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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캐나다의 삶 원문보기 글쓴이: 캐사모
평범한 엄마의 앞서가는 영어 교육법
영어 잘하는 아이 장우가 열한 살 소년이 됐다. 어릴 적의 영민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여전히 영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장우. 외국에서 살아 본 경험이 없는 아이가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은 엄마 박은정 씨의 특별한 교육법 덕분이다.
엄장우라는 이름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지 모른다. 하지만 모 학습지 CF에서 미국 아이와 함께 나와 ‘I’m going to the hospital’이라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던 네 살배기 꼬마라고 하면 ‘아하’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렇게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던 장우가 어느새 열한 살 소년이 되었다. 조기 교육의 폐해를 말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가뿐히 뒤로 넘길 수 있을 만큼 여전히 뛰어난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장우. 그런 장우를 키워낸 사람은 스스로 너무나 평범하다고 말하는 엄마 박은정 씨다.
노하우1 한글처럼 반복해서 영어 말하기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면 항상 ‘우리말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반복해서 말을 하게 되더라고요. 왜 엄마들이 아이가 목마르다고 하면 물을 주면서 그냥 주지 않잖아요. ‘여기 물 있다’ ‘고맙습니다, 해야지’라면서 물을 주잖아요. 전 그렇게 한국말을 하듯 영어를 끊임없이 반복한 겁니다.”
얼마 전 영어 학원 ‘Mommy & me’를 열고, 장우를 가르친 이야기를 담은 ‘장우 엄마 박은정의 톡톡 튀는 자녀교육법’이라는 책을 내 영어 교육 전문가로 나선 박은정 씨. 그녀는 영어를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주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방법이 장우를 영어 잘하는 아이로 만든 영어 교육의 핵심이라고 입을 연다.
그녀는 자신은 영어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유아 교육에 남다른 지식을 갖고 있지도 않은 보통 엄마라고 말한다.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서 엄마가 꼭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출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는 그녀. 영어 실력은 어린아이와 간단한 대화 정도를 나눌 수 있으면 충분하고, 표현할 수 없는 말들은 우리말로 하면 된다고. 그리고 아이를 가르치다 보면 자신의 실력도 점차 늘어나기 마련이다. 아이의 어휘력이 조금씩 늘어남에 따라 자신도 역시 좀더 수준 높은 영어를 접하게 되었다.
노하우2 지속적으로 호기심 자극하기
생활 속에서 영어를 접하는 방법을 통해 장우는 두 돌 때쯤엔 영어책을 통째로 외워버릴 정도의 실력을 갖게 되었고, 네 살 무렵엔 TV 속 모습처럼 자유자재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장우의 영어 실력은 고등학생에 비해서도 뒤떨어지지 않고, 또래의 미국 아이들보다 뛰어날 정도다. 이런 장우의 모습에서는 조기교육의 폐해에 대한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남들보다 일찍 시작했으면 그만큼 질리기도 하고, 워낙 영어를 잘하기로 소문난 아이라 사람들의 기대 등으로 인해 부담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말이다.
“때때로 사람들이 장우에게 영어를 시켜보곤 해요. 하지만 장우의 성격이 앞에 나서서 말하는 타입이 아니라 자기가 싫으면 안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그에 따른 스트레스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전 아이가 하기 싫어할 정도로 영어를 시키지 않았어요.”
“그림이 많고 아이가 보고 싶어하는 내용을 고르다 보니 자연스레 영어책을 고른 겁니다. 장우에게 이 책들은 영어 공부를 위한 책이 아닌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가 담긴 책일 뿐이지만 영어 과학책을 읽다 보니 이와 관련된 영어가 놀라울 정도로 늘었어요.”
무엇보다 그녀는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 관심 있는 분야를 파악한 후 아이를 가르치기를 권한다. 뛰어놀기를 좋아하고 활달한 아이라면 모험과 괴물, 싸움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을 골라주고, 엄마와 아빠가 같이 앉아 책을 본 후 다 읽은 뒤 칼싸움을 하고 전쟁놀이를 하라는 것. 그리고 꼭 영어로 된 책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한글로 된 책을 읽은 뒤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는 영어책을 사주면 한글과 영어의 연계 교육이 될 수 있고, 아이가 부담 없이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고.
노하우3 영어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놀기
그녀는 꼭 많이 아는 엄마, 아이와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엄마만이 아이를 잘 가르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직업을 가진 엄마나 자기 활동으로 바쁜 엄마라도 꾸준히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된다.
“시간이 많다고 해서 아이를 잘 가르치는 건 아니거든요. 그보다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죠. 1주일에 서너 번, 하루에 20분씩이라도 관심을 갖고 꾸준히 1년 동안 해보세요.”
그녀는 아이를 학원에 보낼 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가 그날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어떤 교재로,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를 배우는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것. 만약 교재가 아이의 수준이나 성향에 맞지 않는다 싶으면 학원 강사와 상의를 하고, 필요한 것들에 대한 도움을 주는 데 앞장선다.
“다른 공부를 위해서라면 몰라도 영어 공부만을 위해 아이를 유학 보낼 마음은 없어요. 그리고 다른 공부를 위해 유학을 떠난다고 해도 온 가족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가족 여행이나 배낭여행 등을 통해 외국의 문화를 접하는 방법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노하우4 아이의 성향 파악을 위해 꾸준히 관찰
장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내기를 바란다는 그녀는 영어 외에도 인성 교육과 예술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아이가 두세 살이 되면서부터 아이에게 어떤 악기가 적당한지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늘 자극거리를 찾았다고.
“전 아이에게 영어만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어요. 음악이나 자연 등 예술 관련 책들을 사다주고, 전시회나 놀이공원, 과학관 등의 장소에 늘 데리고 다녔죠. 아이들은 자극을 필요로 하고 이런 자극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새로운 장소에 다녀온 후에는 그와 관련된 영어책을 사주어 아이의 관심을 끌었어요. 연관이 있는 동화책을 사주고, 인터넷에서 관련된 자료를 검색해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아이에게 다양한 문화와 놀이를 접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끊임없이 새로운 장소, 신나는 이벤트가 가득한 곳을 찾아다녔다는 엄마. 그런 엄마의 노력 덕분인지 장우는 음악적으로도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다. 첼로를 시작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았지만 벌써 콩쿠르에서 입상을 할 정도로 뛰어난 연주 솜씨를 자랑한다.
“처음엔 피아노를 배우게 했는데 피아노 치기에 앞서 음악을 들려주고 익히게 했어요. 아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자극을 준 거죠. 그러다 장우가 성격상 첼로와 잘 맞는 것 같아 첼로를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전공을 시키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소질이 많아 보여요.”
아이에게 악기를 가르칠 때는 어떤 성향의 아이인지 먼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그녀. 평소 아이를 잘 관찰하고, 아이의 말에 귀기울이고 표정에 관심을 가지며, 있는 그대로 아이를 받아들여야 아이는 자기 안에 잠재된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고.
영어도 잘하고, 과학이며 독서며, 음악까지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이는 장우. 하지만 그녀는 아이가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유달리 뛰어나다고 해서 ‘오냐오냐’하며 키우지 않는다. 예의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에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존댓말을 쓰게 하고, 컴퓨터 게임도 주말에만 하는 룰을 만드는 등 절제 있는 교육 방침을 세우고 있다.
“컴퓨터 게임은 주말에만 하기로 약속을 했어요. 기특하게 생각되는 건 제가 집을 비울 때에도 저와의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머리가 좋고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 보다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자기 컨트롤 능력이 있다는 게 더 좋은 일이잖아요.”
이야기를 하면서 몇 번씩이나 장우를 평범한 아이라고 말하는 엄마. 그런 엄마처럼 장우 역시 스스로를 대단하다거나 친구들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때때로 인터뷰를 하거나 방송을 하게 될 경우에도 엄마의 일을 도와 줄 뿐이라고 생각하지, 자기 때문에 하는 일인 줄은 모른다고.
“아이가 으스대거나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지 않아요. 일곱 살쯤에 장우의 하루를 방송한 적이 있는데 아이가 왜 나만 유치원에서도 찍고 집에서도 찍느냐고 물어요. 유치원에서는 다른 아이들하고 같이 우르르 찍으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한 거죠.”
장우가 ‘사’자 직업을 가지거나 유명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평범한 사람으로,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는 그녀. 무언가가 되기 위해, 미래를 위해 이삼십 년을 불행하게 살기보다는 현재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삶이 더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를 잘하지 않아도 장우는 저에게 너무나 소중한 아이예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놀기를 좋아해서 자신을 망칠 정도가 아닌 다음에야 아이를 1등으로 만들기 위해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감내하도록 하고 싶지 않아요. 아이가 스스로 즐거워서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를 바랄 뿐이죠.”
출처: Qu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