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르 개척에 대한 압박 커져, 카레이싱 등 스포츠 소재로 한 영화 등장
발리우드가 새로운 마살라(양념) 선택의 기로에 섰다. 보통 발리우드 마살라영화의 핵심은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게 만드는 사랑과 복수, 그리고 갑작스레 나타나 눈물을 날려버리는 집단댄스 정도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인도에 상륙한 지 10년이 넘은 <스타TV>를 비롯해 다양한 외국 영화매체들이 가공할 만한 공세를 해오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인도 영화계의 새로운 소재 개발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관객의 입맛은 뷔페에 적응한 지 오랜데 영화계가 별미라고 내놓은 것이 대부분 불륜과 미혼모라는 구태의연한 양념이다보니 소재의 진부함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발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이 새로 눈을 돌린 소재는 스포츠다. 그동안 스포츠가 발리우드의 소재로 사용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스포츠를 소재로 한 발리우드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고,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영화로는 고작 서너편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이니 발리우드가 새롭게 개척하는 소재로 스포츠를 꼽아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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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반응이 좋았던 소재는 카레이스다. 얼마 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결혼한 아비셰크 바흐찬과 아이쉬와라 라이가 주연한 <Raaste>의 소재로 카레이스가 사용되었고, 시다르트 아난드 감독의 영화 <Ta Ra Rum Pum>에도 주인공인 세이프 알리 칸이 카레이서로 등장했다. 아난드 감독은 “공격성과 두려움, 역동성을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소재”라며 자신이 카레이스를 영화의 소재로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인도에서 커다란 인기를 모으는 스포츠 크리켓은 영화 소재로 사용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던 <라간>이 크리켓을 소재로 삼아 성공한 사례가 있고 나게쉬 쿤쿠누르 감독의 영화 <Iqbal>은 크리켓을 통해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장애인의 삶을 그려 호평받은 바 있다. 하지만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영화를 제작하는 현재 상황에서 몇몇 영연방 국가에서만 인기있는 크리켓은 소재로서 가치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영화감독 아비셰크 카푸르는 “며칠에 걸쳐서 플레이가 가능한 크리켓은 스포츠라기보다는 게임에 가깝고, 역동성을 표현하기도 쉽지 않다”는 말로 크리켓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현재 발리우드가 관심을 두고 있는 소재는 축구, 하키, 카레이스 정도로 압축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영화에 대한 반응에 따라 소재의 폭은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만들어진 발리우드의 스포츠 소재 영화 중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복싱을 소재로 했던 <Boxer>(1984), 축구를 통해 동료관계를 다루었던 <Hip Hip Hurray>(1984), 가족을 위해 경기를 포기하는 미식축구 선수를 다룬 <Saheb>(1985), AIDS에 걸린 수영선수를 소재로 했던 <My Brother Nikhil>(200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