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2021.12.10.)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장크 상페 그림
도서출판 열린책들(1996)
흐린 겨울날 의정부에서(숭문당) 96.12.22 김영복
파트리크 쥐스킨트
연약한 체격, 지나칠 만큼 반짝거리는 가느다란 금발에다 유행에 한참이나 뒤떨어진 스웨터 차림의 남자.
이 사람이 바로 전세계 매스컴의 추적을 받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이다.
1949년 독일 암바흐에서 태어나 뮌헨 대학과 엑 상 프로방스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그는 일찍이 시나라오와 단편을 섰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34세 되던 해 작은 극단의 제의로 쓴 콘트라베이스가 성공을 거두게 된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인 한 예술가의 고뇌를 그린 남성 모노드라마인 이 작품은 희곡이자 문학 작품으로서 우리 시대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러한 관심 속에서 그는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장편소설 향수(1985)를 발표한다.
냄새에 관한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 그르누이가 향기로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기상천외한 이 소설은 발표되자마자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30여개 언어로 번역 소개되고 천만 부 이상이나 팔려나간 이 소설은 작가에게 이미 수십억을 안겨 주었다. 지상 최고의 향수를 위해 스물다섯 차례에 걸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주인공 그르누이의 악마적인 그러나 한편으론 천진스럽기조차 한 짧은 일대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 작품의 매력은 냄새, 즉 향수라는 이색적인 소재에서 이끌어낸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과 위트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향수의 대대적인 성공에도 아랑곳없이 이 괴이한 작가 쥐스틴트는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고 사진 찍히는 일조차 피하고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 발설한 사람이면 친구, 부모를 막론하고 절연을 선언해 버리며 은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평생을 사랑과 죽음 앞에서 도망치는 별난 인물을 그린 좀머 씨 이야기(1991)를 발표하여 또 한번 전 세계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외치며 자꾸만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려고만 하는 좀머 씨의 모습을 가난한 은둔자로 살아가는 쥐스틴트 자신의 기이한 삶의 행로를 떠올리게 한다.
첫댓글 좀머씨 읽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