이 나타난다. 이후 1915년, '알프레드 멜로우즈'가 가정용 냉장고를 만들게 되고, 1918년 GE가 이를 인수하여 대량생산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65년에 최초로 국내 개발 생산되었다.
여름에 얼음을 떼어 먹을 수 있는 집안을 일컫는 벌빙지가(伐氷之家), 이제 냉장고 덕분에 우리 모두가 벌빙지가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이 더위 조금만 더 여유있게 참아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