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기 정체성을 성경적 관점에서 정립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처럼 아름답고 고귀한 존재가 또 어디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이 세상에서 인간처럼 잔인하고 자기중심적인 존재도 없다. 그래서 인간은 가장 인간적이면서 또 가장 비인간적인 존재다. 인간은 한 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이면서도 반대로 가장 잔인하고 추한 존재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 가운데 가장 독특하고 복잡한 존재는 아마도 인간일 것이다. 따라서 폴 틸리히의 말에 따르면, 신학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순의 이중성”을 설명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본질적” 측면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외된 실존”의 측면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에는 생각보다 많은 방식의 접근과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인간에 대한 정의 가운데는 사회적 동물, 이성적 동물, 생각하는 갈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 소우주, 내지는 ‘사이-존재’[人間] 등이 있다. 특히 인간을 설명하는 개념 가운데 ‘형이상학적 인간’(homo metaphysicus)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을 잘 파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인간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과거와 미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동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인간은 “‘동물적인 현실’을 넘어서면서부터” “자기 앞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해석하고, 거기에 일정한 목표를 부여하며, 그 목표들을 감각기관으로 체험할 수 없는 영역으로 옮겨놓으려는 욕구”를 가진다. 그래서 인간은 현실세계를 초월하는 존재와 죽음 이후를 끊임없이 사유하고 그에 대한 대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