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앞에 세워진 원형 회랑 시공을 앞두고 현설에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낙찰엔 실패를 하였지만 그래서 시공과정을 남다르게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원형 회랑을 짓기 위해선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질러 가는 모든 수평 부재들이 일정한 곡율을 가져야 한다.
처음부터 휘어진 나무를 이용해 부재를 만드는 게 가장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곡율 양단의 표면적에 해당하는
대재를 인위적으로 깎아 만들어야 한다. 필요 이상으로 버려지는 목재가 많을 수밖에 없는 시공이다.
공사에 참여한 업체에서 위 두가지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하였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충청남도에서 엄청난 예산 투자와 장기간의 공사 끝에 완성된 부여 역사재현단지가 문을 열었지만 그것을 관 주도로 운영
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관에서 그럴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할 뿐더러 수익창출을 위한 어떤 수단도 가지고
있지 못하였기에 결국 민간운영에 위임하게 된 것이다. 롯데와 손 잡고 재현단지는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역사재현단지는 그저 뒷전으로 밀리고 해마다 관에서 건물 유지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롯데가 어떤 기업인가. 그야말로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데는 도가 튼 기업 아니던가.
역사재현단지 옆에 아울렛을 만들어 놓고 돈벌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역사재현단지는 일 년 또는 이 년에 한 번 백제문화재의 무대로만 동원될 뿐이다.
비록 추정에 의한 백제양식 건물들을 지었다고 하지만 나름 전문가들의 참여로 의미 있는 공사로 평가된다.
부여 박물관이 있고 수영을 마음껏 할수 있는 리조트와 골프장이 있어서 돈푼이나 있는 사람들이 며칠 머물다 가기엔
딱 좋은 곳이다. 그러나 서민들에겐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차라리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마련했더라면
좀 더 친숙한 명소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결국 돈은 돈을 가진 자들을 위해 먼저 판을 벌리는 모양이다.
올여름엔 이박삼일 부여에 머물며 문화유산을 탐방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참고로 부여 시내엔 정림사지가 있고 변두리엔 궁남지와 거대한 연지가 펼쳐져 있어 가족단위로 투어 하기엔 제격이다.
인근에 민칠식 가옥은 관에서 한옥숙박업소로 저렴한 가격으로 모시고 있으니 여행경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부여에서 한 시간 내 거리에 무량사가 있고 휴양림도 있으니 시원한 그늘을 찾는 여름 여행으론 이만한 곳도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