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식기
단오부터 추석까지 쓰시던 여름식기
추석지나 놋식기로 바꾸어서 드렸는데
모시옷은 단오부터 추석까지 입으시고
이후로는 큰출입에 무명옷 두루마기
한겨울에 명주솜 두루마기 입으셨다.
어림잡아 백년세월 지나가지 않았을까
사람은 떠나가고 의발만이 남아있네
여름반찬 나무새에 구운 고등어 한조각
보리밥에 찬물부어 후룩후룩 잡수셨다
새그릇을 장만해도 버리지를 못했는데
시어머니 가신후에 집정리를 한다면서
버릴려고 내놓은것 다시들여 놓았더니
구닥다리 안버렸다 지청구를 들었다네
며느리사대 이받이 단지 아직도 남았으니
애달프게 살다간 그 삶을 추모함이요
못먹고 못살아서 그런것이 아니라
불행하던 국난시기 고생하신 세대라네
글이 짧던 본가에서 한학공부 못했으며
신학문을 하려해도 공부하기 어려워라
시숙부님 돌아가셔 농사지을 사람없어
오십마지기 처분하여 대도시로 나왔더니
인물좋고 양반좋고 행신또한 반듯하나
못배우고 지위없어 어디가도 푸대접에
신학문을 못했으니 말단직도 어렵구나
자존감은 드높은데 알아주는 이없으며
밖에서는 큰소리 한번도 못치면서
남들에게 굽신대며 비위맞춰 사셨으리
집에서는 가부장적 폭군으로 군림하여
시모님과 자식들은 살얼음판 걸었다네
당신이 내세울 일은 왕손이라는 자부심
17위를 모시는 봉제사 고가라는 우월감
상놈하고 다르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에
세상의 변화에 짐짓 눈감으려 하셨으리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