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산, 공장 등 강제 점유해 헐값에 넘기는 미국과 유럽... 발칸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들 *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세르비아를 폭격하고 코소보를 점령한 뒤 '유렌'의 이름으로 세르비아의 재산을 불법으로 점유하고 팔아넘긴 것은 코소보 땅에 발을 들여놓은 직후다. 그간 소문으로 떠돌던 유엔의 범죄상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은 당시 코소보에서 유고슬라비아의 재산목록 1호 '뜨레쁘차(Trepca) 광산'을 강제로 점령해 처분할 때였다.
1) 차관 이자는 세르비아가 다 물어
2000년 8월 14일 이른 아침, 뜨레쁘차 광산지대로 3천명의 코소보평화유지군이 몰려와 군사작전을 벌였다. 군인들은 광산을 폐쇄한 뒤 항의하던 노동자들을 구타하고 강제로 해산시켰다. 당시 코소보 주재 유엔행정장관이던 프랑스인 쿠쉬너는 "광산이 코소보의 공기를 오염시켜 패쇄하고 유엔이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는 광산 폐쇄 이유를 내세웠다. 그날 이 광산에 목숨을 걸고 있던 노동자들과 그 가족을 비롯한 미뜨로비차(Mitrovica)의 3만 시민들이 광산 폐쇄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다. 뜨레쁘차 광산은 유고슬라비아에서 가장 큰 광산으로 2만 5천명의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었다. 이 일대는 제철소와 제련소가 있고 금과 납, 아연 등을 채취해 제련하는 곳으로 그 가치를 따지면 50억달러로 평가되었다. 주민들에게 광산지대는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다.
곧 이 광산은 미국계 회사인 모리스눗센사와 프랑스계 회사 텍-잉게니에리사, 스웨덴계 회사인 볼리덴콘텍사가 함께 만든 컨소시엄인 "ITT"로 헐값에 넘겨졌다. 당시 매각에 개입했던 미국의 모리스눗센사는 전쟁판으로만 돌아다니며 패전국들의 회사나 재산을 취득해 재미를 보던 회사로, 지금은 '워싱턴그룹'으로 개명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활약 중이다. 뜨레쁘차 광산에 강제 몰수는 세계 여론의 비판을 받았으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엔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이런 식의 재산 몰수는 30개의 대공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스웨덴의 한 회사의 경우 '샤르시멘트사'를 불법으로 차지해 운영해오다 소유권 시비가 붙자, 유엔에서 시멘트 공장의 옛 소유주에게 보상을 하겠다는 공고문을 내 스웨덴 회사를 공식적으로 보호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코소보의 유엔은 지금까지 세르비아의 재산을 팔아왔다. 초기에는 군사력을 동원해 강제로 접수했지만 지금은 더 세련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유엔이 코소보에서 세르비아의 재산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세르비아 정부청사에 자리잡은 '코소보 재건설과 경제개발을 위한 센터'에 들르면 알 수 있다. 이곳에서는 코소보에 주둔하는 유엔의 모든 경제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센터의 대표인 밀레나 바쉬치(Milena Basic)(45) 박사는 코소보에 주둔하는 유엔의 세르비아 재산 매각 문제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마자 격양된 목소리로 유엔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나토가 1999년 코소보를 점령한 뒤 유고슬라비아 정부와 합의했던 내용이 유엔결의안 1244조에 규정돼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바쉬치 박사는 "이 규정에 따르면 코소보의 유엔미션(이하 "유엔")은 코소보의 유고 정부 대신 행정권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것이었지 재산을 팔라는 것은 아니었다"며 포문을 열었다.
코소보의 유엔에서 매각공고를 낸 회사들은 모두 옛 유고슬라비아 정부에서 외국 차관을 들여와 지은 것들이다. 코소보에 생산업체들을 건설하기 위해 유고 정부에서 들여온 차관은 약 15억달러인데, 이자를 갚는 데만 해마다 4600만달러가 소요된다. 현재 세르비아 정부는이 업체들에게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마다 차관의 이자만 대신 물어주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코소보의 유엔에서는 세르비아 정부가 이자를 물지 않으면 코소보의 영유원까지 포기하는 것으로 알겠다는 은근한 협박도 해왔다고 한다. 지금도 여전히 코소보는 국제적으로 세르비아령이지만, 이자를 물지 않을 경우 앞으로 코소보를 영원히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탓에 어쩔 수 없이 이자를 물고 있다는 게 세르비아 정부 관계자들의 말이었다.
2) 400만평에 이르는 미군기지도 '공짜'
최근 진행된 세르비아 산업체들의 매각은 세르비아 정부를 분노케 만들고 있었다. 지난해 6월 매각을 공고했던 전기장비 생산업체인 '에네르고인베스트(EnergoInvest)'는 모두 150만달러에 '아르다와 메리디안'이라는 회사에 팔려나갔다. 하지만 세르비아 정부에서 평가했던 가치는 최소 1500만달러여서 유엔에서 매각한 가격의 10배였다. 그리고 벽돌공장과 상업용 냉장고 생산공장 등이 알려지지 않은 알바니아 회사로 팔려나갔다. 물론 이 공장들도 10분의 1 정도의 헐값에 팔렸다. 이 공장들을 매입한 회사들은 유령회사로 마약밀수로 번 돈을 세탁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더구나 유엔에서는 소유주인 세르비아 정부를 완전히 무시하여 계약을 체결할 때도 세르비아의 동의나 입회 절차 없이 유엔쪽이 소유주로 계약을 체결했음이 드러났다. 또 원래 코소보의 철도는 유고슬라비아 철도공사의 한 부분이었는데, 나토가 폭격을 하면서 철교와 터널, 철도를 끊어놓는 바람에 세르비아와 코소보를 연결했던 철도는 한반도의 남북철도처럼 단절됐다. 그 뒤 철도복구 사업과 정상 운행을 위한 모든 사업은 코소보의 평화유지군으로 참가하고 있는 유럽국가들에 넘겨졌다. 철도복구와 차량수입, 기관사 교육, 철교와 터널보수 사업 등은 '유로마인트'와 '스웨덴철도공사'에서 맡기로 '유엔철도청'과 계약을 마친 상태이다. 여기서도 철도의 소유주인 세르비아 정부는 배제된 채 계약이 체결됐다.
현재 유엔은 세르비아의 재산을 불하하기 위해 '코소보이사국(KTA)'이란 기구까지 구성해 이와 관련된 제반 사안을 처리하고 있다. 특히 코소보이사국 안에 설치된 특별재판소는 이 기구의 핵심 조직으로 세르비아 재산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최고기구이다. 하지만 세르비아 출신 판사들은 완전히 배제된 채 유엔 쪽 판사 3명과 2명의 알바니아 판사들로만 이뤄졌다. 당연히 세르비아 정부는 이 기구에서 결정된 모든 사안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육안으로 바라볼 때 보이는 것이 두개 있다. 하나는 중국의 만리장성이고, 다른 하나는 '본스틸 캠프(Bondsteel Camp)'이다"라는 농담이 코소보에 주둔하는 미군들 사이에 떠돈적이 있다. 코소보의 남동부 지역에 지어진 미군기지인 본스틸 캠프는 면적이 400만평에 이른다. 이 군사기지는 1999년 5월 나토의 유고 폭격이 있기 전부터 계획돼 있었는데 나토가 코소보를 점령하자마자 같은해 7월부터 바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에 전문적인 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브라운과 루트'가 독점으로 맡아서 제대한 미군 1천명과 알바니아 인부 7천명, 군 공병대 1500명을 투입하여 3개월 만에 완공했다. 이곳은 7천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데 베트남전쟁 뒤 지어진 가장 큰 캠프로 유명하다. 미 국방부(펜타곤)가 이곳을 선정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발칸을 비롯한 남유럽 전역을 군사적으로 통제하고, 이곳을 통과하게 될 파이프라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한 세르비아 군사전문가의 지적처럼 미국의 군사적 야심을 엿볼 수 있다.
사실 발칸 땅에 미국이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한 것은 코소보가 처음은 아니다. 미국은 이미 보스니아의 '뚜즐라(Tuzla)'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남의 나라 땅에 주인의 허락이나 양해도 구하지 않고 마음대로 군사기지를 지었다는 데 있다. 아무리 나토의 폭격을 받고 항복했지만, 군사기지가 지어진 400만평의 소유권은 여전히 세르비아에 있다. 이 때문에 세르비아에서는 기지가 들어선 부지의 소유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계속 보상을 요구해왔다. 거의 4년 만 동안 침묵으로 대응해오던 미국 정부는 더는 버티기 어려웠는지 지난해 12월 재산권에 대한 보상을 한다는 공고를 냈다.
3) 선거 승리한 세르비아 급진당과 마찰 예고
이에 대해 이 사안을 담당하고 있는 코소보의 재건설과 경제개발센터의 브르보리치(Vrboric) 변호사는 "미군쪽이 너무나 까다로운 보상조건을 내놓은 상태라 불법으로 점유한 땅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제 1당이 된 세르비아 급진당쪽은 미국에 기지 사용료를 물려야 한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혀 앞으로 미국과의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세르비아의 코슈투니짜 전 대통령의 정치특보를 역임했던 프레드릭 시미치(Fredrik Simic) 교수는 "전쟁은 남의 것을 가로채는 도둑질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발칸전쟁이 지나간 뒤 유고연방은 작은 국가들로 갈가리 찢겼는데, 그 와중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챙긴 나라는 유엔의 이름으로 참전했던 미국과 유럽국가들이다.
첫댓글 출처를 알려주신다면 더 큰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라 생각하네요...
한겨레 21 (2월호)에 나온 기사입니다...
오래간만에 들어오셨다가 나가셨군요. 어떻게 보면 이 까페도 그리고 저의 열정도 예전만 못한 편인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