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사로잡은 한국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성공 비결은?
2021-03-12 호주 멜버른무역관 강지선
- 한국 떡볶이 프랜차이즈 기업 최초로 호주 멜버른 매장 오픈 후 3호점 준비 중 -
- 현지화된 메뉴와 온오프라인 마케팅으로 월 매출 지속 상승세 -
코로나19 대유행과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 중 하나인 호주 외식 업계는 정부 규제가 완화되면서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IBIS World에 따르면, 호주의 외식시장 규모는 2021년 회계연도 기준 185억 호주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식당 운영이 제한되면서 15%의 하락세 나타냈으나 올해 5.1%의 성장률을 보이며 다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비대면을 선호하면서 온라인 음식 배달 수요가 증가했으며 프랜차이즈 기업을 주축으로 배달 및 포장 음식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했다. 호주인들 사이에서도 건강한 식생활이 트렌드이지만 편리함을 강점으로 햄버거, 피자, 치킨 등은 여전히 인기있는 메뉴로 꼽힌다. 또한 호주에서는 외식을 놀이 또는 문화 경험으로 즐기는 푸디(foodie) 문화가 확산, 새로운 음식을 맛보기 전 온라인 리뷰를 확인하거나 인플루언서인 푸디가 Facebook, Instagram과 같은 SNS를 통해 공유한 메뉴와 분위기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이에 따라 현지 음식점에서는 온라인 마케팅에도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한식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진출 확대
호주 Hospitality Magazine의 Eating Out in Australia 설문조사에 따르면, 호주에서 인기있는 해외 음식은 이탈리아·중국·태국 순이었으나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일본, 베트남 음식이 각광받고 있으며 응답자의 76%는 한식을 매우 인기있는 음식으로 꼽았다. 음식점 리뷰 사이트 사용자 검색 순위에서도 한식이 중식, 일식에 이어 3위에 오르는 등 호주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멜버른의 경우 호주를 대표하는 미식의 도시로 Fine Food 전시회, Melbourne Food & Wine 페스티벌, Foodservice Australia 엑스포, Melbourne Night Noodle Markets 등의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식품 제조사, 유통업체, 대형 슈퍼마켓 체인 본사 등이 다수 위치해 있다. 호주는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진출이 적었으나 백종원본가,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서래갈매기, 네네치킨, 페리카나치킨 등이 멜버른에 호주 1호점 오픈한 이후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인기가 상승하는 추세이다.
그동안 한식의 대표적인 메뉴로 알려진 한국식 BBQ와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의 진출이 활발했으나 최근에는 간편하게 먹고 포장, 배달이 용이한 한국의 분식, 길거리 음식이 대세이다. 한국식 핫도그 매장인 Chunky Town, Seoul Station이 멜버른 시내 중심지에 위치해 있으며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카페도 생겼다.
KOTRA 멜버른 무역관에서는 2019년 멜버른에 플래그십 매장을 선보인 후 올해 초 2호점을 오픈, 3월 현재 3호점을 준비 중인 호주 신전떡볶이의 박가영 대표와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현지화 성공비결을 들어 보았다.
온라인 인터뷰 모습
자료: KOTRA 멜버른 무역관 촬영
Q. 호주에 신전떡볶이 매장을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현지에서 오너 셰프 경험을 바탕으로 호주에 한국의 길거리 음식 문화를 소개
저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중반에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처음 왔습니다. 현지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멜버른 소재 호텔 셰프로 일한 경험을 살려 한식당을 창업해 3개 음식점을 운영했구요. 중국계 이민자들과 호주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퓨전 한식 메뉴와 한국식 BBQ로 큰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한식에 대한 인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습니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로 메뉴 결정을 하고 호주에서 떡볶이 프랜차이즈를 하면 어떨지 시장조사를 하는데 솔직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떡의 쫀득한 식감, 매운맛, 떡볶이 인지도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떡볶이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2019년 멜버른 무역관을 통해 서울식품전 참석 후 대구의 신전떡볶이 본사에서 미팅을 했습니다. 신전떡볶이 대표님과 “호주에 한국의 길거리 음식 문화를 알리자”라는 뜻이 맞아 멜버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기로 바로 결정을 했습니다.
신전떡볶이 호주 멜버른점
자료: Sinjeon Melbourne
Q. 왜 한국의 떡볶이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택했는가?
A. 현지에서 만든 한식 메뉴가 아닌 한국에서 온 맛과 문화라는 점 중요
저를 포함해 셰프 출신 직원들이 4명이 있는데요. 솔직히 한식당을 하면서 떡볶이 메뉴를 판매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 현지 고객들은 한국에서 온 브랜드라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지에서 만들어진 한식 메뉴가 아닌 한국에서 온 맛과 문화라는 것에 차이점이 있구요. 이러한 부분을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호주는 영어권 국가 중 중국,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계 이민자 비율이 높아 한국의 음식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매우 호의적입니다. 저희 매장을 찾은 현지 고객들도 SNS, Youtube 등을 통해 떡볶이에 대해 잘 알고 있더라구요. 호주가 미국, 유럽에 비해 지리적으로 가깝고 시장 진입을 위한 경쟁률이 낮아 해외 진출 경험이 없는 한국의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경우 테스트하기에 좋은 시장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설빙이 멜버른 시내에 오픈했는데 매일 줄을 설 정도로 관심과 인기가 폭발적이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눈으로 확인한 후 신전떡볶이를 빨리 소개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멜버른시 웹사이트에 소개된 한국 길거리 음식
자료: City of Melbourne
Q. 준비과정과 개업 후 첫 반응은 어땠나요?
A. 온오프라인을 통한 적극적인 브랜드 홍보와 K-Street Food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인기
2019년 11월, 한국 식당이 많아 김치 스트릿으로 불리던 Healeys Lane에 위치했던 저의 한식당 Suda를 신전떡볶이로 새롭게 오픈했습니다. 정식 오픈 전인 8월부터 저희 Facebook과 Instagram 페이지에 음식 사진과 공사 현장을 올려 기존 고객들과 꾸준히 소통을 했습니다. 인스타 추첨을 통해 VIP 초청 이벤트도 개최했구요. 신전떡볶이라는 한국에서 온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본사에서 굿즈도 보내주셔서 홍보하는데 적극 활용했구요.
우려했던 것과 달리 오픈 날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대기시간이 1시간 이상일 정도로 줄이 길었고 입소문도 빠르게 퍼졌습니다. EASI라는 현지의 아시안 푸드 배달 앱을 통해 주문 배달도 시작하고 한국식 핫도그 브랜드 Chunky Town와 콜라보레이션으로 판매하는 등 다양한 K-Street Food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방식의 변화와 현재 상황은?
A. 온라인 앱을 통한 밀키트 형식의 포장 배달 확대, 최고 월 매출 기록
2019년 11월 오픈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봉쇄정책이 시행되면서 포장, 배달만 가능해져 운영에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멜버른의 경우 호주에서 가장 오랜 기간 록다운을 한 도시이기도 하구요. 우선 직원들 중 한국 유학생,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했던 분들은 급히 한국으로 가게 되었구요. 현지 온라인 음식 배달앱 등록을 확대하고 집에서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포장용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멜버른 내 지역이 넓다 보니 배달시간이 오래 걸려 떡볶이의 경우 완전 조리된 메뉴로 판매를 할 수 없어 밀키트 형식으로 재료와 소스를 따로 포장했구요. 배달 가능한 지역을 3개의 존으로 구분해 미리 선주문을 받아 지정된 요일에 직접 배달도 했습니다. DM과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고객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면서 어려움을 함께 극복했습니다. 작년 말 록다운이 풀린 후 월 매출이 최고 1억 원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영업이 잘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North Melbourne에 2호점을 오픈했고 모나쉬 대학교가 위치한 Clayton지역에 3호점을 열게 됩니다.
새로 개발한 포장 메뉴 및 배달존
자료: Sinjeon Melbourne
Q. 한국 떡볶이 프랜차이즈로 호주 진출에 성공한 가장 큰 비결은 무엇인가요?
A. 고유의 맛은 살리되 메뉴의 현지화는 필수
멜버른에는 한인 교민 수가 시드니와 다른 도시에 비해 적고 코로나19로 유학생들도 한국으로 가 고객의 95%는 현지인입니다. 2019년 말에 처음 오픈할 때는 한국 매장의 메뉴와 똑같이 판매를 했습니다. 떡볶이의 경우 어묵이나 야채 없이 떡만 담겨 나갔는데요. 현지인들은 다양한 재료를 맛보기를 원하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본사의 유연한 대응과 협조로 7가지 토핑 중 선택해서 넣을 수 있도록 메뉴에 변화를 주었구요. 김밥의 경우 가족단위의 손님을 위해 맵지 않은 김밥이 필요했습니다. 저희 팀에서 불고기, 스팸에그, 참치마요 김밥을 개발했고 올해 2월까지의 매출은 작년대비 6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고객층에 맞는 마케팅으로 새로운 경험 제공
떡볶이와 같은 길거리 음식의 경우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SNS 마케팅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희 팀의 강점 중에 하나가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injeon Melbourne의 Instagram은 현재 6790명의 팔로워가 있구요. 멜버른 소재 한식당 중에서는 가장 팔로워 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픈하기 전부터 현재까지 SNS를 통해 오프라인 이벤트, 메뉴 등을 홍보하기 위해 게시물을 수시로 업로드하고 고객과 소통합니다. 떡볶이에 치즈 토핑을 추가할 경우 떡볶이 위에 넣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에서 치즈를 넣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재미를 더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동영상으로 공유해 큰 호응을 얻었구요.
호주 신전떡볶이 메뉴판 및 SNS 홍보용 이미지
자료: Sinjeon Melbourne
Q. 앞으로의 계획은?
A. 새로운 한국의 길거리 음식 프랜차이즈 매장 오픈 계획 중
호주 최초로 한국의 떡볶이 프랜차이즈 매장을 오픈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한국 길거리 음식의 세계화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아직 현지에 소개되지 않은 프랜차이즈 메뉴를 지속 소개할 생각입니다. 이번 달 KOTRA 멜버른 무역관을 통해 국내 길거리 음식 프랜차이즈 S사의 담당자와 화상상담을 했는데요. 아직 해외진출 경험이 없으시지만 한국 기업의 맛과 운영 노하우를 현지 시장에 맞게 잘 녹여낼 계획입니다. 호주에서 한국의 브랜드는 다 생소하기 때문에 모든 기업이 규모와 관계없이 시작점이 같습니다. 특히 호주와 같은 해외시장에서는 중소기업에 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구요.
Q. 한국의 프랜차이즈 기업을 위한 조언은?
A. 업계 경험이 있는 파트너와 협력해 유연성 있고 현지화된 진출전략 필요
저희 매장에서 떡볶이 1인분이 12 호주달러, 한화로 만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비교해 3배 이상 높은데요. 한국에서 보셨을 때 비싸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호주에서는 저렴한 음식에 속합니다. 제가 전에 운영하던 한식당에 비해 마진율이 높고 테이블 회전율도 빠릅니다.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위기를 겪은 후 외식을 즐기는 손님들이 증가하면서 월 최고 매출도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호주에 진출하시기 위해 우선 관련 업계 경험이 있는 현지 파트너를 찾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10년 이상의 요식업계 경험이 신전떡볶이를 현지화시키고 영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특성상 한국과 동일한 통일성 있는 메뉴를 선호하시겠지만 현지 문화와 고객의 입맛에 맞는 메뉴 개발, 마케팅 등의 현지화는 필수입니다. 여러 개의 매장을 무리하게 오픈하는 것보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사점
호주에서 한국 음식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2014년 멜버른 내 한식당 수는 104개에서 2020년 2배가 증가해 198개로 늘었다. 현재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서도 한국식품 카테고리를 지속 확대하며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에 부응하고 있고 호주에 진출하는 한국의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많아졌다.
그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의 경우 호주 외식업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2019년 호주에 첫 진출한 신전떡볶이는 한국에서 온 오리지날 브랜드라는 고유성을 유지하고 현지화된 메뉴와 타깃 층에 맞는 마케팅으로 멜버른에 새로운 길거리 문화를 만들고 있다. 국내기업에서는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통한 진출 방식 외에도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앞서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해 초기 투자비용을 낮추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자료: IBIS World, Hospitality Magazine, KOTRA 멜버른 무역관 인터뷰 및 자료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