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8월24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 아트선재센터에서
오는 8월24일부터 30일까지, 새로운 영화의 최첨단을 만나자. 서울아트시네마와 아트선재센터에서 관객을 만나게 될 2007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은 영화를 이루는 구성요소 하나하나마다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120편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시선 확장, 매체를 확장하고 양식을 교류하며 상호 텍스트성을 중시하는, 좀더 다양한 작품을 골고루 돌아보자는 의미다. 경쟁부문(EX-NOW)과 비경쟁기획(EX-CHOICE), 회고전(EX-RETRO), 인디-비주얼(INDIE-VISUAL) 크게 네개 부문으로 나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비경쟁기획 부문. ‘뮤직+비디오’에 포함된 <긴 배음>(The Long Overtone/ 미구엘 마카도/ 포르투갈/ 19분)은 모든 움직이는 탈것의 안과 밖에서 내부 혹은 외부를 관찰한 다양한 이미지, 이를 응용하여 표현한 유화애니메이션 등 총 네 부분으로 나뉜다. 단순한 조형미와 운동미가 반복·변주되면서 음악적인 아름다움을 불러일으킨다. 실험영화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인 퍼포먼스를 표현한 ‘퍼포먼스의 표상’의 상영작 <자동차 그림>(Car Painting/ 조지 바버/ 영국/ 7분)은 잭슨 폴록을 비롯한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영화적이고 동시대적인 답변이다. 색색까지 10여종에 달하는 페인트를 봉고차에서 내려, 이를 차례로 도로에 흩뿌리고, 어쩔 수 없이 그 위를 지나게 되는 자동차들로 인한 거대한 추상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직부감으로 조망한다. 불특정 다수가 우연의 힘으로 참여하는 과정이, 의외로(?) 스펙터클하다. 전통적인 핸드메이드 필름 메이킹을 응용한 작품이 포진한 ‘셀룰로이드의 확장’은 가장 급진적인 실험의 현주소를 전망하는 섹션이다. 두 실험영화가 독립적으로 완성한 영상물을 듀얼 프로젝션으로 상영하는 <세 가지 항목>(Triage/ 마이클 스노&칼 E. 브라운/ 캐나다/ 30분)은 실험영화쪽에 상당한 내공을 갖춘 관객을 위한 작품이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촬영한 필름을 다양한 화학적 조작을 가하여 보여주는 칼 E. 브라운의 영상은 생명적 표현주의를, 다양한 색상과 형상의 사각형이 쉴새없이 명멸하는 마이클 스노의 영상은 하이 스피드 리얼리즘을 보여준다고. 서로 다른 속도와 리듬을 가진 두 영상이 때때로 만나고 어긋나는 과정이 색다른 영상경험을 안겨준다. 첨단 HD 장비로 완성한 3D 입체영화 <밀러>(Miler/ 브욘 슈파이델/ 독일/ 17분) 등이 상영되는 ‘디지털 리액션’은 새로운 매체를 받아들인 작가들의 신작을 통해 미래의 실험영화를 점쳐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원초적 다큐’, ‘파운드 푸티지’, ‘내러티브 컨정션’, ‘애니-플렉스’ 등 다양한 섹션이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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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작가들의 현재를 살필 수 있는 경쟁부문도 흥미진진하다. 기술적이고 철학적인 완성도가 놀라운 애니메이션 <소이연>(所以然/ 김진만/ 한국/ 10분)은 지구 온난화에 적응하기 위해 식물들이 CO2를 배출하면서 모든 먹이사슬이 역전되고 파국을 맞이하는 지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갈라진 땅을 비추던 카메라가 점점 땅을 훑어가면서 늪지와 하늘, 땅에서 진행되는 기이한 먹이사슬 역전현상이 보여지고, 제목 자막이 뜨면, 악몽 같은 미래 지구를 형상화한 3D애니메이션이 이어진다. 애니메이션만이 가능한 형식과 내러티브를 고민한 결과물. 핸드메이드 필름 기법을 사용한 <태양의 아이>(서원태/ 한국/ 3분), 천문학 아카이브로부터 제공받은 태양과 관계된 이미지로 완성된 <화려한 소음>(Brilliant Noise/ 세미컨덕터/ UK/ 6분) 등은 고전적인 실험영화의 방법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천막극장에서 펼쳐지는 오토바이와 레이싱카의 곡예를 기록한 <모토드롬>(Motodrom/ 조에르그 바그너/ 독일/ 9분)은 좌우를 고개를 움직이며 신기한 듯 뭔가를 바라보는 남녀노소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특수 설계된 작은 원형 극장 안을 빙글빙글 돌면서 중력을 거스른 오토바이 묘기가 이어지는데, 오토바이 안과 밖에서 촬영한 화면에는 특유의 운동감과 매혹적인 조형미로 가득하다. 마지막 왕조의 황제, 웨이트리스, 행복한 젊은이, 중산층, 심각한 부모 등을 연기하는 사람들의 초상이 이어지는 <중국인의 초상>(쥬홍시앙/ 중국/ 13분)은 유머러스한 퍼포먼스가 관건. 각각의 명칭에 어울리는 옷차림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특정한, 의외의 행동들이 이어진다.
회고전과 인디비주얼 부문은 초청감독들과 함께한다. 사운드와 이미지의 관계에 주목하는 미국작가 리튼 피어스와 회화적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프랑스의 거장 패트릭 보카노브스키는 회고전에, 게이의 정체성과 문화적 복합성을 탐구하는 독일의 미하일 브린트럽과 여성성에 관해 꾸준히 실험을 거듭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김소영 교수는 인디비주얼에서 관객을 만나게 된다(문의: www.ex-i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