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2일 (녹)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반영억신부
복음; 루카12,35-38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36 혼인 잔치에 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37 행복하여라, 주인 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 은 행복하다!”
「행복하여라, 깨어있는 종들!」
베드로의 편지에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적대자 악마가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누구를 삼킬까 하고 찾아 돌아다닙니다. 여러분은 믿음을 굳건히 하여 악마에게 대항하십시오”(1베드5,8-9).
‘깨어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을 감지하는 영적인 감각이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안 된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의 몫이 있는데 그 몫에 충실하지 않으면 생각지도 않은 어둠이 우리를 지배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이만하면 됐다’는 안일함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생이 다하여 하느님 안에 편히 쉬기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 자체가 ‘깨어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깨어 있는 사람은 미래를 준비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축복을 받게 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주인을 충실히 기다리는 종에게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와는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종이 주인처럼 대접받으며 주인이 그의 종처럼 처신합니다.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 축복이 주어진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항상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에서‘영원히 살 것처럼, 그러면서도 내일 당장 떠날 것처럼!’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음이 행복입니다. 한결같은 모습이 중요합니다.
요즘은 가정방문을 하기 어려운 시대이지만, 본당신부를 할 때 가끔 예고 없는 방문을 했습니다. “사람의 아들도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늘 준비하고 있어라”(마태24,44).는 예수님의 말씀을 핑계로 말입니다. 그러면 행복해하는 분도 있지만 당황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집 정리를 잘해 놓으신 분은 더없이 기뻐했고, 그렇지 못한 분은 신부에게 자기 속을 다 보인 것 같아서 무안해했습니다. 그러나 소위 ‘열심하다’는 분의 가정에서 그 모습을 보면 제가 오히려 미안하고 죄송스러웠습니다.
물론, 집 정리가 잘 되었다고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 것도, 마음이 맑은 것도 아닙니다만 열심히 활동하는 만큼 가족 구성원 누구에게도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준비된 모습이 가정 안에 화목함과 평화를 이루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에서 행복을 누리게 됩니다. 사실, 집 정리를 하지 못해 부끄러운 건 그래도 다행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우리의 마음이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잠시라도 악의 세력에게 틈을 주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깨어있어 행복한 오늘입니다. 항상 깨어서 안밖으로 정리 정돈을 하며 주인을 잘 맞이해야 하겠습니다.
"종은 그 신분상 겸손할 수밖에 없고 순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에게는 참으로 겸손하고 순종적이면서 바로 이웃에겐 그토록 교만하고 억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우리는 위선자입니다." 깨어있는 종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깨어, 기다리던 주인을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니 서둘러 그분을 뵈러 가면 어떨지요? 오늘은 청주교구 사제 전체 회의가 있습니다. 모든 사제가 주님 앞에 깨어있길 기도합니다.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청주교구 내덕동 주교좌성당 :반영억 raphael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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