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LG텔레콤 고객센터장께서 우리 회사를 방문했다.
우리 회사를 한 바퀴 죽 돌아본 후에는 회사 옆 복어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하면서 대구에 대한 소감을 몇 가지 얘기했다.
이 분은 그 동안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대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그 동안 서울에서는 경험하지 못 했던 낯선 장면을 대구에서 꽤 접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준수한 외모에 눈도 크고, 이목구비가 반듯한 것이 시쳇말로 하면 꽃미남에 가까웠다.
매너 또한 짱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난 이 분을 몇 개월 전 대구시장과의 간담회 때 LG텔레콤 사무실에서 뵙기도 했지만, 컨택센터 협의회라는 곳에서 가끔 뵌 분이라 친밀감이 있어 재미있는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사무실 근처 식당에 관한 것이다.
"우리 LG텔레콤은 직원들에게 식권으로 중식비를 보조해 주고 있는데, 거래하는 식당이 약 10여 개나 됩니다. 그래서 대구에 발령 받자마자 밥은 먹어야 하겠기에, 회사 거래 식당을 다 둘러보며 하나하나 체험을 해 봤죠."
이렇게 시작된 얘기를 특유의 서울 말씨로 재미있게 풀어 가는데, 진지하게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식당 운영 실태가 너무나 서울과 다른 겁니다. 서울 같으면 상상도 못 할 행동들을 하고 있어요."
이 말을 들으니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대충 짐작은 갔다.
대구 식당 경영자들은 아직 서비스 마인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아이구, 벌써 그 걸 느끼셨군요. 우린 맨날 접하는 일이라 무심코 넘어 갑니다만......"
"허허, 무슨 말이냐 하면, 결제 올라오는 식권수로 거래 식당을 조사를 해 봤더니, 많이 이용하는 식당과 그렇지 않는 식당이 확연이 구별되었습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하다가 직원들에게 설문 조사를 해 봤습니다. 식당 청결 상태, 종업원의 태도, 음식의 맛갈, 재료의 질, 그리고 가격 등을 우리가 고객들한테 모니터링하듯이 말입니다."
"아, 예. 그래서요?"
"결과는 마찬가집니다. 역시 우리 직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식당은 점수가 높게 나오고, 별로 이용하지 않는 식당은 점수도 낮게 나왔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뭐."
"그래서 또 이 결과를 가지고 식당주인을 전부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브리핑을 했죠. 점수 나온 식당 현황 그대로 말입니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식당주인들이 떫떠름하게 생각들 해요. 그러더니 그 다음부터는 반응이 점점 달라지고, 결국에는 서비스 수준이 확 올라가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방법을 매달 시행했더니 지금은 정말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대단하시군요."
"그래서 하는 얘깁니다만 서비스가 안 좋을 땐 얘기를 해 줘야 합니다. 서울에서는 그렇거든요. 전 식당에 갈 때마다 서비스가 안 좋으면 왜 안 좋은지, 개선점이 무엇인지 말을 합니다. 그러면 바로 달라지거든요."
"우리 대구 사람들은 워낙에 보수적이라, 한 번 이용해 보고 서비스가 안 좋으면 다음부터는 안 오고 말지, 굳이 얘기를 해서 서로간에 불편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얘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얘기를 들으니 서울보다 대구가 불친절하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나는구나 싶었다.
지난 주 토요일에는 광주에 있는 한국산학연구원 회원 40여 명이 대구에 왔을 때, 내가 갓바위 가이드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광주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대구 사람들 왜 그래요? 교사가 어떻게 아이를 피가 나도록 200대나 때립니까? 광주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라고 했을 때, 마땅히 변명거리도 못 찾아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는데, 지금 이 심정과 비슷했다.
대구 사람들은 대체로 사고가 보수적이고,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것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럼, 저도 생각을 바꾸어 한 번 시도해 봐야겠네요."
라고 말하면서, 센터장과의 많은 얘기를 더 깊이 있게 나누고는 헤어졌다.
앞으로 나도 기회가 있을 때 그 분처럼 서비스에 대한 지적을 해 가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그 분 말처럼 바로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생각은 안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당장 오늘 저녁 그랜드 호텔에서 위 내용에 대해 시도를 해 본 결과가 나타났다.
마침 오늘 저녁에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6자회담은 죽었는가?'라는 주제로, <피터 백> 국제위기감시기구 동북아 사무소장을 초청하는 대구경북포럼이, (사)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 주최로 그랜드 호텔에서 거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럼을 참석하고 난 후, 잠시 그랜드 호텔 커피숍에서 있었던 일을 여기에 적어 본다.
이런 얘기를 여기에 적게 된 계기도,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커피숍에서 흥사단 멤버 여섯 명과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마칠 때쯤 되어서 갑자기 그랜드 호텔의 서비스 상태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우리 일행이 커피숍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으려고 했는데, 여섯 명이 모두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여섯 명 전체가 몰려다니며 구석구석 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직원은 안내를 할 생각도 안 하고 그저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우리는 돌아다니는 것도 쑥스러워서 대충 아무렇게나 빈 자리에 앉아 버렸다.
잠시 있으니 까만 제복을 입은 여직원이 와서 주문을 하라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그 여직원은 제복도 깔끔했지만 참 예뻤다.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와서는 주문 받을 준비만 하고 있었던 모습이 왠지 특급 호텔 직원 같지 않았다.
우린 무얼 마실까 하고 이것저것 이바구를 했다.
"뭘로 할까요? 여성이 먼저 선택하시죠?"
"뭘 여기서 여성을 먼저 찾습니까? 각자 알아서 주문하면 되지."
"그냥 커피로 하지뭐."
"난 카푸치노."
"카푸치노는 또 뭡니까?"
"이런 곳에서는 이 정도는 먹어 줘야죠."
뭐, 이런 저런 말이 오가고 있는데도, 그 여직원은 아직도 무표정한 얼굴로 빨리 주문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난 커피 주문하려고 우리끼리 노닥거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잘못하다가는 그 여직원이 화를 낼까봐 슬쩍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냥 대충 합시다. 아무 것이나 마십시다."
주문하기를 기다리는 그 여직원의 눈치 때문에, 우리 일행은 자리에 앉자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원두 커피 다섯 잔에 카푸치노 커피 한 잔을 주문해 버렸다.
그리고 우린 우리 얘기로 재미있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이젠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바로 앞을 보니 미색인지 무슨 색인지 촌스런 제복을 입은 여직원들이 떼거리로 왔다 갔다 하며 화분을 옮기고 있었다.
화분은 기다랗고 무거웠으므로 두 사람 세 사람씩 힘을 합해 옮기고 있었다.
우리가 앉아 있는 바로 뒷편에도 갖다 놓고, 다른 테이블 쪽에도 갖다 놓고 그랬다.
손님이 없을 때 해도 될 일을 지금 이렇게 한다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 안 되었다.
더우기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 주위에서 소란을 피우는 모습도 참 이상했지만 그 다음은 더 가관이었다.
화분을 다 옮기고 나서는 우리 쪽 테이블 바로 옆에서 저거들끼리 마구 시시덕거리는 거였다.
그것도 모자라 2층 홀 난간에서 초등학생이 내려 보고 있으니까, 또 무더기로 몰려가서는 위를 쳐다보고 장난을 걸기도 했다.
우리가 너무 늦게까지 있어서, 퇴근시간이 다 되어서 그렇나 하고, 휴대폰 시간을 보니 저녁 8시 40분이었다.
‘호텔로 치면 아직 이른 저녁인데도, 참......’
그래서 우리끼리 여기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레 나오게 되었다.
"그랜드 호텔은 말야. 하여튼 엉망이야. 난 이 호텔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입구의 경비원부터 꼭대기층 스카이 라운지까지 서비스가 엉망이야."
"최첨단 서비스로 무장해야 할 곳이 어떻게 이렇게 운영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이렇게 서로들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 내가 낮에 만났던 LG텔레콤 센터장 얘기를 전했다.
그리고 계산하고 나갈 때, LG텔레콤 센터장 당부처럼 직원들에게 한 번 얘기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면서도 그 센터장 얘기처럼 우리가 지적을 해 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무척이나 궁금하기도 했다.
내 예측은 물론 '대구 사람들은 곱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는 것이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한 번 말 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대충 화젯거리를 마무리한 후, 다음에 또 만나기로 약속하고선, 난 우리 일행 모 단우가 커피값을 계산하는 옆으로 살짝 가서 붙어 섰다.
계산대 주위에 여직원 여러 명이 있었고, 아까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 주위엔 아직도 여직원들이 떼거리로 모여 희희락락하고 있었다.
"여기 매니저가 누구예요?"
"예?"
계산대에 서 있던 여직원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이 커피솝 팀장이랄까 책임자가 어느 분이냐고요."
그 때서야 옆에 서 있는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여직원이 이상한 표정으로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왜 그러시는데요?"
그 여직원은 당돌하게 나서며 약간 따지듯이 말을 했다.
‘역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있구나! 그러면 그렇지.’
이쯤 되면 다소곳하게 나와야 정상인데 말이다.
귀찮게 책임자는 왜 찾느냐는 식이다.
난 겁이 덜컹 났다.
대들면 낭패를 당하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대구 사람들은 비록 호텔이라고 하더라도, 원래가 남 얘기에 잘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아, 여기 직원들이 좀 친절했으면 해서요.”
"아, 네. 저분들은 학교 실습생들입니다."
당연하다는 듯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그게 아니고, 저...... 커피 주문 받을 때도, 좀 웃으면서 상냥하게 해 줬으면 해서요......”
난 뻘쭘해 하며 이 말도 겨우 끄집어냈다.
“아, 예, 잘 알겠어요. 잘 알겠습니다.”
표정은 껌 씹은 표정으로 말로는 잘 알겠다고 했다.
그래서 겁이 나서 자초지종을 말하지도 못 하고 계산도 다 끝나기 전에 퍼뜩 나와 버렸다.
괜히 이야기를 해 가지고 소심한 내 마음이 다치면, 또 며칠 잠 못 잘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옆에서 계산하던 우리 일행 모 단우도 빨리 계산을 끝내고 나왔다.
커피값을 계산한 모 단우가 느낀 감정 역시 나하고 똑 같았다.
“과연 말해 봤자 소용 없네요.”
“아까 그 표정과 태도 봤습니까? 전혀 고쳐질 것 같지 않죠? 그래서 난 그 동안 말 안 했던 겁니다. 대구를 대표하는 얼굴인데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대구의 식당 및 호텔에 대한 고객 서비스 수준을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서울 사람인 그 센터장이 너무 높은 서비스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하여튼 난 일행 모 단우와 이런 얘기를 나누면서, 그랜드 호텔 지하 주차장으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2006년 9월 19일
멋진욱 김지욱 서.
첫댓글 커피숍 간 사람 : 김상경, 노진화, 고미향, 김종탁, 김지욱, 강은혜 ;사진은 카페의 폰앨범을 참조 바람. 히히.
대장님 죄송합니데이.....
히히, 제가 죄송합니당.
제가 죄송합니다. 빨리 컨트롤 못해서..푸히히
단우님~저는 홍차 시켰었는데요?ㅎㅎ 메뉴에 홍차가 없어요!ㅎㅎ^^ 충분히 느낀 일이었지만..다시 한번 읽어도...참 씁쓸하내요~ㅡㅡ;;
기억력이 많이 줄어드는군요. 젊은 사람이 이해하소.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