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엔 역시 우리일행이 자리를 넓게 차지하고 있군요. 잠시후에 버스 오른쪽으로
는 맑게 펼쳐져 있는 호수와 마주하며 달립니다. 호수 저 건너에는 장항선 외길철로
가 점잖게 자리잡고 있군요. 10여 분을 달린 버스는 서천시내로 들어섭니다. 시내
를 한바퀴 보여주는가 싶더니 이 버스의 종점인 서천터미널로 들어갑니다. 마침 터
미널에서 한산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어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가게 되었습니다.
버스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어 모두 자리에 앉지는 못하시는 군요. 저는 비
장의 무기(?)를 꺼내며 편하게 앉아가지만..정말로 다용도이죠..이것이 무언지는 아
시죠?^^* 버스는 이번엔 서천역 쪽으로 시내를 보여주며 이내 철길을 건너더니 넓
게 펼쳐진 평야를 보여주며 한산으로 향합니다. 추수철이 다 되어 넓게 펼쳐진 논
의 벼들은 황금빛 얼굴로 바람에 넘실대며 우리를 반겨주는 듯 합니다. 어느덧 한
산 모시관 앞에 내린 우리는 한산모시에 대한 나름대로의 호기심과 기대감 약간의 의
심(?)을 가지고 한산모시관으로 들어섭니다.
매표소에서 1000원씩을 내고 들어간 한산모시관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은 우
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농가에서 썻을법한 농기구들이로군요. 신기한 마음에 혹
은 막연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만져보기도 하고..졸리님은 풍구를 돌리시고 전
절구를 찧어보는 시늉을 해보지만 가장 재미있는 것은 물레방아로군요. 쇠도리깨를
보니 몇 해전 드라마 임꺽정에서 나온 쇠도리깨 도적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농기구전시장을 빠져나오면 주위에 장독대를 둘러놓은 민가 몇채를 만납니다. 그리
고..전 투호놀이장으로 시선이 가는걸요..철도시발지님, 백우님도 어느새 열심히
하시고..생각보다 쉽게 들어가지가 않는군요. 뒤에는 당근님과 같이오신 양혜경님께
서 신나게 널을 뛰시고..
이제는 이 한산모시관의 본 코스인 전수관으로 들어가야지요. 가장 먼저 볼 수 있
는 것은 한산으로 만든 여러가지 옷들과 모시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모시를 말리는 과
정, 실을 뽑는 과정, 감아매기라는 심오한 옷짜리등의 과정이 사진과 함게 친철하
게 설명되어 있는 설명문과 자랑스럽게 쓰여진 장황한 한산모시 소개서로군요. 준호
님은 옷과 같은 폼을 잡으시며 사진을 남기시고..(모델같으셨습니다.)
전시관 가운데로는 할머니 두분이 직접 모시로 기념품을 만드시는군요. 직접 매매하
기도 하구요, 손수건도 있고, 향기나는 주머니도 있고요.(차안해 비치해 두는 용
도) 게다가 오늘은 문을 닫았지만 직접 모시를 짜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2층으로 올라가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신 할머니 몇분이 만드신 모시옷들을 직접 파
는 곳이 있군요. 모시로 직접 팔기도 하는데 가격은 50만원대를 호가 하고 있으며
옷은 비싼건 100만원정도 됩니다. 옷, 수건, 주머니 등 여러 용도로 쓰이는데 주머
니 정도는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정도입니다. 정말로 보기에도 시원해 보이는 옷들
이 보기좋게 나열되어 있군요.
한산모시관 안내 팜플랫을 회원님들께 나누어 드린 후 우리는 그네 타는 곳으로 갑니
다. 그네하면 작년에 박준규님과 함께간 단오제가 생각나는데 준규님은 직접 그네
대회에 참여하기도 했다죠. 준규형에 이어 나, 스머프님, 브레디님이 그네 타기에
도전하시고..주위를 보니 어라? 기다란 빗자루가 하나 있네요? 전 그네는 잊고 바
로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보고 싶었지만 카메라 세례를 잔뜩 받는군요. 이름하여 이
번정모의 엽기사진 1탄!
그네놀이는 여기서 끝내고 사당인가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마침 가을이 깊
어 울긋불긋한 단풍나무가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군요. 사당에는 특별히 모셔진 인물
은 없고 한산모시 자체를 모시는 형식으로 되어있군요. 내려가는 길에 위태한 다리
위에서 남자 여자 따로 모여 사진을 남겨봅니다. 졸리님은 나중에 학생들을 지도할
생각을 따로 하시는지 보이지 않는군요.
그리고..길쌈놀이 전시관으로 들어가는데 많은 분들이 삼베만들기의 고된 노동을 겪
으면서도 노동요를 부르며 이겨냈다는 조상들의 슬기에 많은 감명을 받고 있군요.
하지만 정말이지 노동이라는 것은 언제 생각해도 보람있는 일입니다. 사람을 떳떳하
게 해 주는 구실을 해 주기도 하지요. 한편으로는 어떤 아저씨(누구지는 아시죠?)
의 엽기행각이 또 시작되고..갓을 쓰고 꽹가리를 치는 등의..^^;;
저도 질세라 전시관을 나와서 잠시 쉬는 동안에 신문지를 덮고 바닥에 누워보는또다
른 엽기행각을 연출합니다.(준규형 나 따라올려면 멀었어!ㅋㅋㅋ)
얼추 보니까 한시간 정도가 지나갔네요. 생각보다 알차게 시간을 보낸것 같아 마음
이 흡족합니다. 한산모시관 앞에 소곡주 체험장을 기대했건만 벌써 오전에 끝났다
고 하네요. 소곡주는 한산모시와 함께 서천의 대표적인 특산물이지요.
그리고...이제는 이번 정모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신성리 갈대밭을 가야지요. 전
에 알아둔 택시기사님께 전화를 하여 7000원씩을 주고 신성리 갈대밭으로 향합니
다. 버스가 잘 다니는 곳은 아니지요. 한산시내를 벗어나는가 싶더니 작은 시골길
에 들어서자 영화 공동경비구역 촬영장-신성리 갈대밭 6km라는 푯말이 눈에 띄는군
요. 미끄러지듯 길을 타고 가는가 싶더니 신성리 갈대밭입구에 도착합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차가 입구에 빼곡히 차있어 좀 멀리서 걸어오게 됩니다. 도중에 논
길도 걸어 모처럼의 농촌체험을 해 봅니다. 다만 차로에는 빼곡히 주차된 차량과 들
어갔다 나왔다하는 차량들의 모습들로 혼잠한 모습이로군요. 이 곳 신성리 갈대밭
은 1만평으로 순천의 갈대밭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갈대밭으로 꼽히지요. 더군다
나 저녁놀을 보자면 운치는 더욱 더 실남나겠지요. 신성리 갈대밭을 알리는 장승앞
에서 단체사진을 남기고 사진을 찍으신 분이 준규형의 카메라를 다루시더니 '거참
되게 어렵네'라는 재미잇는 말을 남기시는군요. 갈대밭 사이의 웅덩이를 흔들 흔들
한 나무다리위로 아슬아슬하게 건너고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여기서도
물론 나의 비장의 무기(!)가 유용하게 쓰여지고 간단한 음료와 먹거리로 즐거운 시
간을 가져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잠시나마 미락을 즐겼으니 이제는 갈대밭을 구경해야겠지
요? 웬만한 키다리보다 더 큰 갈대를 배경삼아 여기저기서 사진을 남겨봅니다. 갈대
사이로 난 길 곳곳에 시가 걸려있어 운치를 배가시키려는 듯 한 노력이 보이기는 하
지만 웬지 과잉친절로 사람의 마음을 산만하게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또 길 한켠에는 일부러 갈대를 없애가며 만들었는지 갈대사이로 사진찍기 좋은 장소
가 있었지만 웬지 낙을 위해 너무 무참히 갈대를 훼손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저두 갈대를 꺾고 사진을 찍기는 했습니다만..(반성합니다.^^;;)
얼추 둘러보고 브레디, 스머프님과 함께 강둑 위를 거닐며 또 다른 갈대감상을 해
봅니다. 갈대속에서의 갈대와 갈대 밖에서의 갈대와..갈대속에서는 (갈대를 꺾고 길
을 내느라 훼손하는 등의 보기에 좋지않은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웬지 자연속
에 안겨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이렇게 강둑 위를 거닐며 갈대를 보자니 마음이 넉넉
해 지며 갈대를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갈대밭 너머로는 진안에서 대청
댐을 거쳐 여기에서 그 마지막 여정을 마치는 금강의 모습이 대견스레 보이는군요.
정말로 여기서 저녁노을을 본다면 더할 나위없이 행복하겠지만 시간이 여의치는 않
을 것 같네요.
갈대감상을 마치고 브레디, 스머프님과 소주를 마시며 이 다시한번 이 갈대밭의 아
름다움에 감탄해 봅니다. 그러자니 어느새 갈대밭 구경을 마친 회원님들이 속속모여
드는군요.
이제는 기차를 타러 가야 할 시간이지요. 우선 아까 온 타고온 택시로 한산시내까
지 나가고 마침 서천으로 가는 버스가 있지만 준규님이 탄 택시가 모시관으로 가기
때문에 늦어지게 되는군요. 바로 잠시후에 버스가 있어 별 무리없이 서천역으로 가
게 됩니다. 마침 기사님이 낮에 판교에서 서천까지 운행하던 시내버스를 운행하시
는 분이었군요. 여기서 babylion님은 광주로 가야하는군요. 기차는 결국 못타시
고..전 터미널에서 식사를 공수하러, babylion님은 광주행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향하고 나머지 분들은 먼저 서천역 앞에서 하차 합니다.
김밥을 쌀 시간은 없고..터미널 앞 편의점에서 1인당 삼각김밥 2개, 바나나 우유 1
병으로 저녁식사를 마련합니다. 우선 광주행 버스에 올라계시는 babylion님께 식사
를 전해드리고 인사를 드리고 바로 택시를 타고 서천역으로 달려옵니다.
때마침 개표가 시작되어 홈으로 나가고 잠시 후에 우리가 탈 #358 무궁화호는 환한
불빛을 비치며 서천역 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열차안에서 간단하게나마 식사를 하고..여행에 대한 이야기, 시사이야기,
일상이야기를 나누며 결코 길지 않은 열차여행을 하며 오늘의 여행이 마무리되어 갑
니다. 어느덧 수원역에 도착하고 카페 회원분들께 인사를 드리고..김외선(당근)님
은 집이 수원이라 같이 내리게 되는군요..아쉽지만 다음 정모를 기약하며 오늘의 여
행을 끝냅니다.
*교통편
서울(수원)->판교 #337 무궁화호
판교->서천->한산모시관 서부교통(주) 시내버스
한산모시관->신성리갈대밭 택시
신성리갈대밭->한산정류장 택시
한산->서천 서부교통(주) 시내버스
서천->서울(수원) #358 무궁화호
*도움주신분들
-판교냉면, 택시기사 진용환님
*수고하셨습니다.
*주관-기차여행기를 적는 사람들.(cafe.daum.net/traintripwrite)
카페 게시글
기차여행(충청도)
NO.40[가자 철마야]서천(한산모시관, 신성리 갈대밭)-기차여행기를 적는 사람들 제 15차 정모(2003.10.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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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왕.. 저두 가보구 싶어요~~!!
와우...재미있었겠당....그때 가보고 싶었었는뎅...
끝마무리 '도움을 주시는분들' 등등 읽다보니 영화 막판에 나오는 자막을 연상시켰어요. 여행기 정리하느라 고생많았죠? 저도 학생들 내비두고 혼자 나홀로 여행을 한 시간 반성해요. 갈대 안의 사람들과 갈대 밖의 사람들일 수 있는 가을도 이제 저물었네요. 이젠 눈 안의 사람과 눈 밖의 사람들로 영화를 찍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