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개요
- 산행일시 : 2020. 3. 28. 06:30~18:30
- 산행거리 : 37km(12시간)
- 산행코스 : 덕산재-부항령-백수리산-박석산-삼도봉-밀목재-푯대봉-석교산(화주봉)-우두령-여정봉-바람재-형제봉-황악산-운수봉-여시골산
- 산행일행 : 혼자
* 기록들
코로나 사태가 길게 이어지면서 마라톤대회나 자전거행사 등 모든 게 다 취소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여럿이 함께 어딜 가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 번 20년지기 백두대간 오비팀을 만나고 보니 새삼 백두대간이 그리워진다. 불현듯이 못다한 시경계를 잇고 싶다.
작년 10월 덕산재에서 더 이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했지만 이젠 확실한 핑계거리가 생겼다. 이번에도 둘째에게 덕산재에다 부려줄 것을 부탁한다.
이번 산행은 시경계 이어가기 의미도 있지만 추억의 백두대간이란 타이틀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두 아들을 몹시도 고생 시켰던 구간이라 다른 구간보다 많은 추억이 떠오른다.
6시 30분, 아직 겨울의 쌀쌀한 한기가 남아있는 덕산재에서 행장을 수습하고 들머리에 선다. 시속 4km로 주행키로 하고 잰걸음으로 발걸음을 뗐지만 시속 3km 정도밖에 속도를 낼 수 없다.
10년 전 8월 무더위와 날파리 때문에 어린 둘째(중1)에게는 무척 힘든 산행이었다.
1시간쯤 지나자 긴 오르막에 이어 부항령으로 떨어진다. 10년전 여름 둘째와 함께 이곳 부항령 샘터에서 야영을 했었다.
이 곳은 백수리산 정상으로 향하지만 왼쪽으로는 정상을 가지 않고 가로지를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그 당시 너무 힘들어하는 둘째를 위해 지름길로 안내했지만 엉뚱한 곳으로 빠지면서 조난을 당했다.
백수리산 정상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아들의 비명소리를 찾아서 무작정 숲속으로 들어가 둘째를 데리고 왔었다.
저 멀리 무주 덕유산 향적봉과 설천봉 스키장에는 인공눈이 남아있다.
삼도봉 가는 길에는 이 나무데크길이 항상 떠오른다. 마치 갈대밭을 지나가는 느낌이랄까?
삼도봉. 백두대간에는 3개의 삼도봉이 있지만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삼도봉이다.
충청북도(영동), 경상북도(김천), 전라북도(무주) 세개의 도가 접하는 봉우리이기 때문이다.
막걸리 한잔을 부어, 별 의미는 없지만 혼자말로 중얼거려 본다.
"우한(코로나) 악귀여! 물렀거라."
15년 전 첫째와 이 구간을 지났었다. 둘째는 10년 전...
삼마골재!
2.7km 떨어진 해인리 가는 길, 첫째는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 업어서 내려가야 했다.
둘째는 원래 우두령까지 가기로 했는데 너무 힘들어해서 별 수 없이 제 형이 갔던 똑 같은 길로 내려서야 했다.
문제는 다시 해인리에서 올라올 때인데, 이날 새벽 해인리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 올라오는 데에만 3시간이 소요되었다.
푯대봉이라는 지명은 15년 전에는 아예 지형도에소 표기조차 되어 있질 않았다. 그래서 첫째와 함께 한 산행기에도 화주봉이라 표기했었다.
당시 첫째는 괘방령까지 진행하기로 했는데 맨 후미에서 앞 사람들과 도저히 격차가 줄어들지 않아 아들만 우두령에서 중도하차하고 나 혼자 괘방령까지 진행했었다.
석교산이라고 하면서 화주봉으로도 불리우지만, 예전에 대간꾼들에게 두 봉우리는 같은 게 아니었다.
우두령은 이미 지난 구간(수도지맥)에도 있다. 사실상 이곳은 우두령이 아니다.
원래의 명칭은 질매재가 맞지만 무슨 연유인지 우두령으로 변해 진짜처럼 사용되고 있다. 진짜는 가짜처럼 되어 버렸고...
바람재. 보존되어야 할 특용식물이 많은 곳이다.
이미 둘째는 괘방령까지 가야 하는데, 이제 보니 슬슬 힘든 표정이 나타나는 것 같다.
김천의 진산, 황악산이다.
첫째는 육군사관학교를 합격한 후 우두령-괘방령을 포함한 미답사 구간을 모아 전부다 완주를 했다.
둘째는 여기서 괘방령까지 5.7km를 무려 4시간이 걸려 도착했었다. 운수봉까지는 수월하게 가지만 그 다음부터는 하산길일지언정 급한 오르내리막이 계속하여 반복한다.
괘방령. 오늘의 종착지다.
내가 둘째게 괘방령 산장이 아니고 괘방령 쉼터로 오라고 했지만 둘째는 이미 왔던 곳이라 이 산장을 알고 있었다.
내가 터치다운 지점을 잘못 알려줬음에도 18시 30분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 이 곳에서 하산하는 나를 픽업한다.
그 때 둘째는 이 산장에서 하룻밤을 묵었었다. 능이버섯 요리가 일품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둘째와 하산주겸 모레 입영을 앞둔 것을 기념해서 맥주한잔으로 기분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