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금 전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것입니다. 연고이전한 팀들의 명칭만 바꿔서 여기에 그대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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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걸쳐 열린 2010 K-리그 14라운드 일곱 경기 결과는 정말 우연의 일치치고는 기막히게 끝났다. 토요일 저녁에 열린 네 경기는 모조리 방문 팀들(전북, 성남, 남쪽 그 팀, 북쪽 그 팀)의 승리로 끝났고, 일요일 저녁에 열린 세 경기(포항 1-1 수원, 전남 2-2 부산, 대구 1-1 경남)는 모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박창현 감독대행이 이끌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는 25일 저녁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10 K-리그 14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안방 경기에서 설기현의 리그 데뷔골로 앞서나갔지만 후반전에 바꿔 들어온 이현진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잘나갈 때 명심해야 할 것
일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12,624명의 안방 관중들이 들어온 가운데 경기를 시작한 포항은 6분만에 기분 좋은 선취골을 터뜨리며 비교적 뜻대로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주인공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스나이퍼 설기현이었다.
'김재성-황진성'으로 이어진 미드필드 연결이 매끄러웠고 황진성의 왼발 찔러주기를 받은 설기현이 좋은 타이밍으로 마무리를 잘 해냈다. 바로 곁에서 수원 수비수 리웨이펑이 따라붙고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거리를 두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낮게 깔아찬 것이 문지기 이운재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안방 팀 포항은 이 선취골로부터 기세를 올리며 수원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16분에 박희철의 오른발 슛이 이운재의 선방에 걸렸고, 20분에 나온 설기현의 헤더는 수원 골문 오른쪽으로 아슬아슬하게 벗어났지만 황진성의 자로 잰 듯한 왼쪽 띄워주기와 함께 보는 이들에게 짜릿함 느끼게 해 줄만한 것들이었다.
더구나 전반전 25분이 지나도록 방문 팀 수원은 경기를 좀처럼 풀어가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포항의 승리는 시간 문제로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27분에 미드필더 김두현의 직접프리킥 슛이 스틸야드 관중석 2층으로 높게 솟아오르기 전까지 수원은 포항 문지기 신화용을 위협할만한 슛을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다.
결국 상대가 주춤거리는 사이에 추가골을 터뜨리지 못한 포항은 후반전에 뼈아픈 동점골을 내주며 승점 2점을 날려먹었다. 51분에 바꿔 들어온 이현진이 들어온지 딱 11분만에 염기훈의 왼발 찔러주기를 받아 침착하게 오른발로 포항의 골문을 갈랐다. 이 경기에서 나온 두 골은 '왼발 찔러주기 - 오른발 득점'이라는 공식으로도 참 묘하게 닮아 있었다.
적어도 포항으로서는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었던 경기였기에 고금복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 아쉬움을 자꾸만 곱씹어야 했다. 약간 야속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잘나갈 때 상대를 좀 더 두들겨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 된 셈이었다.
그래서 축구장에서 강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추가골 또는 쐐기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 평범한 진리는 바로 전날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 FC - 남쪽 그 팀'의 경기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펠레 스코어로 끝난 이 경기가 매우 박진감 넘치게 보였겠지만 각 팀을 지지하는 열혈 팬 입장에서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경기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방문 팀이었던 남쪽 그 팀은 골잡이 김은중의 선취골로 앞서가고 있었지만 안방 팀의 골잡이 유병수와 새로 들어온 외국인 미드필더 베크리치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역전패의 위기에 몰렸었는데, 자신들이 믿고 준비한 아기자기한 축구를 끝까지 추구한 끝에 멋진 재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83분에 산토스의 동점골이 나왔고 종료 직전 추가 시간에 김은중의 짜릿한 펠레 스코어 결승골이 나올 때까지 인천의 대응 전략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다. 한 마디로 잘나갈 때 더욱 박차를 가하지 못한 탓이 컸던 것이다. 바꿔 표현하자면 어설픈 잠그기 시도가 안방 팬들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준 셈이었다.
페트코비치 감독 후임으로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끌고 있는 김봉길 감독 대행은 21일에 벌어진 대전한국수력원자력(내셔널리그)과의 FA컵 16강 토너먼트에 이어서 영 재미없는 후반전을 운영하는 바람에 더 많은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렸다.
상대팀의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이 흔들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더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기술과 힘을 쏟을 수 있어야 좋은 팀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인천은 추가골을 생각하기보다는 안현식을 들여보내며 지나치게 수비에만 신경을 쓰는 우를 범했고 포항도 체력이 떨어져 집중력을 잃은 설기현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우를 범했던 것이다.
자리를 잘 잡으니 공을 안 줄 수도 없고...
빼어난 위치 선정과 깔끔한 마무리 능력을 보이며 마수걸이에 성공한 설기현은 그 골 장면 말고도 많은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더 만들어내지 못해 한숨을 자주 내쉬었다.
20분에 황진성의 왼발 띄워주기가 정말 예쁘게 날아왔지만 조금 일찍 몸 중심을 무너뜨리며 머리를 쓰는 바람에 이운재가 지키는 수원의 골문 오른쪽 기둥을 벗어났고, 후반전에는 골대 불운까지 겹치면서 데뷔골에만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77분에 수원 수비수들의 오프 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리며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공은 누가 봐도 골이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무리하게 오른발 발리슛을 시도하는 바람에 크로스바를 때리고 말았다.
이밖에도 설기현은 수원 벌칙구역 안쪽에서 좋은 슛 기회를 여러 차례 얻었지만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하지 못하고 공을 끌고 다니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후반전 중반 이후에는 체력적으로 한계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마무리 동작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황진성-신형민-김재성'이라는 좋은 미드필더들의 지원을 받고 모따나 유창현(56분↔조찬호)이라는 쓸만한 파트너들도 있었지만 이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뉘우칠 장면이 많았다.
좋은 위치를 잡아 뛰어다니는 동료에게 공을 안 줄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을 잘 찾아내는 설기현 특유의 눈썰미가 돋보인 경기였지만 자신에게 공이 온 뒤에 제2의 동작으로 연결하는 민첩함이나 가까이에 있는 동료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첫댓글 페트코비치 감독님이 벌써 그립네요~~
수원팬으로선 운이 좋았던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어제의 설기현은 위치선정뿐 아니라 몸싸움과 그동안의 수많은 경험들로 수원의 수비들을 압도했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물론 체력적인 부분에선 홈 팀에겐 아쉬움을 저에겐 안도감을 줬습니다만 요즘 날씨와 어제같이 비중이 큰 게임에선 어느선수라도 90분 내내 체력을 유지하긴 불가능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겁니다.
설기현 플레이하는 거 봐서 다음에 더 잘하게 될 것 같네요. 특히 가을이 될 무렵부터 그의 진가가 발휘될 것 같습니다. 특히 비중이 큰 afc 챔스 무대에서는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인 설기현 선수가 한방 해줄 예감이 드네요. 그 정도로 어제 보여준 설기현 선수의 플레이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설기현 좋더군요
오랜 전장터를 누벼온 백전 노장의 포스
확실히 스타플레이어선수가 있긴있어야하는가봅니다. 설기현이란 존재만으로 수원수비 2명이 따라다니더군요.(전반5분도채되지않아 유니폼이 찢길정도^^) 일단 공이가면 뭔가 기대부터 되구요. 하지만, 특유의 끄는 행동은.... 오히려 한방있는 선수가 설기현선수와 함께 뛴다면 효과가 더 배가 될듯합니다. 먼가.. 모따선수와 겹친다는느낌?
설기현 선수 진짜 무서웠어요. 해트트릭 기록할수도 있었을만큼 움직임, 키핑력, 풍부한 유럽무대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 뭐 하나 나무랄데가 없었습니다. 전반전에 헤딩슛 살짝 빗나간거랑 후반전 크로스바 맞출때는 정말 철렁했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볼을 좀 끄는듯한 버릇은 여전하던데...... 그래서 해트트릭 못했던게 아닌가 싶구요. 설기현 선수가 살아나는 징조를 보이고 있어서 포항으로선 한시름 덜수 있을지 않을까 싶네요.
다른 뜻 없이 문득 궁금해서 여쭤보는겁니다만..
기자분이 자기가 쓴 기사내용을 다른 사이트에 올리는건 불법인가요 합법인가요?
프로그래머는 산업 스파이가 되던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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