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자중지란이 점점 도를 더해가고 있다. 수일 전 민주당 중진 의원인 이상민 의원의 ‘유쾌한 결별’에 당 지도부가 민감하게 반응을 보여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러자 당사자인 이상민 의원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는 “죽도록 공부하라는 말은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말이지 죽으라는 말이냐”며 지도부를 질타하고 있다. 말하자면 민주당 지도부는 말귀도 못 알아듣는다는 말이다. 정작 그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사람들이 무슨 지도부에 앉아 있느냐. 빨리 내려와’라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앞서 민주당은 당을 혁신한답시고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세간에서는 혁신위의 역할에 큰 기대를 하지도 않지만 어떻든 그 혁신위에서 내놓은 1호 혁신안이 국회의원들의 불체포 특권 포기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다.
만약 그것이 성공한다면 어느 정도 세간에서는 민주당의 진정성을 믿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이와 관련해서는 이재명 당대표가 국회 대표 연설에서 자신에 대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로 미루어 대표와 혁신위는 이와 관련한 교감이 있었을 것이다.
이재명의 이런 제안은 자신이 제1당 대표라는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거대 야당의 대표를 구속 수사하는 것은 정국을 혼란으로 빠져들게 하는 블랙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으로서는 모든 치부를 그것으로 가릴 수 있으니 해볼 만한 도박인 것이다.
거기에다 살신성인이라는 얄팍한 전술로 잘 포장하면 소위 ‘개딸’들이 정국을 더욱 소란하게 할 것이다. 그러면 수사 상황에 따라 부동층이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는 다음 대선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대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림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불체포 특권 뒤에 숨어있었을까? 구속 수사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죄는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수사 결과로 불법이 하나 둘 드러나고 마침내 포승줄에 묶이는 지경에 이른다면 그것으로 그의 정치 생명은 끝이다.
그는 조국 전 장관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자신을 지지하는 개딸처럼 수많은 지지자들이 조국을 따라다니며 응원을 했었다. 그런데 사실이 드러나자 그들은 안개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응원하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중이다.
결국 개딸이라는 것도 그가 대권에 가장 가깝기 때문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대권 바람이 빠지면 그 존재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재명의 불체포 특권 포기는 양면성을 갖는다. 그래도 그런 선언을 한 것은 자기를 향한 국민적 비난을 외면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와 서울·양평간 고속도로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는 중이다. 돌파구를 마련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상민 의원에게 경고를 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 민주당 내부의 자중지란 조짐을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이재명 대표 자신의 이야기다. 대표의 입장과 민주당의원들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대표는 어떻든 당의 지원과 극성스러운 지지자들이 뒤를 지켜줄 것이지만 민주당의 의원들로서는 구속 심사를 받는 순간 그 뒤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불안이 13일 의원총회에서 혁신위가 제안한 ‘전 의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에 대해 반대 의견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 전날 혁신위원장이 “안 받으면 민주당은 망한다”라는 극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은 ‘선사후당’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힘은 이와 관련하여 이미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바 있다. 자기들 말로 ‘수구 꼴통’이라고 하는 보수의 뒤꽁무니도 못 따라가는 형국이 된 상황이다. 당연히 혁신위에서는 의총 결과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라는 입장을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혁신위는 당의 그야말로 혁신을 바라고 만들어진 특별한 조직이다. 그런데도 혁신위의 제안을 외면한 것은 스스로 당의 혁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혁신위는 그저 대표가 국민들의 눈을 가릴 심산으로 만든 것이라 자기들과는 상관없다는 태도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은 혁신위가 의원들의 불체포 특권 포기를 1호 혁신안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내심 불만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지도부에서 간곡히 부탁을 하는데도 의총에서 반기를 든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절박함’ 때문이다.
포기 각서에 서명을 하는 순간 그 뒤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야 자신이 당당히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고 공언을 했으니 포기하는 도박을 선택할 수 있지만 민주당의원들은 입장이 다르다. 수사가 예견되는 의원들로서는 거의 유일한 방패막이가 사라지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탈당을 하고 자신의 죄를 숨기고 있는 의원들 역시 가슴이 서늘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총선이 일 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혹시라도 비리와 관련된 문제가 불거지면 내년 총선에서 치명적인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
자칫 공천을 받지 못할 수도 있으며, 공천을 받는다 하더라도 특정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승리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곧 여당에게 총선 희생의 제물로 바쳐진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그러니 지금 한가하게 ‘선당후사’ 같은 배부른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철저히 ‘선사후당’으로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내가 살아야 당도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거기에 지난 정부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적폐청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광야에서는 바람막이를 걷어내고 고개를 들면 모진 비바람을 피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내년 총선까지 헤쳐 나갈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동병상련의 업을 가진 의원들이 똘똘 뭉쳐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민주당은 혁신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민주당이 망한다’는 예언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환골탈퇴하고 새로운 당으로 거듭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지만 아무래도 환골탈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 동안 의원들의 불체포 특권은 자기들의 비리를 감추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었다. 국민들은 그런 의원들의 행태에 분노하며, 그들의 자정 노력을 기대했었다. 따라서 민주당 의원들의 이런 행태는 국민적 열망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돌아오는 총선에서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룰 것이다. 이는 순전히 그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당대표의 오만과 고집에 휩쓸려 결국 당이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