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흥화와 민덕의 할 (興化旻德)
喝을 하고 말씀하되,
“흰 뼈가 산처럼 이어있고 흐르는 피가 개울을 이룬다.”
喝을 하고 말씀하되,
“일천 해가 함께 솟고 萬民이 함께 즐거워한다.”
喝을 하고 말씀하셨다.
“붉은 갓 쓴 도사는 蓮花經을 외우고 둥근 머리 스님은 周易을 講한다.
말해보라, 이 무슨 道理인가?“
한참 묵묵한 후에 말씀하셨다.
“萬法이 없어질 때 전체가 드러나고 君臣의 뜻 합하는 곳이 바른 가운데 삿됨이로다.”
흥화스님이 상당하여 말하였다.
“오늘 이렇다 저렇다 하지 말고 곧 單刀直入함을 바라노니, 흥화가 그대들을 위하여 증명하리다.”
이때 민덕장로가 대중 가운데서 나와 절을 하고 일어나서 갑자기,
“억!”
喝을 하니 흥화스님도 또한 喝을 하였다. 민덕장로가 또 喝을 하자 흥화스님도 다시 喝을 하니 민덕장로가 절을 하고 대중 속으로 돌아가자 흥화스님이 말하였다.
“조금 전에 만약 딴 사람이라면 三十 몽둥이질에서 한 몽둥이도 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저 민덕은 한 喝이 한 喝의 작용을 쓰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師云> 장안 집집에 밤마다 달이 밝은데
몇집에서 피리 불고 노래하며 몇집에서 근심하는가?
대혜 고선사가 頌하였다.
어둠 속에서 손을 잡고 높은 산에 올랐다가
날이 밝으니 제 각각 길을 간다.
중도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한없는 손이
밝고 밝게 눈을 뜨고 깊은 구덩이에 떨어졌네.
<師云> 집에서는 가난하고 길에서는 富하도다.
나암 추선사가 頌하였다.
민덕의 한 喝은 우레같이 울리고
흥화의 한 喝은 울림이 우레같다.
비단 도포 옥띠가 참으로 산뜻하니
그때의 늙은 만회를 생각한다.
<師云> 모자를 버리고 구름을 뚫고 가며
도롱이를 입고 비를 맞으며 온다.
설암 흠선사가 訟하였다.
照와 用을 함께 함과 함께 하지 않음이여
權과 實이 쌍으로 나아가니 깨달은 이는 안다.
또한 얻음도 있고 잃음도 있으나
저 용과 범이 스스로 엇바꾸며 달음박질 친다.
<師云> 얼굴 검은 老婆는 흰 실을 쓰고
흰 머리 老翁은 검은 적삼을 입었네.
수산 념선사가 상당하여 이 법문을 들어 말하였다.
“저 흥화가 이렇게 작용함을 보니 어째서 저 민덕의 허물을 놓아 주
었는가? 모든 상좌들아, 말해보라. 어떤 곳이 한 喝이 한 喝의 작용을
짓지 아니함인가? 이 앞의 喝인가, 이 뒤의 喝인가? 어느 것이 주인인
가? 그러나 모름지기 자세히 살펴야 옳다.“
한참 묵묵한 후에 말하였다.
“둘 다 허물이 있고 둘 다 허물이 없다.”
<師云> 한번 즐거워하고 한번 슬퍼함이여
한손은 내리고 한손은 내리지 않는다.
장산 근선사가 拈하였다.
“깨친 이들이 서로 만남에는 모름지기 이렇게 해야 하니, 기틀은 번
갯불 같고 눈은 流星 같으며, 시작이 있으면 끝을 마쳐야 하고, 머리
를 붙들어 꼬리에 닿게 한다. 이른바 깃과 털이 서로 비슷하고 말과
기운이 서로 합한다. 다만 두 집이 서로 번갈아 喝을 하니, 또한 어
찌하여야 한 喝이 한 喝의 작용을 짓지 않음을 가릴 수 있을 것인가.
임제의 正法眼藏을 이어 받으려면 모름지기 두 노스님의 뜻을 밝혀
야 한다. 말해보라 뜻이 어떠한가?
백척 장대 끝에서 모름지기 나아가야 하니
자주빛 비단 장막 속에서 진주를 흩는도다.“
<師云> 고기가 뛰니 일천 강에 달이요
용이 날으니 만리에 구름이로다.
대중들이여, 만약 한 喝이 한 喝의 작요을 짓지 않음을 알면, 다만 三玄三要와 四料簡四賓主를 일시에 뚫어 꿸 뿐 아니라, 부처와 祖師의 全機大用을 통틀어 남김없이 알 수 있으리니, 비로자나 이마 위의 높은 사람이요 出格의 대장부라 말할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점검해보니 이는 대낮에 귀신을 보는 것이다. 알겠느냐?
한참 묵묵한 후에 말씀하였다.
천년 옛절에 하루 아침 머무는 중이로다.
[註] *나암 추(懶菴 樞) ; 生沒年代 未詳. <禪宗頌古聯珠通集> 卷二六에 이
게송이 있으나 傳記不明.
*만회(萬回) ; 六三二 - 七一一. 唐高宗이 金袍玉帶를 下賜하니 항상
입고 다녔다 하며, 法雲公이라 함.
*설암 조흠(雪巖祖欽) ; ? - 一二八七. 臨濟宗 陽岐派, 무준사범(無準 師範)의 法嗣, 南岳下 二十世. <雪巖和尙語錄>(四 卷)이 있다.
*장산 근(蔣山 勤) = 원오 극근(원悟克勤). 健康府(南京) 蔣山 太平 興
國寺에 主錫하였음.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