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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그에게서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입안으로 거침없이 들어오는 그의 숨결이 .... 자신의 목덜미를 감싼 그의 손길이....은기를
꼼짝도 할수 없을 정도로 거칠게 붙든다.
그가 주는 아찔하고도 강렬한 쾌감에 자신도 모르게 두눈을 질끈감고 마는 은기.... 그가 서서히 자신의 입술에서 떨어져나가자
그제서야 밀려드는 치욕감에 그의 가슴을 두손으로 밀어내곤 그의 뺨을 세차게 내리친다.
"강마루....당신은 정말....최악이야...잠시나마....당신한테서....연민을 느낀....내가 정말 한심하고...미친년이야....다신...
보지 맙시다...우리."
원망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는 포장마차안에서 뛰쳐 나가버리는 은기, 붉게 물든 자신의 뺨을 손으로 쓸어내리고는
자신의 술잔에 남은 술을 마저마시고는 곧 그녀를 뒤따른다.
어두워진 방파제위를 걷는 두사람, 자신에게로 길게 이어진 은기의 그림자를 따라 마루의 발길이 천천히 그림자를 따라 걷는다.
제법 취기 오르는지 비틀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팔을 움켜쥐는 마루, 세차게 뿌리치려는 은기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하자, 마루의 손이 은기의 허릴 낚아챈다.
"죽고 싶어 환장했어? 여기서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줄 알아? "
"무슨상관이야? 이거 놔.... 안놔? 놓으란 말야....꺄악...."
발버둥치는 은기를 어깨에 짊어지는 마루, 거꾸로 매달린체 최후의 발악을 하는 그녀를 짊어지고는 묵묵히 걸어간다.
"내려줘...내려 달라구.... 강마루.... 야....강마루"
"이정도까지 했으면 생각하는척이라도 해야 할거 아냐... 경상도 남자가 여자한테 이렇게까지 했을땐...좋아한단 거잖아
이여자야.... 연민이든 뭐든 상관없어. 난 이미 서은기 ....당신이란 여자랑 시작했으니까....그만 버티고 넘어오는척이라도
하란말야..."
그의 말에 은기의 발버둥이 점차 멈추는듯 하더니, 그의 옷깃을 두손으로 움켜쥔다.
"난.... 아니라구....아니라구....나는....절대....안되는 거야....그쪽이랑 나는...."
그녀의 말에 멈춰서는 마루, 그녀가 그의 어깨에서 내려서더니, 그에게서 한발자국 물러선다.
"그남자....때문에? 아직도....미련이 남은거야?"
"내가 잃어버린 그아이.....그사람 아이란거....마루씨도 알잖아.... 그런데 어떻게 ....다알면서.... 내가 무슨맘으로
여기까지 흘러들어온건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마루씨는 알잖아요....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그런말을 해.... 내가
어떻게 마루씨한테 다른맘을 가질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건데..... 지금의 내가 또다른 누군가를 맘에 담을수
있을리 없잖아"
"내키스를 받아들인건.... 승낙이 아니라...그저 유흥거리였나? 즐긴거냐구 묻잖아"
"원한적 없어. 당신이 맘대로....."
"뭐가 그렇게 복잡한건데... 내가...결혼하재? 내가 같이 살자고 했어? 내가 바라는건....그쪽이 내곁에 있어주길
바란다는 거야. 어차피...너도....잠시나마 기댈곳이 필요한건 마찬가지잖아....내가 해주겠다구....서은기....
당신이 기댈만한 언덕이....되주겠다구...당신이 여길 떠나는 ...그날까지...."
"왜? 당신이 왜? 내겐 여기가 잠시 머물다 떠날 곳일 뿐이야....언제 가버릴지도 모르는 날....대체 뭣때문에....
내가 뭐라고 ....그런 말도 안되는 시작을 하자는건데? 당신정도라면...얼마든지....다른 여자들 만날수
있을거잖아.... 진짜 연민하고 있는건...내가 아니라....마루씨일지도 몰라....아직도 내게 죄책감이 남아 있다면...
지워버려....끝까지....지켜주지 못한건 내 책임이니까....그누구도 원망하라 자격없어...난....."
자신의 곁을 스쳐지나는 은기의 손을 붙드는 마루, 이내 그녀의 등뒤로 다가가 그녀의 어깰 감싸안는다.
"한가지만더....다신....내앞에서 도망치지마.... 더이상 안바래....원치 않는다면.... 내가 먼저 안는일도 없을거야
그저....이대로 내곁에 잠시만 머물러만 달란거야.... 내가 바라는건.... 그게 다야...더는 바라지도....욕심내지도
않을게...약속해..."
자신의 어깨에 내려앉는 마루의 얼굴.... 자신도 모르게 은기의 두눈에서 눈물이 떨궈지더니 이내 그의 손에 스며든다.
그가 얼마나 외로움에 힘들어 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의 떨림..... 은기의 손이 천천히 자신의 감싸안은 마루의
손등에 닿더니, 천천히 그의 손을 토닥이며, 그의 팔에 얼굴을 기댄다.
태산그룹 기획본부장실....
자신앞으로 배달된 서류봉투를 여는 준하... 마루와 은기의 모습이 담긴 수많은 사진들을 바라보는 준하의 손이 미세하게
떨려오더니, 이내 바닥위로 사진들을 내동댕이쳐버린다.
"본부장님, 회장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이시간 이후, 제게 오는 모든 연락 받지 않을 겁니다. 외근중이라고 전하세요"
"본부장님...."
직원의 만류에도 서둘러 자신의 차에 오르고는 차를 출발시키는 준하, 그의 차가 굉음을 내며, 건물밖으로 사라진다.
나...저사람 사랑해....그래서...나....오빠 떠난거야...이제 됐어? 이제 댔냐구?
자신을 향해 퍼붓던 은기의 말들이....그리고 사진속 두사람의 모습이 준하의 신경을 건드리고, 이순간 그녀에게로 향하는
이순간이 마치 영원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전부였다. 아니.......그녈 위해 죽을수도 있다 생각했던 준하였다.... 그런 그녀가 말도 없이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 지금.... 준하의 시간도 세상도 멈춰버렸다.... 그녀가 없는....현실은....지옥과도 같았음에....
더는 그녀를 기다릴 자신조차 없다.... 어떻게든 그녀를 데려오리라 다짐하는 준하....엑셀을 밟는 준하의 발에 더욱
힘이 가해지고, 고속도로위를 질주하는 그의 차는 그녀가 있는 남쪽으로 내달린다.
여러날 일을 나가지 못하자 와인바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빗발치고, 결국 마지막 인사라도 하려 집을 나서는 마루...
와인바앞에 멈춰서있는 낯익은 차를 보고는 발걸음을 멈춘다.
차에서 내려 자신을 향해 주저없이 걸어오는 여자의 모습에 시선이 멈추는 마루, 그녀의 하얀 손이 마루의 뺨을 어루만지자
이내 마루가 그녀의 손길을 자신에게서 떼어낸다.
"미안.... 너무 반가워서....나도 모르게..... 여기 사장님께 들었어.... 마루씨....어머님이 돌아가셨다고.... 장례는
잘 치룬거야?"
"네..."
"장례식에 가고싶었는데....가면....분명히 마루씨가 싫어할거 같아서 그러지 못했어.... 대신.... 이거는...
받아주면 안될까.... "
값비싼 크러치 백을 열어 봉투를 꺼내 건내는 그녀, 마루의 손이 봉투를 건네 받더니 이내, 다시 그녀의 백을 잡아 열곤
그안에 되돌려 넣어준다.
"됐어...이젠 내겐 필요없는 돈이니까...여기오는것도 마지막일꺼야. 그동안 나때문에 손해본 생각이 든다면, 오늘이 마지막일테니
까 맘대로 이용해도 좋아"
"고작 그거였니? 내가....너한테 고작 그뿐이냐구? 적어도 난...."
"아니면 뭐? 남편한테 받지 못하는 사랑따위 나같은 놈한테 바란다고 그게 사랑일거라 생각해? 그쪽이 나한테 바란게 뭐였건
내겐 고작 돈벌이였을뿐이고...그이상 그이하도 아냐....그러니까. 그만 발정난 암캐마냥 들이대고, 이쯤해서 꺼져...아줌마...
더는 돈때문에 당신 장난감될 맘 없으니까"
"하아....."
비수같은 그의 말에 눈물을 떨구는 그녀... 자신의 팔을 붙잡은 그녀의 손을 세차게 뿌리치고는 와인바안으로 사라진다.
"마루야.... 강마루...."
"..........."
자신을 반기는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건네고는 사장실 안으로 들어서는 마루, 골프채를 들고, 버팅연습을 하던 사장이 마루를 보자
반색을 하며, 맞이한다.
"선수 왔나? 한동안 니가 안오니까 니찾아오던 여자손님들이 싸그리 전멸했다 아이가. 어무이 장례도 끝내고, 쉴만큼
쉬었으니까 이제 복귀해야지"
"마지막....인사 드리러 온겁니다. 오늘...."
마루의 말에 골프공이 세차게 튀어 오르고, 사장의 얼굴에 흑빛이 스며든다.
"와? 돈이 더 필요하나? 그라믄 내가 얼마든지..."
"아닙니다. 더는.... 아둥바둥 살고 싶지 않아서요. 그동안 거둬주신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사장님"
"다른데 스카웃되서 가는건 아니제?"
"아닙니다. "
"하긴, 마루니가 내를 배신할리는 없지....그래 그동안 욕봤다. 쉬어보고 또 돈필요하면 찾아온나. 딴놈아들은 몰라도
니자린 항상 비워둘테니까...알았제"
사장의 말에 미소지어 보이는 마루.... 사내녀석의 미소에 사장실방안 분위기마저 훈훈해지기만 하니, 앞으로 강마루의
빈자리의 공백이 얼마나 클거란걸 여실이 깨닫는 사장이다.
사장실밖으로 나오는 마루의 앞에 다가서는 김실장, 마루에게 고개숙여 인사해 보이고는 테이블에 마주앉는다.
"분명 제뜻을 말씀 드린것 같은데, 전달이 안된겁니까? 더는.... 뵐일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전 그저, 회장님의 뜻을 전달하러 온 것 뿐입니다. "
테이블위로 서류봉투를 건네보이는 김실장,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고는 서류봉투안을 열어보던 마루의 표정이 굳어진다.
"강마루씨 명의로된 계좌통장과, 태산그룹주식, 건물이전등기한 서류들입니다. 학교때 꽤 좋은 성적으로 공부를 끝내지 못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유학이나, 대학진학도 고려해보시는게...."
"쉽네요... 있는 사람들이 갖지 못한 사람을 대하는 방법 말입니다. "
"네?"
"이런것들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조차도 벅차서 하루벌어 쌀사기도 빠듯했던때가 있었으니까
요. 어린시절....늘 배고픔에 굶주려야 했습니다. 매일매일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겨울밤 내내
문밖에서 동사하기 직전까지 기다린 적이 있으니까요...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걸 그랬습니다. 그랬다면....제인생이 조금은
덜 각박했을텐데 말입니다. "
"도련님...회장님께선...."
"도련님? 제가....그렇게 불려야 될 사람입니까? 어떤이유에서든.... 베푸는 호의라고 하시니 받겠습니다. 하지만, 이따위 걸로
내 아버지 노릇을 하고싶으신 거라면.... 사양입니다. 전하세요. 회장님께.... 적선하신 거금으로 잘먹고 잘살테니 염려마시라고
말입니다. 그럼.... "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김실장을 향해 고갤 숙여 보이고는 자릴 박차고 나가버리는 마루, 자신을 향해 다가와 차키를
건네는 남자를 보고는 걸음을 멈춘다.
"회장님 분부십니다. 직접 고르시고, 맘에 드시길 바라셨습니다. "
"그럼, 이것도 감사하다고 전하세요. 하아... 진짜 로또가 따로 없군...."
차에 올라타고는 굉음을 내고 그곳을 벗어나는 마루, 김실장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마루가 탄 차를 한참동안 바라본다.
납골당안...
어머니의 위패가 모셔진 유리장안을 바라보는 마루, 손에쥔 서류봉투를 내밀어 보이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어머니의 사진을 마주한다.
"이런 거였어? 사람 죽도록 개고생 시켜가며 키우고선 뒤늦게 소공녀라도 만들어주면 고맙다고 할것같아 그랬냐구? 차라리...
끝까지 숨기지 그랬어? 다른 사람한테 숨겨가며 키울 첩의 자식따위로 만들거면.... 죽는순간까지.....모른다고 했어야지....
떳떳하게 내보이지도 못할 아버지 내앞에 나타나게 할바에야....차라리.... 가슴속에 묻고 갔어야지...이게뭐야? 그러고도 엄마야?
날 얼마나더 벼랑끝으로 내몰아야.... 끝낼건데....대체....얼마나더....날.... 괴롭혀야...직성이 풀리 겠냐구...내가 뭘 잘못했어...
내가 뭘더 얼마나 벌을 받아야.... 이 지독한 형벌이 끝나는건데...대체......말좀해....말좀해봐....좀....흐흑....엄마....내가 잘못했
어...내가....잘못했다구....그러니까... 그만하자.... 지금내게 일어난 모든일들.... 깨어나면 그저 악몽같은 꿈일뿐이라고....
엄마가 말해줘....어?"
무릎을 꿇고는 바닥에 엎드려 절규하는 마루, 그의 절규어린 외침이 납골당안 가득 울려퍼진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 야간당직을 끝내고 돌아오는 은기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은기의
눈앞에 환영처럼 툇마루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준하의 모습..... 다시 되돌아 나가려 하지만, 이미 그의 손이
은기의 팔을 잡아 붙든다.
"은기야...."
"정말....징글징글하다. 왜이래? 말했잖아...우리 서로 더는 볼일 없는 사이라구...."
"널 만나려고.... 여섯시간을 운전하고 달려왔어.... 얼굴좀 보자.... 나.... 니 얼굴이라도 봐야.... 살것같다"
차갑도록 매정하게 그의 손을 뿌리치는 은기, 자신을 바라보는 준하의 시선에 잠시 눈길을 마주하다 이내 거둔다.
"서은기...."
"제발...그만하자... 오빠랑 나...이미 끝났어. 언제까지 모른척 할거야.... 언제까지 내가 나쁜년이 되줘야 하는건데? 다시
말해줘? 끝났어...장준하씨랑...나....내가 오빠곁을 떠난 그순간 끝난거야. 왜 그걸 몰라..,오빠처럼 머리좋은 사람이...."
"동의한적없어. 끝낸적은 더더욱 없어. 말도없이 떠난건 너였고, 난 미련하게도 기다린거 뿐이야... 니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까... 내가 널 떠나 살수 없듯이 너또한 그럴거라 생각했어. 내가...잘못생각한거니? 그래?"
"어... 착각이고...오만이야.... 끝난 사랑에 연연해할만큼 바보아냐...나...."
"끝나? 누가? 죽어도 너랑 끝낼맘없어... 그러니까...니가 포기해...서은기..."
"뭐?"
다짜고짜 은기의 팔을 잡아 이끄는 준하, 자신의 차에 억지로 태우고서는 차문을 굳게 잠궈버린다.
"뭐하는거야? 문열어.... 오빠.....대체 왜이래?"
"지금부터....서울 되돌아가자. 니가 싫대도....난 가야겠어.... 너와 함께...."
"이러지마.... 준하오빠... 제발... 그만둬..."
차에서 내리려는 은기의 손을 붙든체 이내 차를 출발시키는 준하.... 그의 차가 골목길을 빠져나가고, 이내 스쳐지나는
마루의 차와 엇갈려지나간다.
첫댓글 이 일을 어쩜 좋죠? 그림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네요. 돈을 받은 마루는 좀 의외예요...
머리 아프게 생겼내요
어떻게될지궁금해요~
어쩜 이래여..
서로 알아보지 못하고 어긋났네요ㅠ
어이쿠ㅠㅠ뭐지.....어쩐대ㅠㅠ휴잘읽고갑니다!
처음부터 정주행하다 처음으로 댓글남겨요ㅎㅎ
너무 재밌어요. 엇갈린 세남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오 ~~~~곧 절정으로 ? ㅎㅎ
궁금해여!ㅎㅎ
잘읽고 갑니당
잘보고 갑니다 ㅎ
잘보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