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에 영양군이라는 아름답고 때 묻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사람도 많지 않고
귀농하거나 은신(?)하기에도 아주 적당해 보입니다. 그런 멋진 곳에 180km나 떨어진
경산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댐을 건설한다고 합니다. 지도를 보시면 이게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경 3천억이 넘는 예산을 들여
댐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는 군요. 왜 그럴까요? 두 번째 군수를 해먹는 자가 그 지역의
유명한 토건족 인데다 사립학교 이사장이랍니다. 댐이 생기면 당연히 수몰지도 생기고
환경파괴는 불 보듯 빤한데다, 경제성이라곤 쥐 불알만큼도 없는지라 시간이 지나면
지자체 재정 파탄에 국가예산 낭비라는 빤한 결과가 나오겠지요.
그럼 지역 주민이 반발하지 않느냐고요? 네! 당연히 거세게 반대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수가 적기 때문에 이 블랙코미디를 막지 못합니다. 국토부와 한수원에서 용역업체를 끌어
다가 어찌어찌 하거나 그것도 모자라면 경찰도 내세워 긴급체포 같은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는군요. 군수 직 참 대단하지요? 공사비 중 삼분지 일은 증발할 지도 모릅니다.
전직 나랏님이 써먹던 수법이라 그 아래 놈도 충실히 잘 배워먹은 것 같군요. 하긴 액수가
사대강과 비교해서 쥐 불알 정도 밖에 안 되니 착하다고 해줘야하나요? 이런 일들은
중소도시와 군 같은 작은 지자체에서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해외여행을 가실 때면 입국장 풍경을 유심히 보십시오. 다들 무사통과 하실 겁니다.
그런데 한켠을 보면 꼭 어디론가 불려 들어가 짐검사도 받고, 이런저런 질문에 호주머니도
검색당하고 엑스레이도 특별히 한번 더 통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지고 있지요. 돈 벌기 위해 세계 여기저기를 흘러 다니는
베가본드. 여러분의 무사통과는 국적이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두려워 외국으로 피했을 때,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자칫 방랑자가
될 수 있습니다. 무너진 나라는 자국민을 지켜줄 수도 없을뿐더러 허물어진 국가의 국민을
환대해줄 타국과 타국민 역시 없습니다. 이방인은 언제 어디서나 배척당하고 놀림도 받고
증오와 착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나라가 없는 사람과 망조가 든
나라 국민들의 숙명이니까요.
만약 은신처가 필요하다고 여겨 연고 없는 어느 조그만 소도시나 인적 없는 시골로
가시려면 반드시 그 지역 패거리들의 횡포를 감안해야 합니다. 때론 양아치들의 물리적
위협도 감수해야하고 때론 지역 호족들의 못된 짓거리도 견뎌내야 합니다. 대도시가
각박하다지만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치안도
잘되어있고 권력이 분산되어 정말 억울하게 당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전쟁 위협 때문이든, 경제위기 때문이든 혹은 승자독식의 경쟁에 신물이 나서든 어디론가
가시려거든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놓고 짐을 꾸리시길 바랍니다. 타지의 삶은 훗훗한
여행길이 아니니까요.
음, 방방곡곡에 모두 계시니 울타리 만드는 건 쉬울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그대, 가려거든
정마저 가져가야지‘하는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사람이 없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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