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승인을 받고 일반에 분양된 상품으로는 최고가로 오르게 됐다. 주택의 경우 지금까지는 2008년 서울 성동구 뚝섬에서 나온 한화건설의 갤러리아포레 전용 271㎡형이 51억원 정도로 가장 비쌌다. 오피스텔은 2005년 서초구 서초동에서 나온 부띠크모나코 전용 212㎡형(27억1700만원)이 최고가였다.
▲ 판교산운 아펠바움
이들 상품은 기본적으로 품질을 고급화하기도 하지만 강·바다·골프장 조망권의 가치가 분양가에 많이 포함됐다. 그러나 아펠바움과 라보테가는 좀 다르다. 아펠바움은 판교신도시를 내려다 볼 수 있지만 초고층에 비하면 조망권이 약하다. 라보테가는 빌딩 숲에 들어서 일부 층을 제외하고는 조망권이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비싼 걸까.
"땅값에서 많이 이익 챙긴다" 지적도
아펠바움 시행사인 SK디앤디 고명덕 부장은 “인근 땅값이 3.3㎡당 1500만원 이상”이라며 “사업지 땅값은 이보다 훨씬 비싸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시행사가 2008년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매입한 가격은 3.3㎡당 900만원선이었다.
판교신도시의 K공인중개사는 "그동안의 금융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땅값에서 이익을 많이 취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라보테가 역시 전용 262㎡형 땅값이 총 분양가의 67%인 35억8800만원이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아닌 단독주택과 오피스텔이어서 땅값을 시세 이상으로 받을 수 있다.
80억원짜리 주택의 건축비는 3.3㎡당 2258만원으로 정해졌다. 세계적 건축가가 실내·외 디자인을 맡고, 최고급 마감재를 사용해 고급스럽게 꾸민다. 예컨대 가전은 독일 유명 가전제품 회사인 밀레사의 제품을, 주방가구는 한 세트에 수천만원인 독일 라이트사의 제품을 쓴다.
대리석이나 벽지 등도 유럽산 고가 제품을 사용할 계획이다. 라보테가 오피스텔 김용환 분양소장은 “품목별로 마감재를 어떤 제품으로 쓸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국내·외의 최고급 제품만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강남구 도곡동 라보테가
그러다 보니 80억원짜리 아펠바움의 경우 모집공고에 제시된 마이너스옵션(인테리어 및 마감) 금액만 평균 3억8000만원이나 된다. 만약 계약자가 마감재를 직접 골라 시공하면 그만큼을 빼준다는 것이다.
상품 기획 단계부터 분양 대상도 따로 정해뒀다. 김 소장은 “문화·예술가 등 명사들이 아뜰리에(작업실)로 쓸 수 있게 복층 구조로 설계했고 단지 내에 스파 등의 시설도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펠바움은 쾌적한 주거환경을 원하는 강남권 초고층 고가 주택 거주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그런데 분양시장이 크게 위축돼 요즘 굳이 이런 초고가 주택을 분양하는 이유는 뭘까. 고 부장은 “일반 아파트와는 다른 일종의 틈새상품으로 보면 된다"며 "강남 접근성이 좋고 쾌적성도 확보된 고급주택을 찾는 수요가 적지 않은데, 이들은 위한 상품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분양 방법도 주택 수요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부유층이나 문화·예술계 명사들을 1대1로 접촉해 판촉하는 ‘VIP 마케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