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저지이외는 대안이 없다.
지난 14일 '한미FTA와 제주농축산업의 대응전략'이라는 주제아래 한농연 주최로 농업기술원에서 진행된 세미나에 진행되었다. 그날 농가부채해결과 소득보전직불제도입 등의 대책수립 후 협상개시 등 나름대로 대안이 일부 제출되었지만, 대부분의 토론자와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현실성있는 대응전략은 단 한가지 '머리띠를 매고 데모를 하든 집회를 하든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하는 것'(제주시농협조합장) '온몸을 던져 한미FTA를 저지해야 하는 것'(전 위미농협조합장)이었다.
협상타결시 농업생산액은 최대 8조원 감소
한미 양국은 2월 협상개시를 선언하고 내년 3월까지 협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한미FTA로 인한 농업분야 생산감소액은 대략 2조원(협상품목에서 쌀제외시)에서 8조원(쌀포함시)으로 추산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을 제외한 전품목 관세를 철폐하고, 주요 민감품목의 관세 감축율에 따라 품목군별로 축산물(3,980억원-9,013억원), 과일,채소류(1,200억원-2,554억원), 기타작물(1,792억원-1,963억원), 낙농제품(142억원-1,110억원)순으로 생산감소액이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농업부문에서 7만-14만명의 고용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총생산액의 10% 이상 감소시 농업공황 예상
2003년 한국 농업총생산액 20조원 대비하여 최소 10%에서 45%정도가 감소하는 데 경제학자들은 한 산업분야에서 총생산의 10%가 감소하는 경우 공황상태로 판단한다.
농업공황은 농산물가격하락과 이에따른 농가의 파산, 그리고 이어지는 지역공동체의 몰락은 사회전반을 심각하게 동요시키고 이를 파탄으로 몰고 갈 정도의 위력을 떨친다.
평균64% 관세철폐시 미국농산물의 독점적 지위 형성
정부는 공산품수출 확대가 소득 및 고용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농업피해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의 대부분 공산품 관세율은 10%미만의 낮은 수준으로 공산품의 관세가 철폐된다고 하더라도 수출효과는 미미하며 타국가와는 우월적지위가 아닌 경쟁적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반면에 한국농산물은 대부분 관세가 높아(평균64%) 관세철폐시 미국농산물의 우월적 독점적 지위가 형성되며 대량 수입과 가격하락으로 인해 한국 농업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것이다.
현행 감귤 144%의 관세가 0%가 될 경우 감귤산업은 붕괴
특히, 1차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지역의 경우 농업의 몰락은 제주경제와 공동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협상 타결시 감귤산업의 붕괴를 단언하고 있다. 이미 간벌과 폐원으로 오렌지수입으로 인해 하락하는 가격을 겨우 지탱하고 있다. 현재 오렌지 50%, 감귤 144%의 관세가 0%가 될 경우 오렌지, 쥬스 수입증가는 물론 감귤의 대량수입이 예상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고 있는 소위 손으로 까먹는 '탄제린' 감귤이 수입될 경우 제주감귤산업은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제주지역 주요 밭작물인 감자, 마늘도 막대한 피해 예상
제주지역 주요 밭작물의 경우 현행 관세율이 300%인 감자와 360%인 마늘이 0%로 될 경우 제주지역 농업의 피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감귤 다음 제주 최대 산업인 축산물 피해액 농업 품목군 중 최대
축산물의 경우는 앞서 지적했듯이 생산액 감소에 있어서는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산 돼지고기와 쇠고기의 경우 국내가격의 26%, 28%로 현재도 미국산 냉장육 수입으로 인해 국내산의 가격하락 주요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1월 광우병파동으로 중단되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결정으로 인해 4월경 수입재개시 돼지고기 가격이 대략 10%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FTA타결에 따라 현행 쇠고기 40%, 돼지고기 25%의 관세가 철폐될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고, 품질로 승부한다는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것이다.
농업붕괴는 지역사회 파탄으로 이어져
정책자금과 상호금융대출 등 농가부채가 연대보증이라는 고리로 지역사회를 얽어맨 상황에서 협상타결로 이어지는 농업과 농가의 파산은 농업이 중심적 기초산업인 제주지역 전체를 파산과 공황상태로 이끌어갈 것이다.
또한 산업구조상 타지역보다 취업기회가 적은 제주지역은 그 동안 농축산업이 취업기회를 제공하여 최소한의 소득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턱없이 부족한 농가소득이 20-30%, 아니 그 이상 줄어든다면 농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으며, 농촌과 지역사회는 붕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환경보전, 식량안보, 경관 및 휴양공간의 제공, 전통문화의 계승, 인간화교육 등 농업이 지니는 다원적 기능도 상실되어 그 피해는 전체 사회와 국민에게 까지 미치게 될 것이다.
협동조합의 역할 포기, 금융산업 경쟁체제로의 편입 강요
그렇다면 우리가 일하는 축협을 비롯한 협동조합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2005년 정책보고서]'향후 한미FTA체결 전망'에 따르면 미국은 "금융서비스 및 과세부문에서는 보다 개방된 금융시스템으로 전환, 한국 금융서비스시장에서의 외국 금융과 자본이 공정한 경쟁과 동등한 경재기회보장"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금융서비스 시장 내에서 공정한 경쟁과 동등한 기회 보장"과 "우체국과 농협, 수협, 축협 등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준정부기관들이 민간 기업과 동일한 법규, 세제 및 기준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협동조합이 1차산업의 보호와 지원을 위해 그동안 지원되었던 세제상, 법률상 모든 혜택을 중단하고 '공정한 경쟁과 동등한 기회보장'이라는 미명아래 금융산업의 무한 경쟁체제로의 편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사회적 약자, 특히 1차산업과 농어민에 대한 보호와 지원, 발전주체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라 빅뱅을 거듭하고 있는 금융산업부문으로 편입되어 무한 생존경쟁에서 살길을 모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확산에 따른 농업포기정책
이는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확산에 따라 정부지출의 감축, 공공서비스부문의 감축과 민영화로 나타났으며, 협동조합 또한 무한경쟁체제에 편입되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회적 공공성의 강화보다는 시장지향적 조직으로 변모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0년 농축협통폐합과 이후 전개된 협동조합 구조조정, 그리고 지난 2월 28일 재경부가 농협중앙회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신용사업부문의 자회사 분리 방안을 내놓은 것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또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따른 농민의 희생에 기반한 농업포기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협상타결시 협동조합에 미칠 악영향
향후 협상타결시 협동조합 세제상, 금융상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 2001년 농어가부채대책특별법에 의거 지원되고 있는 저리대체자금 8조원을 포함하여 30조원에 달하는 정책자금에 대한 정부의 이차보전금의 감축 또는 폐지 ○ 가축공제, 농작물재해보험, 농업인 안전 공제 등의 정부지원 감축 또는 폐지 ○ 면세유, 농어가목돈마련저축과 예탁금 비과세 등 세제혜택 감축 및 제한 ○ 당기 순이익에 대한 저율 과세와 대농민 지도사업비에 대한 손비 불인정 등 이다.
결국 세제상, 법률상 각종 지원의 중단과 감축은 농가 생산비와 가계부담으로 이어져 농가부채의 확대, 농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농가파탄과 강제적 협동조합 구조조정으로 귀결될 것이다.
정부가 협상에서 농업개방요구를 거부할 가능성은 없다.
지난 1월 27일 미국과 스위스는 FTA 협상 개시에 앞서 양국간에 농업분야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한-스위스 FTA 협상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양국은 '무역투자포럼'을 구성해 양국간 경제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찾기로 했다.
미국과 스위스가 FTA 협상을 개시조차 하지 못한 것은 한마디로 '농업분야를 전면 개방하지 않으면 FTA 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는 미국의 압력에 스위스가 굴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농업 전면개방 요구에 스위스는 "치즈, 고기 및 밀 등 일부 농산품은 FTA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선 것이다. 미국은 스위스의 전체 수출 중 11%를 차지하는 제2의 수출시장이다.
이와 달리 한국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스크린쿼터 축소 등 미국이 요구해온 FTA 협상 개시 조건을 다 들어주어, 스위스 정부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한국정부가 스위스정부처럼 미국의 무리한 농업개방 요구를 거부하여 협상 자체를 결렬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오히려 농업분야를 희생해서라도 협정을 성사시키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 3월 9일 29개 농업관련 단체가 모여 '한미FTA 농수축산 비상대책위'를 결성하고 협상저지투쟁을 선언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계, 언론계, 학계, 노동계 등 각계 각층이 저지투쟁을 위해 부문별 대책위와 범국민대책위를 결성하고 있다.
제주지역 또한 농업인단체협의회, 축협노조를 비롯한 농수협노조, 생협 등 소비자조합, 학계, 농, 수, 축협을 포괄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제주 농수축산 대책위원회"를 결성을 통해 전국민적 저지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오는 28일 참가 단체 대표자간담회를 시작으로 31일 결성기자회견, 4월 4일 한미FTA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전국축협노조제주본부, 농협노조제주지부, 수협노조제주본부 등 3개 협동조합 노조는 "한미 FTA저지, 협동조합 사회적공공성 강화"를 위한 강력한 연대와 공동투쟁을 위해 [제주지역 협동조합 노동조합 연대]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협동조합 노동자로서 저지 투쟁에 나서야 한다.
내년 3월까지 협상종결을 선언한 상황에서 한미 FTA 저지투쟁은 최소 1년의 길고 긴 질긴 싸움이 될 것이다. 만약 협상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2008년 이후 농축산업의 붕괴와 이로 인한 협동조합의 강제적 구조조정, 사회적 혼란과 갈등, 양극화 심화라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협동조합 노동자로서 농민과 각계 각층과 연대하여 저지 투쟁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우리의 모든 힘과 지혜를 동원하여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작게는 반대 리본을 달고, 각 사업장에 저지 현수막을 게시하고, 앞으로 개최될 협상 저지 집회에 농민과 함께 어깨를 걸고 참가하는 등 내가 발 딛고 서있는 현장에서부터 고민하고 투쟁해야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체제에서의 적자 생존이 아니라 사회전체구성원의 공공의 이익과 보편적 가치를 위해, 그리고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