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의 세계" 부속 <선데이 방콕>이 본 레드셔츠의 활동 2010-4-21
쓰어댕 아저씨들의 "휴가장병 정신교육 똑바로 해!"
(사진) 시외버스를 멈춰세우는 레드셔츠 농민들. ☞ "동영상으로 보기"
우돈타니에서 출발한 이 버스의 창문 앞에는 "꿍텝"(=방콕)이란 행선지가 붙어있다.
해당 페이지로 들어가시면, 동일한 사진 바로 밑에 빨간박스와 파란박스가 설치되
어 있습니다. 우측의 파란박스를 클릭하면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
우리 카페가 자랑하는 코너 중 하나가 <선데이 프놈펜> 코너입니다만... 이번에 태국사태를 맞이하여, 오랫만에 그 자매 코너로서 <선데이 방콕> 팀을 한번 급조해 파견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다소 정교하진 않지만, 태국 사람들이 편의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판용 타블로이드판 신문 내용을 살짝 들여다 볼까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번 레드셔츠 시위와 관련하여, 태국 사회의 또다른 일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내용은 태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인 <콤찻륵>(คมชัดลึก)이 월요일(4.19)에 보도한 것입니다. <콤찻륵>은 발행부수나 지명도에서 최고수준(1~3위 정도)은 못되고, 그 바로 밑에 그룹쯤에 속하는 그렇고 그런 흥미 위주의 언론사인듯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지난주가 태국 최대 명절인 전통설날(송끄란) 연휴였습니다. 그래서 주말과 월요일까지도 휴가를 마친 사람들이 방콕으로 상경하느라 분주한 시기였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바로 "레드셔츠"(쓰어댕: เสื้อแดง) 사람들의 본거지 중 하나인 북동부 이산 지방에서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도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이 컨깬(ขอนแก่น) 도라는 곳입니다만, 이 도 안에 있는 폰(พล) 군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지도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폰 군은 태국 동북부의 여러 지방에서 방콕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입니다. 우리가 "GMS 경제회랑"을 공부할 때, 베트남 동쪽 해안에서 미얀마의 서쪽 해안에 이르기까지, 인도차이나 반도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일직선으로 쭉 이어진 무시무시한 신설 고속도로를 공부한 바 있습니다만... 바로 "GMS 동-서 회랑"이라는 도로죠.. 하여간 여타 지역에서 이 고속도로로 오다가도, 방콕으로 가려면 바로 이곳의 인터체인지에서 국도로 옮겨타고 45도 방향 남서쪽으로 남하해야만 합니다. 그러니 상당한 교통의 요지라고 할 수 있죠.
하여간 이곳의 인터체인지에 월요일(4.19일) 갑자기 이 지역 레드셔츠(UDD) 회원들 300~400명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 시기는 다음날(4.20) 레드셔츠가 방콕의 금융중심지인 실롬 가로 대규모로 행진한다는 예정이 잡혀있었기 때문에, 태국 전체가 긴장감을 보이는 동시에, 전날 밤부터 군병력들이 방콕 시가지로 배치가 시작되서 실탄사용까지도 공개적으로 발표되던 시점이었습니다.
이 레드셔츠 군중 속에는 논에서 일하다 나오신 아주머니들까지 포함되어 있었고, 하여간 동네 남녀노소형 군중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양반들이 무슨 일을 했는가 하면, 갑자기 방콕쪽 상행선을 통제하면서 검문검색을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 시간에 북부 지역(치앙마이쪽)에서는 레드셔츠 군중을 방콕으로 못가게 하는 검문검색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 북동부 지방에서는 엉뚱하게도 레드셔츠가 차량들을 검문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 ^ 황당하죠..
이 양반들의 갑작스런 검문검색(?) 활동으로 방콕행 상행선에는 차량행렬이 3 Km나 이어지면서 거대한 교통정체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시골 레드셔츠 양반들의 주 검문대상은 일단 시외버스들 및 대형버스들이고, 그 외의 차량들도 창문을 통해 대충 들여다 봅니다. 버스의 경우 일일이 차량에 탑승해서 검문검색을 합니다. 그리고는 군복을 입은 군인들만 보면 일단 호출해서 내리게 합니다. 바로 고향으로 휴가갔다가 귀대와 동시에, 방콕사태에 투입된다는 비상소집 명령까지 받은 병사들입니다.
일단 차량에서 내린 병사들은 나무그늘 밑으로 집결을 해서, 레드셔츠 농민들이 나눠주는 음료를 받아마시거나 담배를 피며, 휴대폰으로 애인에게 문자도 날리고 하면서 기다립니다...
그러다 그 중 좀더 나이 많으신 어르신(?)의 훈계를 들어야만 하게 된 것입니다.
당연히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이거 병사들이나 레드셔츠 양반들이나 다같은 이산지방 고향 사람들이니, 뭐 거의 삼촌 조카나 숙모와 조카.. 뭐 이런 분위기에서 옥신각신 합니다...
"아저씨, 저 귀대 늦어지면 군기교육대 가야해요.. 좀 놔 주세요.."
"아, 이사람아. 좀 기다려.. 지금 가면 자네가 고향사람들한테 총겨눌 일밖에 더 있나.. 지난번에 그만큼 죽였음 됐제, 낼 또 죽일려고 서두르는겨? 천천히 가.. 알겠나~?? ... 니 지휘관들한테는.. 방콕의 우리 사람들이 대충 상황 설명을 해줄 것인제.. 대충 이해할기다~"
뭐, 대충 이런 식의 실랑이들인거죠.
그리고 한참을 기다린 병사들한테.. "야 니들 이번에 방콕가면, 쓰어댕(붉은셔츠) 사람들한테 총쏘면 안된데이~ 니들도 그 사람들이 옳다는 거 알지 않나~" 뭐 이런 멘트 날려주시고....
그러면 병사들은 또 "알지예~ 너무 염려마이소~" 뭐 이러면서 헤어지고 보내줍니다... 한 마디로 이 검문소는 휴가갔다가 귀대하는 장병들 정신교육장인 셈입니다만, 참 황당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병사들이 승차했던 시외버스도 덩달아 멈춰서 있다가 병사를 태우고 가야만 합니다. 그러니 차량행렬이 얼마나 천천히 진행됐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이곳이 레드셔츠 본향답게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고속도로 순찰대가 단 한명도 안왔다는 거 아닙니까. 시외버스 기사들도 얌전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버스에 탔던 다른 승객들도 뭐 크게 많이 반발했다는 보고는 없네요...
하여간 이렇게 몇시간 사이에 이 레드셔츠 군중은 약 40명의 병사들에게 정신교육을 한 후에 방콕으로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 ^
최근에 한국어권에서는 최초로 우리 카페가 태국군 내의 "수박병사들"(타한 땡모) 현상을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만... "수박병사"란 겉에는 초록색 군복을 입었지만 마음만은 "붉은셔츠"라는 현상을 빗대서 만든 신조어죠.. 하여간 이 이산지방 출신 병사들은 원래도 일정 정도 "수박병사"인 셈인데... 이 날의 이 검문검색 황동은 뭐랄까... 굳이 표현하자면, "수박 푸욱 익히기" 작전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어떻게 해서라든 방콕에 있는 동지들 좀더 살려보려고, 군대의 집결시간을 단 일분 일초라도 늦춰보겠다는, 레드셔츠 농민들의 의지가 표현된... 뭐 그런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을듯합니다.
하여간 외신들에서도 간접적으로 언급됩니다만, 의외로 잠재적으로 "수박" 형으로 분류되는 병사들이 제법 되는듯합니다. 심지어 태국 남부지방 주민들조차 "경찰은 몰라도 군대라면 이산지방 출신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더군요.. 왜 그럴까요?
여기서 정교하진 않지만 이번 기회에 '태국의 징병제도'에 대해 살짝 또 들여다봅니다. 태국도 한국처럼 징병제 국가입니다. 그래서 일단 만 18세가 되면 모두 징병검사(신체검사)를 받아야만 합니다. 이후 신체적으로 건강한 남자들만이 다음 징병과정에 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일단 한국군은 4,500만 인구에 60여만명 정도의 병력을 보유한 데 반해, 태국은 인구는 6,600만명 정도인데 군병력은 30만명이 약간 넘는 군병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징병검사를 통과한 남자들 중에서 실제로 입대해야만 할 인원이 한국보다 많이 남아돌게 됩니다. 물론 한국군의 징병시에도 군에서 요구하는 인원보다 약간 남는 편이라, 가령 체력순, 학력순, 가정형편 등의 사유순으로 입대를 면제해주고 있지요... 그리고나서 입대대상자 중 대학생 등은 졸업시까지 입대를 연기해주는데, 태국군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입대시기는 연기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태국군의 경우 한국처럼 학력이나 가정형편 이런 요소로 면제자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참 특이합니다... 태국에서 일단 징병검사를 통과한 장정들은 모두 한날 한시에 특정장소에 모여서 제비뽑기를 합니다. 그래서 빨간 제비를 뽑으면 군대를 가고, 검은 제비를 뽑으면 면제자가 됩니다... ^ ^ 이게 우리 입장에서 보면 "뭐 그래, 완전 도박이구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 또 가만히 들여다보면, "일단 기회 자체는 공평하구만" 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하여간 태국에서도 역시 사람들이 군대를 안갔으면 하기 때문에, 이 제비뽑기하러 갈 때, 마치 한국의 수험생들이 수능고사를 치르러 가는 것처럼, 어머니는 물론이고 가족들 전체가 가기도 하고... 운좋게 검은제비를 뽑으면, 제비뽑기장에서 가족들의 환호가 터져나오기도 하고, 또 반대로 탄식도 나오곤 하는 모양입니다 ^ ^
태국 사람들 말로는, 요즘은 많이 나아져서 연예인들도 군대를 가는 모습을 TV에서 자주 보여주고 한다는데... 과거에는 대충 돈만 주면 제비뽑기 결과도 좀 바꿔치기해주고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부잣집 사람들은 안갈 가능성이 높죠 ^ ^ 물론 요즘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지금은 완전히 근절됐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태국 사람들은 많지 않은듯합니다.
하여간... 이렇게 태국에서 군대가는 일이 일종의 복권식 추첨을 통하는 것이라면, 확률적으로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치앙마이쪽 북부지방이나 북동부(이산지방) 병력들이 많다고 회자되는데.. 물론 기본적인 인구도 북부와 북동부가 약간 더 많긴 합니다만.... 바로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가령 한국에서도 아주 특수한 성격의 군대인 해병대나 공군, 해군, 또는 각군 본부 군악대 등은 자원자들로만 구성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선발시험도 치르죠.. 마찬가지로 태국에서도 자원입대 의사를 보인 징집대상자들은 제비뽑기 추첨과정을 생략하고, 우선적으로 군대에 입대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자원입대자들 중에는, 가난하면서도 거친 환경에서 자라난 이산지방 청년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물론 공식적인 통계는 아니고 일반적인 태국인들이 가진 사고로 보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병사들 말고 하사관 중에도 북부 및 북동부 출신이 많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어떤 태국인들은 지난번 4월 10일에 군대의 발포로 시위대가 사망한 일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즉 누군가 매우 전문적인 공작요원들이 투입되지 않았나 추정하더군요.. 물론 한 일반인의 낭설인데... 그 일반인은 태국 남부 출신으로.. 그 사람 왈, "아마 남부출신 특수요원 아닐까?".. 자기는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물론 어디까지 그 개인의 생각이므로 아주 특수한 의견임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믿지 마세요~ ^ ^
그러니 대충 "수박병사들" 비율이 어떠할지 우리가 상상해보는 데 도움이 될 정보가 아닌가 싶네요~ ^ ^
그럼 다음번에는 <선데이 프놈펜>에서 뵙기로 하고, 오늘의 <선데이 방콕>을 마칩니다~~ ^ ^
|
첫댓글 그 동안의 공부를 바탕으로 소설을 하나 써도 베스트 셀러가 되겠습니다.^^* 그림이 그려집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