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내가 꿈에 그리던 여고 소풍을 간다고 하셨다.
비가 오면 교실로, 날씨가 좋으면 의정부 시청 뒤
근린공원으로 모이라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크게 쳐놓고 소풍가서 장기자랑도 하고,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어 그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무얼 준비할까 떡이라도 한 말 해 가져갈까.
장기자랑 시간에 나가서 부를 노래도 흥얼거리며,
행여나 가사를 잊을까봐 쪽지에 써서 가방에 넣었다.
소풍을 몆일 앞두고, 우리 반 단체 톡에 13번 친구가 복권에
당첨이 되었다는 빅뉴스가 떴다.
두꺼비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들어와, 피 흘리는 다리에 소독을 하고,
약을 발라 보냈더니 꿈속에, 그 두꺼비가 보이기에 복권을 샀단다.
백만 원 당첨이되 세금 떼고, 96만원을 찾아와 행운을 얻었다며 자랑을 한다.
우리 모두는 13번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옛날 동화 손주가 즐겨보던 흥부와 놀부가 생각나며,
우리 집에도 다리 다친 제비나 두꺼비가 와줬으면 하고,,,
친구는 기분이라며 소풍가는 모든 음식은, 자신이 준비하겠다기에
우리 반 전체 학생들은, 축하를 해 주며 감사히 잘 먹겠다는 인사를 밤낮으로,
며칠 톡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선생님 점심과, 전체 학생 밥은 물론, 커피, 음료, 과일,
전도 붙여 오겠다며 필요한 것 있으면 더 말씀하시라고 한다.
소풍날 먹을 음식 샘플을 찍어 고루고루 톡에 올렸다,
손꼽아 기다리던 소풍날이 돌아왔다.
아침부터 비는 주룩주룩 오기 시작하며 태풍주의보 까지 내리고,
선생님은 학교 교실로 모이라는 문자가 왔다.
13번 학생이 톡에 올린 화려한 음식에, 준비하려했던 시골 떡은 인기가 없을듯하여.
빈손으로 물도 한 병 넣지 않고 6시에 집을 나섰다.
어제 밤잠도 설치고, 아침도 거른 빈속으로 두 시간 반을
빗속을 헤치며 학교에 도착하였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13번을 기다렸고 전화하면 받으러 나갈 준비를 하며
교실 문 쪽만 힐끔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은 영화를 한편 틀어 주셨다.
우리는 영화의 내용보다 13번이 바리바리해서 들고 올 음식에만 신경이 쓰였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영화는 끝나 가는데,
13번은 나타나지 않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갑자기 단체장 임원회의가 교실 밖에서 이루어졌다.
잠시 후 배달이 왔다.
어린학생들은, 실장이 나누어준 김밥 한 줄과 물 한 병 씩,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가고, 교실 분위기는 황당하다는 표정들이었다.
옆 반에선 노래 소리와 박수소리가, 왁자지껄 축제 분위기인데
우리 반은 초상집이다,
학급 분위기도 그렇고 나는 앞에 나가, 밤새 연습했던 소양강 처녀를 한 곡 부르고
내 옆자리 6번 친구를 지목했다.
박수는 치고 있으나 학급 분위기는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은 회장이 건네는 김밥 한 줄,
물 한 병도 교탁위에 놓고 교무실로 가버리셨다.
기대하며 손꼽아 기다렸던 여고시절 첫 가을소풍,
우리들의 장기자랑, 예쁜 추억은 모두가 무산되고 빗속을 헤치며
차를 기다리며 돌아오는 3시간은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18일 학교 가는 날.
13번 학생은 학교에 와서 어린학생들과 선생님,
학우들을 실망시키고 어떻게 보려는지 그것이 지금부터 궁금하다
2022 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