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산 자생화 공원에서 시작하는 외씨버선길 7코스 치유의 길은 근대화 건축물에 먼저 놀라면서 시작합니다. 일제 강점기 때 대량으로 채광된 원석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도입되어 만들어진 용화광산의 선광장은 산자락을 따라 경사를 가진 계단 형태로 조성된 얼마 안 남은 근대 선광장으로 1939년부터 약 40년간 금, 은, 동, 아연 등을 제련하던 현존 국내 유일의 선광장입니다. 씁쓸한 역사의 단면이자 1994년 폐광전까지 근대화 발전에 이바지한 시설로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복잡하게 합니다. 다만 이곳의 화학성 독성물질로 오염되어 풀이 자라지 못하고 하천 수질이 오염되었던 과거를 뒤로하고 오염원을 밀봉 매립하여 자생화 공원을 조성한 것은 치유의 길에 잘 어울리는 시작입니다.
고대유적같은 모습의 현존 국내 유일의 선광장인 일월용화광산의 모습
삐진듯한 표정의 해학적인 일월산대장군
조금 이른 가을이지만 활짝핀 코스모스
외씨버선길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덩그러니 쓸쓸하게 놓여 있는 모습의 삼층석탑을 마주하게 됩니다. 조금은 안타까운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용화동 삼층석탑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8호로 통일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중요한 문화재입니다. 보는 이 없이 묵묵히 지켜온 세월이 더 좋았을지, 외씨버선길이 조성되어 길을 찾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어서 더 기분이 좋아졌을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더욱 긴 세월 잘 보존되었으면 합니다.
농지에 위치해 있는 용화동 삼층석탑
울진 삼척지역 북한의 무장간첩 침투 시 산속 화전민을 정부의 이주정책에 의해 건축된 집입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지 된 집인듯하여 깨진 유리창 사이로 살짝 보았더니 이제는 거친 세월을 지나 창고로 쓰이는 듯합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두려움과 혹은 희망으로 생활했던 그때를 기억하고 있겠죠.
아빠. 아직도 늦은 밤에 술을 드시나요... 영양군이라는 포스터에 머쓱한 쓴웃음을
난방연료를 100% 나무로만 사용한다는 주변 민박집 장작이 켜켜이 쌓여 있다.
용화 2리 마을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무협지에서 흔히 나오면 어울릴법한 이름인 일월산, 검마산같이 용화라는 마을 이름도 신라 때 이곳의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는데 구룡 모두 하늘로 올라가고 고려 때 구룡이 하늘로 올라간 이곳에 용화사라는 절을 지어 땅이름 또한 용화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구룡의 기운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년 시절 읽던 무협지의 기연을 기대해 보면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일월산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마지막 마을로 고사리와 참나물, 송이, 더덕으로 마을의 소득을 올리고 있으니 혹시라도 손을 대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용화리 입구 흐르는 시냇물에 잠시 시각과 청각을 빼앗기고 있다
온전한 숲길로 들어가는 입구. 보는 것만으로 피톤치드가 들어오는 느낌
대티골 방향으로 걷기 좋은 길이 나있다
길 중간중간 세심한 배려가 보인다
대티골 입구로 향하는 반변천을 따라 걷는 길은 아직 이곳이 야생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얽히고설킨 나무들을 헤치고 좁은 길을 지나가면서 어느새 느긋했던 마음이 살짝 긴장되기도 하지만 기분 좋은 땀과 함께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이내 저도 모르게 '이야' 하는 낮은 감탄을 하며 지나갑니다.
노랗게 피어있는 금계국
이름은 몰라도 아름답게 핀 들꽃 덕분에 자주 발걸음을 멈춘다
긴 바지가 유용했던 구간. 특히 국내 트래킹 시 가급적 긴 바지를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녀탕에 도착해서 손을 담가보면서 그 시원함에 자리 깔고 눕고 싶은 마음 가득했지만 더 한 즐거움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길을 갑니다. 돌아와 글을 쓰면서 생각이 드는 건 뜨거운 여름 7구간을 거꾸로 걷는다면 자생화 공원 도착지가 얼마 남지 않은 이곳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면서 힐링을 하는 것도 참 좋은 치유의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시원한 물에 잠시 손도 담그고 쉬어가기
최근 비가 좀 와서인지 조금은 힘찬 물줄기도 만날 수 있다
잠시 큰길로 나오는가 싶더니 일월산 등산로 표지판을 지나 치유의 길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니 아름다운 숲길 입구가 나옵니다. 아름다운 숲길은 경사도가 완만하고 노폭이 넓어서 천천히 산책하며 걷기 좋은 길입니다. 가족과 함께라면 속상했던 마음도 이야기해보고 연인과 함께라면 미래를 꿈꾸며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이번은 함께한 후배의 작으면 작고 크면 큰 걱정도 듣고 조언과 함께 나이 먹은 아저씨의 잔소리도 하고 젊은 친구들의 생각도 많이 들으면서 브로맨스를 느끼면서 걸을 수 있었습니다. 이왕이면 다음에는 나 같은 아저씨 말고 애인과 함께 오기를 빌어 주면서.
아름다운 숲길 입구에 만들어진 외씨버선길 조형물
주변으로 산속에 파묻힌 마을이 보인다.
두 번째 쉼터에 다다르니 아직 몸이 피곤하진 않아도 왠지 잘 만들어진 쉼터에서 쉬어가고 싶은 마음에 털썩 주저앉아 봅니다. 현실의 삶에서 쉬어가야 할 것 같은 곳에서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없는 일상생활이 어찌 보면 참 우습기도 하고 그게 머라고 바쁘게 스스로 재촉만 하는지. 이런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경치 좋은 곳에서 쉬고, 이야기가 재미나면 잠시 멈춰 서서 웃고, 볼거리가 있으면 한참을 감탄하며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게 그게 삶이고 인생인데…
순식간에 도를 깨친 것 같은 착각을 해 봅니다.
곧게 뻗은 나무들을 보기만 해도 피톤치드에 힐링 되는 느낌
두 번째 쉼터. 무조건 앉아보길. 안 쉬어갈 수가 없게 편안하게 만들어져 있다.
옛 국도 이정표. 영양 28km라는 빛바랜 이정표가 보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일월산에서 캐낸 광물물을 옮기 위한 수탈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도 31호선이며 60년대 들어 국유림의 벌목이 활기를 띠면서 삶의 현장이 되었던 도로. 자연과 길은 변한 것 없이 그대로이지만 그 길을 다니는 이들의 목적과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달라진 아름다운 숲길이 된 현재. 앞으로도 자연의 시간이 더욱 켜켜이 쌓여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몸과 맘을 잠시 쉬어가며 치유할 수 있는 숲길이기를 상상해 봅니다.
빛바랜 영양을 나타내는 이정표.
시간이 된다면 치유의 길을 잠시 벗어나 대티골을 좀 더 걸어도 좋을듯하다.
어느덧 걷다 보니 봉화군 소천면을 알리는 푯말을 보고 이제 그 길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생각이 듭니다. 그다음부터는 마을과 인접하게 되는 임도가 나오면서 주변을 살펴보면서 차분하게 함께 걷는 이와 이야기를 마무리하면 딱 좋을 만큼의 거리입니다.
봉화군 소천면을 알리는 표지판
둘이 찍을 기회가 없었으니 반사경을 이용한 한 컷
외씨버선 길 영양구간 일곱째 길 치유의 길.
걷는 내내 힘들지 않게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휴식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긴 시간 그곳에 그대로 있었던 자연과 더불어 근대화의 흔적들. 그리고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의 삶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던, 그래서 더욱 정감있게 편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길 자체가 난이도가 평이하기에 주변을 좀 더 둘러볼 수 있었고 조금씩 몸이 달아오르는 편안한 느낌으로 함께 걷는 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몸과 마음, 눈과 귀를 치유하기에 좋은 곳 걷기 좋은 외씨버선 길 7구간이었습니다.
비밀의 문 같은 울창한 우림을 가진 외씨버선 길 7구간
곧게 뻗은 소나무들로 웅장함을 뽐내는 외씨버선 길 7구간
숲과 함께 공존하는 마을 주민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외씨버선 길 7구간
표지판이 나올 때면 의례히 기대되던 시 중에, 무심코 읽었지만 턱하니 마음에 와닿는 시 한 편으로 마무리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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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문답 - 조지훈-
새벽닭 울때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 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능가
마당 가 멍석자리 쌉살개도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워서 드렁드렁 코를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 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가 아능가
구름 속에 들어가 아내랑 밭을 매면
늙은 아내도 이뻐 뵈네
비온 위 앞개울 고기
아이들 데리고 낚는 맛을
자네 태고적 살림이라꼬 웃을라능가
큰일한다고 고장 버리고 떠나간 사람
잘 되어 오는 놈 하나 없네
소원이 뭐가 있능고
해마다 해마다 시절이나 틀림없으라고
비는 것 뿐이제
마음 편케 살 수 있도록
그 사람들 나라일이나 잘 하라꼬 하게
내사 다른 소원 아무것도 없네
자네 이 마음을 아능가
노인은 눈을 감고 환하게 웃으며
막걸리 한 잔을 따뤄 주신다.
예. 이맛을 알만 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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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퇴근하는 길. 외씨버선 길 기억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잔해야겠습니다.
▶ 걷는 거리
약 8.3km
실제 걸은 거리 : 9.14km
▶ 걷는 시간
약 3~4시간
실제 소요 시간 : 2시간 40분 (휴식시간/사진촬영시간 포함)
▶ 난이도
하
▶ 걷기 순서
시점 : 일월산자생화공원 - 경상상북도 영양군 영양로 4124
종점 : 우련전 -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남회룡로 790
▶ 교통편
영양시외버스터미널 에서 용화리 방면 버스를 타고 일월산 자생화공원 에서 하차(1일:4회운행)
우련전 교통정보 : 일곱째길 종점인 우련전은 영양읍으로 가는 노선버스편이 없으므로 영양읍으로 돌아가고자 할때는 영양택시를
이용하거나 시점인 일월자생화공원에서 노선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영양택시 : 054-682-0053
영양버스터미널 : 054-683-2213
내비 : 일월자생화공원
(좌) GPS 경로 (우) 고도차정보
▶ 주변 관광지
검마산자연휴양림
- 잘 가꿔진 시설과 함께 최근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자연휴양림으로 새롭게 개장하면서 캠핑으로 1박 하기 좋은 곳이다.
자연 속 적절한 조형물로 편의와 풍경 모두를 잡아낸 휴양림이다.
반려견 캠핑이 가능해 반려견 있는 분들은 더욱 좋아할 곳이다.
영양반딧불이천문대
-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아이들과 연인과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으로 특히 8월과 9월에 걸쳐 반딧불이 활동하는 계절에 열리는 영양반딧불이 축제 때 볼 수 있는 반딧불이는 감성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풍경이다.
천문대는 야간개장에 방문하는 게 더욱 매력적이다.
반딧불이축제때는 빛나는 풍선을 날리는 행사도 진행된다. 밤하늘에 별이 올라가는 느낌
▶ 주변 먹거리
예천가든
- 다덕약수관광지에 위치한 닭불고기 전문점으로 탄산약수로 만드는 백숙과 직접 불에 굽는 닭고기 숯불구이.
탄산약수로 만든 백숙
직화로 구워내는 닭 숯불구이. 술안주로 딱이다.
▶ 문의 전화
경북북부연구원 054-683-9282, 683-0031
첫댓글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