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
한국 축구계의 ‘핫’하고 ‘쿨’한 인물들을 직접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포포투의 ‘가슴팍 도사’ 김현회가 ‘K리그의 꽃미남 판관’ 김종혁 심판을 인터뷰했다. 축구팬들이 궁금해하는 이가 있다면 어디든 마다치 않고 달려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가슴팍 도사’ 김현회와 함께 김종혁 심판을 샅샅이 파헤쳐 보자. 팍팍!
이름 김종혁. 올해 나이 서른. 19세 때 처음 심판계에 입문해 K리그 최연소 전임 심판으로 현재 맹활약 중인데요. 3급 심판 자격증을 딴 이후 불과 2년 만에 1급 심판 자격증을 따낼 정도로 승승장구하면서 한국 심판계의 유망주로 떠오른 김종혁 심판. 잘생긴 외모와 환한 미소로 많은 여성 팬들을 보유한 ‘심판계의 아이돌’이죠.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 FA컵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오심으로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솔직하게 SNS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우리를 한 번 더 놀라게 했던 그는 올 시즌에도 K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27세의 나이로 자신의 꿈이었던 국제심판이 되기도 한 그는 이제 더 큰 꿈을 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잘 생긴 외모로 K리그를 누비는 당신은 욕심쟁이 후후훗!
-K리그 최연소 심판이자 꽃미남인 김종혁 주심은 어떻게 처음 심판을 시작하게 됐나요.
김종혁 실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약했어요. 기성용 선수의 아버지인 기영옥 감독님의 지도를 받았죠. 그런데 십자인대가 끊어져서 3번이나 수술을 받았어요. 독일까지 가서 수술을 했는데 거기에서 “이제 더 이상 축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축구밖에 해 온 게 없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기영옥 감독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심판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셨죠.
-윤정환과 고종수를 키워낸 기영옥 감독님이 ‘심판계의 아이돌’ 김종혁 심판도 키웠다는 이야기인가요. 선견지명이 있군요.
김종혁 처음에는 감독님과 엄청 싸웠어요. 심판은 항상 욕먹는 직업이었고 저 역시 선수 시절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심판 때문에 경기에서 졌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편이어서 당시에는 제 눈에 심판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거든요. 감독님은 “하라”고 하셨고 저는 “안 한다”면서 일주일 동안 싸웠어요. 감독님은 제 성격이 심판하고 잘 맞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심판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종혁 그전까지는 그냥 심판이 다 똑같은 심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국제심판이란 게 있더라고요.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국제심판이 9명뿐이었어요. 비록 선수로서 꿈을 더 이룰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 몇 없는 국제심판이 되고 싶었어요. 축구를 너무 좋아하고 버릴 수 없는 상황에서 축구 심판이 되기로 마음먹었죠.
-심판이 되면서 함께 축구했던 친구들과의 우정에는 문제가 없었나요?
김종혁 축구하는 친구들보다는 일반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어요. 괜히 그 친구들하고 자주 연락하고 어울리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봐요. 친한 사이였지만 밖에서 따로 보지는 않아요. 괜히 ‘김종혁 심판이 선수 누구하고 밖에서 만난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좋을 게 없잖아요. 심판 선배님들도 함께 축구했던 동료들이 지금은 K리그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으면 아예 만나질 않아요. 심판으로서 친구와도 등을 져야 하는 게 외롭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제가 선택한 길이잖아요.
-사실 심판은 언론에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잖아요. 스스로 자기자랑을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김종혁 심판이 잘생겼다는 것과 지난해 FA컵에서 크나큰 오심을 저질렀다는 것 밖에는 아는 게 별로 없어요.
김종혁 그러면 저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신 거네요. 자기자랑하기 참 쑥스러운데 꼭 하자면 지금껏 심판 테스트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다는 거죠. 지금은 17세부터 3급 심판 자격증을 딸 수 있지만 제가 처음 3급 심판 자격증을 딸 때는 10대 심판이 별로 없었거든요. 3급을 따도 2급을 딸 때가 되니까 다 사라지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거 하나만 보고 달려왔어요. 19세 때 3급 자격을 따고 이듬해 곧바로 2급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그리고 21살이 됐을 때 곧바로 1급 자격증을 땄죠.
-아니, 그게 말이 되나요. 저도 3급 자격증 시험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는데 3급을 딴 뒤 2급을 딸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김종혁 지금은 그래요. 3급 자격증을 딴 뒤 2년이 지나야 2급 자격증을 딸 수 있어요. 하지만 예전에는 심판이 우리나라에 채 500명이 안 될 때라 심판 자질을 보고 능력이 있으면 경험 쌓고 바로 승급을 시켜줬어요. 제가 선수 출신이고 신체조건도 동료들보다 좋은 편이었고 경기장에서 잘 뛰어다니니까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운이 좋았죠. 27세 때 목표였던 국제심판에 도전해 한 번에 합격한 것도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심판은 여기저기에서 욕을 무척 많이 먹잖아요. 심판 때문에 졌다는 팀은 많이 봤어도 심판 때문에 이겼다는 팀은 본 적이 없어요.
김종혁 3급 자격증을 딴 뒤 공식경기는 아니고 고등학교 경기 심판을 봤는데 한 선수가 경기 도중 저에게 욕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호루라기 내팽개치고 싸웠어요. “너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하고 아주 한바탕했죠. 그리고 당시 스승님에게 “아니, 심판이라는 놈이 카드를 줘야지 왜 애를 때리느냐”면서 엄청 혼이 났죠. 한 번은 훈련이 다 끝나고 밥 먹는 도중에 친분이 있는 선수가 “너 심판 똑바로 보라”고 하기에 밥상 엎고 대판 싸운 적도 있어요. 그런데 2급 자격증을 따면서 마음을 고쳐먹고 ‘참을 인’을 항상 마음속에 새겼어요. 자기감정 하나 자제하지도 못하면서 훌륭한 심판이 될 수는 없잖아요.
-이제는 누가 욕을 해도 자기감정을 절제할 수 있나요.
김종혁 이제는 경험이 쌓여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어요.
-제가 이 자리에서 김종혁 심판한테 욕을 해도 참을 수 있나요.
김종혁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한번 해보세요.
-비선수 출신 심판도 많은데 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의 장단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종혁 선수 출신으로서 장점이 있다면 경기를 읽는 능력에서 앞선다는 것이죠. 제가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심리를 잘 알아요. 선수가 일부러 파울을 얻어내려고 유도한다거나 그런 부분에서는 비선수 출신보다 훨씬 유리하죠. 그런데 비선수 출신은 이론에 더 중점을 둬서 공부를 무척 많이 하기 때문에 경기 규칙에 관해서는 선수 출신보다 더 박식하죠. 서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린 나이와 앳된 외모 때문에 지도자들에게 무시를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심지어 K리그에는 김종혁 심판보다 나이 많은 선수도 꽤 많잖아요.
김종혁 “너는 어려서 감정을 못 참고 카드를 줬어.”, “너는 어려서 경기 운영의 묘가 없어.” 이렇게 무시하는 분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분들의 생각이고 저는 최대한 공정하게 판정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제가 더 단호해져야하죠. 제가 어린 걸 알고 일부러 심리적으로 그걸 이용하려고 반말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그럴 때면 “저는 지금 존대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 도중에는 서로 예의를 지켜주세요”라고 정중히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선수들도 대부분 미안하다면서 존대를 해줘요.
-이론도 이론이지만 심판이라면 체력도 좋아야 하잖아요.
김종혁 운동하는 방법을 아니 체력 관리를 하는 건 크게 문제가 없어요. 하루도 쉬지 않고 체력 운동을 하는데 경기에 맞춰 매일 운동 강도를 다르게 해요.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운동을 하기도 하고 목동종합운동장에서 뛰기도 하죠. 체력을 키우기 위해 혼자 산에도 자주 가요.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라 경기 배정이 확정되면 양 팀에 대한 분석도 빼놓을 수가 없어요. 팀 스타일도 알아야 하고 어떤 선수가 가장 터프한지 감독의 성향이 어떤지도 다 숙지를 해놓아야 하거든요.
-27살에 국제심판이 됐다고 했는데 국제심판 자격은 더 까다로울 것 같은데요.
김종혁 영문학과 정도의 유창한 영어 실력은 아니어도 기본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춰야 해요. 그리고 체력 테스트도 국내와는 달라요. 중동 등 더운 지방에서 심판을 볼 일도 많잖아요. 원래는 체력테스트가 30초 뛰고 40최 쉬는 방식인데 국제심판은 30초 뛰고 35초를 쉬어요. 5초가 짧은 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무척 큰 차이라 쉽지 않죠.
-많은 노력이 필요하군요.
김종혁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심판으로서의 할 일이 다 끝난 건 아니에요. 경고나 퇴장을 줬을 경우에는 경기 종료 후에 6하 원칙에 의해 보고서를 써야 하고 관중이 물병을 던져 경기가 잠시 중단됐으면 그 일에 관해서도 보고를 해야 하죠. 경기가 끝나는 순간 또 다른 일이 시작된다고 봐야 해요. 그리고 경기 끝나고 이 일을 다 마친 뒤 집에 오면 새벽인데 혼자 맥주 한 캔 마시면서 인터넷 중계 다시보기로 제 경기를 복습해요. 경기 전에는 잘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오늘 무슨 문제는 없었는지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죠.
-가장 예의바르게 항의하는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김종혁 대부분이 도를 넘지는 않는데 특히 성남 박진포 선수가 굉장히 신사적으로 항의를 했던 게 기억나요. 어려서 그런가요.
-이제 지난해 FA컵 결승전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 경기에서 결정적인 오심으로 수원의 골을 오프사이드로 선언했잖아요. 결국 이 판정 때문에 수원은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어요.
김종혁 전반전이 끝나고 제가 오심을 했다는 걸 알았어요. 저도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너무나 미안했어요. FA컵 결승전이었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큰 경기에서 그런 실수를 저질러 잠을 한 숨도 못 잤어요. 그래서 솔직한 마음을 담아 SNS에 오심을 인정하고 사과글을 올렸죠.
-지금껏 심판이 오심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무척이나 새로웠어요.
김종혁 그때 글을 올린 걸 후회하지는 않는데 아마 다시 같은 상황에서 쓰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심판위원장님과 주위 선배 심판들에게 많이 지적 받았거든요. 심판은 원래 판정에 대해 인터뷰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제가 먼저 SNS에 글을 올렸으니 당연한 일이죠. 경기가 토요일에 있었고 협회에서는 월요일에 언론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려고 했는데 제가 먼저 사고를 친 거죠. 협회를 통해 차근차근 대응을 했어야 하는 건데 제가 그냥 빵 터뜨려 버려서 협회가 할 말이 없어졌어요. 저도 심판으로서 그러면 안 되는 건 알았지만 너무 죄책감이 들어 용기를 냈어요.
-경기 도중 오심을 알았다면, 보상 판정에 대해 생각해보진 않았나요.
김종혁 저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에요. 그런데 심판은 이 팀이 판정으로 손해를 봤다고 해서 보상 판정을 해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어떤 심판도 그렇게 하지는 않아요. 후반 막판 성남의 핸드볼 논란이 있었는데 그건 다시 돌려봐도 핸드볼 판정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었거든요. 보상 판정을 내릴 생각이었다면 페널티킥을 선언했겠지만 오심은 거기에서 끝나야 해요.
-이후 수원 팬들이 김종혁 심판이 나서는 경기에서 조롱의 걸개를 내걸기도 했어요. 혹시 보셨나요.
김종혁 봤죠. 수원-제주전이었는데 몸 푸는 사이 부심 선배님이 걸개를 가리키시면서 말하더라고요. “종혁아 저거 봐봐.” ‘김종혁 주심을 브라질월드컵에 보내면 우리의 우승도 꿈이 아니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였어요. 좋은 뜻으로 정말 월드컵에서 주심을 맡으라는 의미로 생각하려고 해요. 언론에 저와 수원과의 악연만 소개되지만 사실 선수들하고는 서로 악감정 없이 잘 지내요. 스테보와는 웃으면서 인사도 해요.
-FA컵이 끝난 뒤 흔히 말하는 ‘멘붕’이 왔을 것 같아요.
김종혁 좀 힘든 시기였는데 곧바로 국제대회 주심으로 배정받았어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평가전 주심을 맡아서 11만명의 관중 앞에 섰어요. 긴장하지 않고 더 신나게 했어요. 선수들도 관중석이 꽉 차야 신이 나는데 심판도 마찬가지에요. 그 맛으로 심판을 하는 것 같아요. FA컵 이후 이 경기를 통해 어느 정도 다시 자신감을 얻었죠.
-앞으로는 어떤 심판이 되고 싶은가요.
김종혁 심판을 시작할 때의 목표는 국제심판이 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27살 때 그 꿈을 이뤘고 다음 목표는 월드컵에 나가는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 팀에도 인정받을 수 있는 심판이 되고 싶어요.
글 = 김현회, 사진 = 이완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