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기다리던 소백산이더냐.
눈덮힌 새하얀 소백산을 보며 비박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 번개산행을 공지했다.
작은나무의 차로 이동하고자 배낭을 실으면 4명이 적당하기에 나와 산행리더 작은나무
그리고 나머지 2명의 산친구의 신청을 기대했다.
2월 19일 송내역 남광장앞 내가 도착할 즈음 소나무도 왔고 8시에 최인향님을 만나서
정시에 출발을 했다. 순흥 배점리 근처 도착해서 묵밥을 점심으로 먹고,
12시 30분에 배점리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등산을 시작했다.
눈은 아주 살짝 내리기 시작하더니 오래가지는 않는다.
1시 20분에 초암사에 도착. 10분정도 쉬다가 다시 오른다.
5시17분에 갈림길 봉우리에 도착해서 국망봉을 가기전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막이 옷으로 모두 갈아입고 국망봉으로 올랐다.
국망봉에 도착하니 5시 40분. 국망봉 가는 길에 바람이 아주 매섭다.
다시 갈림길로 도착해서 비로봉으로 향했다.
비로봉 바로 아래 도착하니 8시. 저 계단있는 봉우리를 2개를 넘으면
우리가 쉴수 있는 비로대피소가 나온다.
계단쪽으로 몸을 움직여보지만 바람이 이제까지 지나쳐 오던 바람과는 엄청 다르다.
몸을 가눌수 없고 서서는 발을 뗄수가 없고 바람에 휩쓸려 넘어갈 정도다.
계단까지는 갔는데 거기서 로프를 잡고 있는데도 몸이 반대편으로 넘어가고
발을 전혀 떼지를 못하니 작은나무가 바람막아주는데까지 하산을 결정한다.
다시 그자리로 내려올때는 무릎을 굽혀 거의 엎드려서 2명씩 잡고 내려왔다.
바람막아 주는곳까지 내려오니 8시 20분이다.
그때까지 다친사람은 없지만 바람에 맞서 내려와 몸이 엄청 추웠다.
비로대피소를 갈려면 봉우리를 넘어가야 하지만 우리는 도저히 올라갈수가 없고,
다시 내려가자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바람때문에 왔던 길들이 중간 중간 끊겨
내려가면서 조난당하던지 사고가 발생할수도 있어 119에 구조요청을 했다.
전화를 8시 24분에 하고 먼저 작은나무의 침낭이 두꺼워 작은나무의 침낭에
최인향님이 들어가 몸을 녹이고 소나무랑 나는 각자 침낭에 들어갔다.
작은나무가 물을 끓여 핫초코를 타줘서 먹고 행동식도 먹었다.
119에서는 계속 전화가 오는데 2시간 걸릴거란다.
우리는 더 걸릴수도 있으니까 침낭안에서 몸을 계속 움직이면서 자지 않게
서로 계속 말걸었다. 최인향님과 소나무가 누워있길래 눕지 말고 앉아있게했다.
침낭안에 있으니 몸이 안정이 되기 시작했다.
2시간이 지나도 119는 올 생각을 안하고 우리는 서로 자는지 안자는지 계속 확인했다.
최인향님은 나랑 동갑이라 점심먹으면서 말놓기로 했었다.
3명은 모두 최인향님에 대해 아는게 없던터라 가족관계를 물어봤다.
딸이 초등학생이고 아들이 중학생이란다. 22살에 결혼했단다.
그리고 3시간이 지나 11시 30분에 단양쪽 관리사무소 직원3명이 왔다.
침낭에서 나와서 빨리 비로봉을 넘어가자고 하신다.
침낭에서 나와 배낭을 꾸리는데 최인향님은 움직이질 못한다.
직원분이 옆에서 부축을 하면서 다리를 풀게 끔 계속 움직이게 한다.
한참을 풀어도 더 나아지지가 않자 나뭇가지를 꺾어 불을 땐다.
불 옆에서 몸을 녹이게 해보지만 그래도 혼자 부축해서는 같이 움직일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두분이 부축해주기로 하고 나랑 소나무는 각각 남자 한명씩이랑 움직이기로 한다.
그때쯤 119구조대가 도착했다. 12시 30분. 구조요청 4시간만에.
119구조대 도착하면서 어떻게 갈지 구조대원분과 관리사무소직원분이 얘기하고
올라가기 시작한 시간이 새벽 1시.
최인향님을 2명이 옆에서 부축하고 주위에서 바람막이를 해주며 올라가는데
최인향님이 발을 거의 못 움직이고 속도가 나질 않자 작은나무가 업는다.
바람이 얼마나 강하게 부는지 옆에서 막아주는데도 앞으로 자꾸 넘어진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면서 우리는 먼저 내려가라고 하신다.
소나무와 나는 옆에서 구조대원이 팔짱을 끼고 나머지 봉우리를 하나 더 넘어갔다.
그 다음부터는 또 다른 분이 기다리고 있다가 데리고 가기 시작한다.
계속 내려가길래 어디로 가냐고 했더니 비로사로 간다고 한다.
비로대피소에 가서 먼저 몸을 녹이고 가는줄 알았으나 119구조대에서
최인향님을 빨리 데리고 내려오는걸로 결정한거라 믿고 소나무와 나는
의경들의 부축을 받으면서 내려왔다.
작은나무가 봉우리에서부터 계속 들것에 이송되는 최인향님의 뒤를 따르며
보고 들은 얘기를 전달하자면,
내리막길에서부터는 들것에 이송되서 오면서 계속 말을 시키면 대답을 했는데
반쯤 내려서면서부터 자꾸 의식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거의 마지막에 내려왔을때
인공호흡도 한번 실시를 했다고 한다.
우리가 경찰에 인적사항을 얘기하고 있을때 최인향님이 도착했다.
그때가 새벽4시. 들것은 경찰짚차로 옮겨져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응급차로 갔고
우리는 다른 경찰차를 타고 가고 있던중 병원으로 옮기자 마자 사망한
최인향님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것이 이번 산행일지의 내용이 될지는 꿈에도 몰랐고 아직 꿈꾸고 있는듯하고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산에서는 너무나 작아지는 나를 느끼며 내가 아무것도 해줄수 없었던것에 대해
인향이에게 넘 미안하고, 그 가족들에게 뭐라 말씀을 드릴수가 없다.
어제 영주 기독병원에서, 저녁에 시흥성모병원에서 유가족들에게
사고설명을 또박또박 해줄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발인을 부여에서 하는터라 오늘 밖에는 조문할 시간이 없다.
최인향님을 아시는 분은 마지막 가시는 최인향님을 보러 오셨음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참고로 최인향은 닉명이고 본명은 최옥순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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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조난일지 .. (안전산행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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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가슴아픈 일 입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슴이 아프네요....좋은곳에서 편히 쉬시길~~~ (앞집아줌)
가슴이 찡 해요! 명복을빕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