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11) 오사카와 도쿄

[김호재*]

                                                                제11화. 오사카 & 도쿄

저는 도합 11년의 일본생활을 오사카와 도쿄에서 대략 반반씩 보냈습니다. 

솔직히 두 도시를 비교해 극명하게 어디가 살기 좋았다거나 싫었다거나 하는 느낌을 당시에는 가져본 적 없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각 도시의 역사적 배경을 어느 정도 습득하고 나서 돌이켜보니 이런 차이는 있겠다 싶습니다. 

근대의 도시 오사카는 토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와 관련이 깊습니다. 

그는 현재의 나고야(名古屋)지역에서 농민보다도 낮은 하층계급의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일찍 죽고 어머니가 개가하자 절에

보내지지만 뛰처나와 바늘장사를 하면서 방랑하다 오다노부나가(織田信長)밑에 들어가면서 출세하여 운좋게 결국 천하를 얻고

오사카에 자기 성을 쌓습니다.

그리고 바늘장사를 하면서 깨달은 상업의 중요성을 살려 오사카를 전국 물산의 집합지 상업의 중심지로 키웁니다.

그가 죽고난 후 정권을 잡은 도쿠가와이에야스(徳川家康)가 정치는 에도(江戸/東京)로 옮기지만 경제는 분리해 오사카를  그

중심으로 유지시킵니다.

동경은 정치의 중심이었기에 신분 높은 귀족과 사무라이들이 그들의 체제유지를 위해 엄격한 규율과 질서와 명분을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존중하고 강요했지만, 오사카의 상인들은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해 동경과는 다른 가치관과 문화 풍습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동경에서 사람을 만나면『おはようございます』『お元気ですか』(안녕하세요, 건강하시죠) 라고 인사합니다.

오사카에서는 『もうかりまっか』(돈이 잘 벌립니까, 장사 잘 됩니까) 라고 많이 인사를 나눕니다.

즉, 오사카 사람들은 추상적 원칙이나 사상보다는  실리적인 데에 관심이 많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의 사무실이 있었던 本町(혼마찌)는 대기업 사무실은 물론 섬유를 비롯한 각종 도매상이 위치한 오사카의 중심부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위해 오가고, 물건을 날라오고, 소매를 위해 지방에서 물건을 사러오기도 하고, 또 수금도 하러 오고 가기

때문에 각종 차량이 모여 들고 잠깐씩 도로 한편에 주정차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엄격하게 교통법규를 적용하자면 도로에 무단 주정차는 즉시 단속 가능하지만, 자기 가게 앞에 차를 세웠다고 크게 컴플레인하는

가게 주인은 없는 듯 했고, 경찰도 오사카다운 융통성을 보였습니다.

즉, 주정차 단속 경찰은 긴 막대기 끝에 분필을 달아매고 세워져 있는 차량 바퀴와 지면에 일자로 금을 그어 표시를 하고 시간도

적어 놓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일대를 한바퀴 쭉 돌고 약 20분쯤 후에 다시 와서 보고 표시해 놓은 차가 아직도 움직이지 않았으면 그 때는 딱지를

끊습니다.

주차장 시설도 열악해서 일일이 단속하면 장사를 할 수 없으니 장시간 주정차는 불허하지만 20분 정도는 봐주겠다는 겁니다.

숨어있다가 차 세우는 것 보고 즉시 쫓아 가서 단속하는 것보다 현실적이고 실리적이며 공감가는 여유 같은 걸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짐직컨데, 한국인들은 동경보다는 오사카가 지내기 편한 부분이 많습니다.

동경같으면 예의를 지켜 엘레베이터 안에서는 두 손을 앞으로 다소곳이 모으고 조용히 하는데 반해, 오사카에서는 큰소리로 떠드는 사람도 간혹 볼 수 있고, 식당에서도 남 의식않고 삐딱하게 앉는 태도가 큰 사람도 동경보다는 오사카가 많습니다.

교통신호가 녹색으로 바뀌기 전에 액셀레이터를 밟는 이른바 플라잉도 오사카가 제일 많다는 통계가 있고, 도로 합류 지점에서

좀체로 끼워주지 않는 곳도 오사카입니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배짱좋게 끼어들기 하는 곳도 당연히 오사카입니다.

뭐가 바쁜지 보행자의 평균 걷는 속도도 오사카가 가장 빠르고, 횡단보도에서 정확히 청신호가 될 때까지 기다라는 비율이 오사카

10.7%, 동경 47.3% 였다는 조금 오래된 조사도 있습니다.

즉, 동경에서는 룰로 되어있는 신호가 청색이냐 적색이냐가 횡단의 기준이지만, 오사카에서는 신호보다는 실제 차가 오고있는지

아닌지가 기준이 되어 차가 오지 않으면 그냥 건넌다는 겁니다.

길을 물을 때도 동경에서는 대개 「죄송하지만」 이라고 양해를 구하고 끝나면 「감사합니다」라고 꼭 인사하는데 반해,

오사카에서는 다짜고짜 용건만 묻고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가버리는 경우가 많고,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재촉하는 일도 흔한

광경입니다. 

이러니 동경사람들에게 오사카는 어딘지 무질서하고 촌스럽고 세련되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동경과 오사카는 서로 대립하는 그 어떤 감정이 존재합니다.

지금의 수도인 동경엔 토박이 외에 각 지방사람들이 올라와 섞여 살지만, 오사카를 제외한 큐슈나 동북지방 등 시골출신 사람들은

비교적 쉽게 동경의 권위에 순응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반해, 오사카 출신들은 악착같이 사투리도 버리지 않고 매사에 오사카 티를

내면서 동경의 권위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쓸데없이 권위주위적이고, 지나치게 깍듯한 예의 질서에 얽매이며, 허식과 허영에 잘난체하는 동경사람들이 아니꼽다는

것입니다.

오사카 사람들은 어려운 사상이나 이데올로기 보다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믿고, 들을 수 있고 맛볼 수 있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실제로 오사카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아 쿠이타오레(食い倒れ:식도락에 돈을 다써서 파산하는 일)란 말이 생겨 났고, 만담이나 예능은   　(吉本興業) 독보적 아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사물을 이론으로 보다는 직관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이 높은 것입니다.

이쯤되니, 동경사람들도 도전하는 오사카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심리가 작용해 어떤 대항심 같은 것이 있을 수 있겠지요.

프로야구의 동경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오사카의 「한신 타이거즈」전은 그래서 언제나 자존심을 건 가장 시청율아 높은 과열

되는 경기가 됩니다.

제가 오사카에서 동경으로 전근간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일본 종합상사의 모 과장이 이런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 때 저는 대화 중에 재미로 가끔 오사카 사투리를 썩어 쓰곤 했는데,

『김상, 이제부터 동경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가급적이면 오사카 사투리는 안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또, 사람들은 종종 제게 동경 오사카 어디가 더 좋았냐고 막연한 질문을 합니다.

그럴 때엔, 머리로는 깔끔한 동경이 좋았고, 가슴으론 인정미 넘치는 오사카가 좋았다고 애매하게 대답하고 얼버무립니다.

지나고 보니 다 그립고 좋았습니다.!

HJ

 

오사카성                                                                 도쿄타워

 

한신타이거즈 고시엔 홈구장                                                            요미우리 자이언츠 도쿄돔구장

[이준황]

오랜 일본생활에서 느낀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일본과의 관계악화로 무조건 욕하는 사람도 많지만,
좋은점은 배워서 우리나라도 선진사회가 되어야 겠지요.

[서우철]

그 엄청난 쓰나미의 재난을 겪은 후 TV 의 어느날,어느 한 장면 이었습니다. 가족과 집을 잃은 촌부의 망연자실한 표정은 한없는 슬픔을 억누러는 자기 결연 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러도 그 장면은 다시 비추어지지 않았습니다. 무서움 조차 느껴지던 그것을 우리도 그리고 방송 의 자제 까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