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한 봄 햇살의 비추임에 나른해지다 못해 여름을 느끼게 하는 주말 오후에 출발한 길에는 밀려드는 차량의 행렬이 답답함을 주지만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발길은 항시 설레임과 흥분을 감추기 어려워짐을 느낀다.
안산시를 거쳐서 시화방조제를 통과하면서 보니 왕복 4차로의 길을 완성해 놓고서도 차선 그리기 작업으로 인해서 편도 2차선을 막아 놓았다. 그 덕분에 아직은 차량이 시원스레 달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막아놓은 방파제 길로 인라인 스케이트와 달리기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꽤 되는 것을 보니 문득 길은 막혀도 계속해서 자전거도로나 인라인 스케이트 전용도로 놔두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쪽으로는 차량이 오고가지만 한편으로는 넓게 펼쳐진 바다를 끼고 운동하는 사람들을 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 열정이 섞인 젊음과 구리빛 건강함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즐거울 수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이래서 그토록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를 TV에서도 열광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화방조제를 지나면 소위 칼국수마을이라는 곳이 나온다. 조개구이와 칼국수를 특산물로 파는 그곳은 일종의 전문식당이 늘어선 듯 서로가 원조라고 하며 길가를 즐비하게 서 있다. 집집마다 서로가 특색 있는 칼국수를 팔고 있음을 상기시키기 위해 간판에 온갖 어구를 나열하고 잇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곳에서 제일 유명하고 오래된 곳은 처음의 마을이 아니라 두 번째 마을에 있는 "우리밀 칼국수"집이다. 그곳에 처음 가본 것은 97년도였는데 주인은 우리 전통 밀을 이용하여 칼국수를 만들어 팔고 있음을 항시 자랑한다. 사실 나는 칼국수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칼국수도 맛난 먹거리임에는 누구나 동의 할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안산, 시흥지역은 칼국수가 유명한데 칼국수도 국물 맛을 내는 방법에 따라 닭칼국수, 조개칼국수, 멸치칼국수로 종류를 나눌 수가 있는데 이 지역에서는 닭칼국수와 조개칼국수가 유명하다. 하지만 대부도에서 파는 칼국수는 대부분이 조개를 이용한 것이다.
그렇기에 술을 먹은 다음날 아침에 먹으면 해장용으로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대부도에서 칼국수마을을 지나 오른편으로 영흥도 화력발전소 방향으로 길을 바꾸어 10여분을 가니 선재교를 지나 선재도가 나오고 이후 영흥대교가 보이기 시작한다. 주탑의 가운데 부분을 붉은 색으로 처리한 것이 특이하게 느껴지는데 국내여행길에 교량에 붉은 칠을 영구히 남겨 놓는 것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길이 1,250m의 영흥대교는 사장교이자 강철박스교량이라 바닷바람의 영향에도 든든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서해대교가 7.2km의 장대교량으로 국내 최고를 자랑하며 지난해 연말에 개통된 관계로 다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영흥대교 역시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공사가 완료된 것이다. 다만 일반의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은 서해대교의 개통과 비슷한 시기에 개통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흥대교는 영흥도에 건설중인 영흥화력발전소의 건설과 관련하여 지어진 산업용 교량이지만 지역주민에게는 새로운 활력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기존에는 선편을 이용해야만 했지만 이제는 육로를 이용하여 자유로이 다닐 수 있게 된 때문이다.
미리 예약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는 곧바로 숙소로 향했다. 선재도와 영흥도는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으며 더구나 선재도는 영흥도와 대부도 사이에 중간에 위치한 작은 섬이라 숙소가 많지 않아서 미리 예약하지 않았다면 숙박을 할 수가 없었다. 저녁 6시경이면 모든 방이 다 찬다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보니 숙소의 창으로 바다가 보이는데 멀리 보이지 않음은 황사의 영향 때문이란다. 그래도 맑은 날씨 덕에 아침 식사를 위해서 전날 갔던 식당에 들러 지리를 청하니 청하지 않은 쭈꾸미가 나온다. 주인아저씨의 서비스로 나온 것인데 요즘 쭈꾸미가 제철이라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포구에 나가보니 사람들이 많다. 이른 아침부터 영흥도로 몰려오는 사람이 제법 많음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아침나절 계속해서 들어오는 차량의 행렬은 끊임이 없다. 일반적으로 영흥도에서 볼거리는 4가지 뿐이다. 영흥도 화력발전소와 영흥대교, 해수욕장 그리고 탑골우물이라는 곳인데 탑골 우물의 유래가 재미나다. 이 우물근처에 절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날 절에 빈대가 끊어 사람이 살 수가 없어 절을 헐어 버렸으며 그 후 탑만이 남아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탑을 헐어 우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연후로 이 마을을 탑곡이라 부르며 우물 역시 탑곡정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 험난한 수행을 마다하지 않는 스님들이 절을 버릴 정도로 빈대가 들끓었다고 하니 참으로 심했던가보다. 우리네 사람들이 독하다 해도 모진 생활 속에서 빈대의 수탈을 감내하던 선조들이건만 그것도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견디질 못할 정도의 수탈(?)이라니 참으로 어이 없음에 쓴 웃음이 나는 것은 왜일까? 생각해본다.
영흥도 역시 서해안이라 갯벌은 지천이건만 그래도 바다를 바라보니 만조때문인지 푸르름이 느껴짐은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약한 황사가 몰아 친다는 말에 먼 수평선을 보니 뿌였기는 해도 맑은 햇살과 푸른 바다를 볼 수가 있음은 웬지 모를 희망을 주는 듯하여 기분이 좋아진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바다내음도 상큼하니 지난 밤의 숙취를 날려주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을 가벼웁게 해주는 듯하다. 다음 기회엔 지는 저녁놀과 아침해돋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서해의 해돋이를 다시금 보고픈 것은 지난 추억 때문이련만 그래도 기약없는 약속이라도 스스로에게 하고 싶어만 지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