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언제 행복하다고 말을 할까?라는 화두를 던져 본다. 보통 행복하다고 말을 할 때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언제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경이롭다. 그 아이들의 노는 모습에서 순수함과 세상의 영악함을 동시에 만날 때가 있다. 그래도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노는 소리는 참 듣기 좋다. 그 아이들은 부모가 누군지 모른다. 아니, 한 아이는 엄마는 몰라도 아빠는 안다. 그래도 아빠 말만 나오면 질겁을 한다. 더 아이 때 아빠로 받은 폭행에 의한 상처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은 아빠 엄마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빠 엄마가 머리 속에 각인 되기 전에 버려진 아이들... 그래서 그들을 세상은 고아라고 부른다.
춘천 나눔의 동산. 그곳에는 8명의 아이들과 15명의 할머님, 20명의 여성 장애인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가족처럼 서로 챙기며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외로움속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할머니는 친 손녀처럼 챙겨주고, 아이들은 친 할머니처럼 따르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오늘 메뉴는 뭐냐고 묻기에 아구찜이라고 했더니 아구찜이 무어냐고 묻는다. 욕심 많아서 입이 크고 배가 큰 물고기인데, 옛날에는 잡혀도 뱃속에 있는 생선들만 빼 내어 사용하고 아구는 버렸던 쓸모 없는 물고기였는데, 지금은 맛있는 요리로 변해 인기있는 음식이라고 설명해 주니, 모르겠다며 웃고 가버리는 어느 장애인 자매.
봉사를 하면서도 거리가 멀면 몇번씩 주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도 시간이 많은 주말이나 주일이 아닌 평일에 봉사를 가려면 더 어려운게 현실이 아닌가. 그래도 봉사는 봉사를 받는 입장을 고려해서 해야 하기에 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감당하려는게 나의 소신이다. 춘천까지 3시간 30분을 달려서 봉사지에 도착하기에 일직 서둘러야 한다. 이번에는 아내와 둘이서만 가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한디대에 같은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는 후배 광석님이 동참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마침 발산동 수산시장에서 장을 보아야 하기에 시흥 주유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미룡님에게도 전화하는 아내, 아침에 태우러 갈테니 함께 가자고...
그렇게 해서 봉사자가 갑절로 늘었다. 감사하다.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자고 있는 12살짜리 아들을 깨운다.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으니 깨워서 준비를 시켜야 한다. 깨우자 마자 알아서 씻고 준비를 하는 아들, 아내는 아침을 챙겨 놓고 놀다가 먹고 학교에 가라며 당부를 한다. 부천에 살 때는 바로 옆집도 있고 그래서 깨워 놓고 가도 걱정이 안됐는데, 화성에 장애인 공동체를 건축하다가 공사도 안끝난 현장에 아이 혼자 두고 아침 일찍 떠나려니 마음이 편하지 않다. 녀석을 안고 잠시 기도해 준다. 아빠 엄마는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가지만 아들은 하나님이 함께 하시니까 걱정말고 놀다가 학교에 가라고 한다. 다시 잠을 자지 않게 하려고 아빠 컴퓨터로 게임을 하라고 하니 좋아 한다.
발산동 수산시장에서 장을 보고, 미룡님과 혜진이를 태운다. 소연이도 일어나 기다렸다가 학교에 가리라. 아이들이 안스럽다. 시흥에서 광석님 만나기 전에 춘천에 전화하니 눈이 많이 내린다며 오지 말라네... 잠시 망설이다가 오후에는 날씨가 좋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출발하자고 하니 기가 막히다는 듯 나를 쳐다 보는 아내. 운전석에 앉은 아내는 차를 출발시킨다. 가다가 마석에 들려 과일과 나물을 더 산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는데 이건 엄청 나다. 무리수를 던졌다는 생각도 든다.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계속 가는데, 아내와 미룡님이 몸이 안좋단다. 어제 밤새 아내도 아팠는데 미룡님도 아팠다네... 광석님께 운전대를 맡기고 나눔의 동산을 향해 다시 출발.
우여곡절 끝에 나눔의 동산에 도착하니 엄청나게 내리는 눈, 이러다 고립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주방으로 들어가 아구 손질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말로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생선 손질은 남자가 잘한다며 광석님을 시키고 여자들은 반찬을 만든다. 입도 크지만 배도 큰 아구... 배속에서 크고 작은 생선들이 나온다. 어떤 녀석은 작은 아구를 덥석 삼켰나 보다. 아구를 보며 우리네 세상의 단면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거지... 사는게 다 그런거지... 할머님들이 반가워하며 포옹을 해 주신다. 목발 짚고 같이 포옹하다 넘어졌다. 그래도 좋기만 하다. 행복해하는 할머님들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식탁에는 아구찜부터 홍합국과 기타 반찬까지 해물 일색이다. 산속이라 해물이 귀할 거라는 아내의 배려다. 물 한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있는 미룡님, 한숟갈 뜨는 둥 마는 둥 수저를 놓아 버리는 아내, 이거 참 야단 났네...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래 건물에 있는 할머님들을 찾았다. 힘없이 누워 계시는 할머님의 눈자위가 풀려간다. 연신 중얼중얼 거리는 할머님, 청소하신다며 방을 다 뒤집어 놓은 할머니..., 그래도 어느 할머님은 걸레로 현관을 닦고 계신다. 잠시 할머님들과 시간을 보내고 다시 예배실 겸 아이들의 놀이터에 올라오니 어느새 어울림 한판이 벌어졌다. 호호 깔깔 소리가 듣기 좋다. 아이들은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에도 다닌다. 이런 시설에 사는 아이들이라고 배우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며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쓰시는 원장님, 그중에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가 되어 올해 첫 발령을 받은 자매도 있단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들은 버려진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행복한 아이들이다. 가슴속에 숨겨 놓은 가슴앓이야 한 두개씩은 있겠지만 말이다. 돌아 오는 길은 언제 눈이 내렸느냐 듯 깨끗하게 말라있다. 두 여자들은 여전히 아파하고... 그래도 하루가 지나면 괜찮겠지... 눈이 녹아 버리 듯 말이다. 앗! 저기 무인 감시 카메라다 광석아 조심해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