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 월급차 18배" "여성대표 비중 10%뿐"… 강도 높은 발언 잇따라 "정부비판 기능 만들어야" 최고지도부 뜻 따른 듯
"산업진흥정책이랍시고 수천억 위안 써서 나온 게 뭐 있느냐? 그 돈이 다 지방 정부 손에 들어간 것 아니냐." "국영 기업 고위임원과 직원의 월급 차이가 18배나 된다. 평범한 근로자들이 발전의 성과를 누릴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국정자문회의) 등 양회(兩會)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유달리 강도 높은 정부 비판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정협 부주석을 맡고 있는 황멍푸(黃孟復) 전국공상업연합회(공상련) 주석은 지난 8일 열린 정협 회의에서 국가발전개혁위(발개위)와 과학기술부 등 8개 부서의 경제발전 모델 전환과 구조조정에 대한 보고를 들은 뒤 "모두 말은 잘 하는데 늘 똑같은 소리"라며 포문을 열었다.
▲ 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한 원자바 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회의 중 휴식 시간에 생각에 잠겨 있다. 지난 5일 개막한 이번 전인대는 오는 14일까지 열린다. / 로이터 연합뉴스
황 주석은 "경제발전방식의 전환과 산업구조조정에 대한 말이 나온 지 여러 해가 흘렀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정책이 바로서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중관춘(中關村·베이징의 IT단지)의 과학기술 기업을 찾아가보면 이렇게 겨우 생존하느니 부동산업이나 하겠다는 말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의 산업진흥정책에 대해서도 "수천억 위안을 쓰는데 무슨 효과가 있느냐"며 "돈 나갈 때만 심사하고,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는 살펴보지 않으니 지방정부 수중에 다 들어가는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9일 오전 정협 회의에서 발표에 나선 노동단체 중화전국총공회의 장스핑(張世平) 감사위원회 주임은 "국영기업 고위 임원과 일반 직원의 월급 차이가 2006년 6.72배에서 2008년 17.95배로 확대됐다"며 정부에 소득 차이를 줄일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장 주임은 "중국 근로자는 개혁개방과 현대화 건설의 공신인데도 근로자의 61%가 스스로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고위층 인사의 언급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기업인 화위안(華遠)그룹 회장인 런즈창(任志强) 정협위원은 장핑(張平) 발개위 주임이 지난 6일 "4조 위안의 경기 부양자금 중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 들어간 돈은 없다"고 발언한 데 대해 9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장 주임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주도하고 있는 발개위의 수장을 맡고 있는 경제 부처 실세 장관이다. 런 위원은 "4조위안의 경기 부양책으로 토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이 기존 주택 가격 앙등의 주요인"이라며 "부동산시장에 직접 들어간 돈이 없다고 발뺌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다이슈잉(戴秀英) 정협 위원은 8일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인터뷰에서 "올해도 양회의 여성 대표 비중이 겨우 10%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너무 적다. 여성 참여 기회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의 목소리도 중국 최고지도부의 유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인민이 정부를 비판하고 감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여론의 감독 기능을 활성화해 권력이 햇빛 아래에서 운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