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우리나라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서울대학교 테니스부를 방문했다. 마침 학생들은 4박 5일 합숙을 하며 하루에 세 시간씩 연습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훈련은 2013년 신입생들과 친밀감을 키우고 집중적으로 테니스 기량을 늘리기 위한 고된 시간이라고 했다.
오후 다섯 시 반부터 8시가 다 되도록 지도를 하는데 누구누구 할 것 없이 손발이 꽁꽁 얼어서 마비가 되었다. 체감온도가 마이너스 10도는 되는 듯 했다. 마지막 꽃샘추위인지 아침기온이 영하 4도까지 내려갔지만 햇살이 비치는 동안에는 영상으로 올라가 저녁 무렵도 견딜 만 할 것이라는 예측은 확실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특히 땀을 흘리며 뛰는 운동을 하지 않고 일대일로 서서 학생들을 지도했기 때문에 비트로 팀원들의 몸은 막대기처럼 점점 굳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비트로 본사에서 보내온 짧은 팔 검은 티셔츠를 하나씩 나눠 주었지만 워낙 기온이 낮아 입고 운동을 할 수가 없는 상태로 학생들은 모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잠바 속에 받쳐 입고 레슨을 받았다. 비트로는 대학생들에게 상당히 생소한 브랜드인지 여러 번 비트로에 대해 질문을 했다. 우리 팀원들은 비트로는 순수 국산 브랜드로 멀티 로드 샵이 전국에 70여개나 된다고 소개를 했다. 전 팀원들이 이번 2013년에 새로 나온 제니스를 비롯하여 다양한 신상품 운동화를 신고 가 소개를 하고 국산품 애용에 대한 아주 짤막한 사연도 전했다.
학생대표는금방 내게 다가와 서울대 테니스부와 비트로가 상호협력을 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학교에서 테니스 대회가 있을 때 비트로 상품권이나 물품을 지원해 주신다면 적극적으로 대내외 비트로 홍보대사가 되어 윈 윈 하겠노라고 여러 번 간곡한 부탁을 했다. 그런 지원 부분은 사실 우리에게는 결정권이 없고 말씀은 드려보겠다고 했다.
학생들이 신은 신발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니 거의 다 아디다스와 나이키였다. 도열하듯 서서 서로 소개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거의 딸과 아들 수준의 나이였으니 부모 같은 마음으로 따뜻하게 손을 잡았다.
동호인 랭킹 1위부터 최상위권의 비트로 팀원들에게 원 포인트 지도를 받는 학생들의 눈이 빛났다.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덤볐다. 질문도 많았다. 팀원들은 덜덜 떨면서도 누구 한 사람 싫은 기색을 하지 않았다. 작년에 지도했던 중학생들과는 달리 스스로 하려는 의욕에 불타는 대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기쁨의 시간이었지만
얼어붙는 손과 발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학생들을 초급, 중급, 상급별로 나누어 실력에 맞는 지도를 했는데 일웅씨가 최고 상급, 즉 테니스 특기로 체대에 들어온 학생들을 지도했고 재혁씨가 중급 생을, 나머지 팀원들은 모두 라켓을 잡은 지 일주일이 되는 13학번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지도를 해 나갔다.
나는 두 시간을 계속 서서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고 스윙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기초적인 테니스 상식을 이야기 해 주었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수재들이다. 한마디로 순발력도 좋고 이해력이 빨라 하나를 가르쳐 주면 세 개를 깨달으니 팀원들은 신 바람나게 지도를 했다. 특히 대학 동아리에서 라켓을 잡아 2012년 연말 랭킹 1위를 차지한 일웅씨는 학생들에게 테니스가 우리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테니스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명 강의를 해 주목을 받았다.
수많은 학생들이 대학생 때 라켓을 잡지만 20년 후 지금까지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은 겨우 4~5명밖에 되지 않음을 전하며 테니스가 건강으로도 사귐으로도 인생을 폭넓게 사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기초부터 발리 스메싱, 그리고 서비스까지 분야별로 간략하게 중요한 포인트를 잡아 지도를 받던 학생들은 인터뷰에서 거의 비슷한 표현들을 했다. 아마추어 최고수들에게 지도를 받아보니 자기들 끼리 연습해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스킬이나 그 외 게임에 필요한 중요한 포인트들을 배우게 되었다며 너무나 좋아 했다.학생들 대부분 포핸드는 잘 쳤지만 발리는 전혀 배우지 않아 초급상태여서 재혁씨와 일웅씨는 돌아가며 학생들에게 발리까지 지도를 했다.
우리는 학생들로부터 무척이나 고맙다며 다시 방문해 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거듭거듭 진정어린 인사를 들었다. 후끈한 감동을 뒤로하고 서울대 근처의 추어탕 집에서 뜨거운 국물로 언 몸을 녹였다. 모두들 주차료가 5천원에서 6천원 정도가 나왔지만 개인부담으로 하였다.
나는 진정어린 목소리로 팀원들에게 날이 추운데 너무나 고생 많았고 많이 참석해 주어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작년 내내 성실하게 재능기부에 동참해 주었던 순규씨가 거래처에서 약속시간을 이행하지 못하고 늦게 오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다음번에 만나 팀원들 모두에게 확실하게 저녁 한 끼를 대접하겠노라며 참으로 미안해하고 있음을 전했다.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다음에 대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실력별로 파트를 나누어 한 사람씩 포핸드면 포핸드, 발리면 발리, 스메싱이면 스메싱을 맡아서 돌아가면서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들을 모았다.
누군가 몇 일전에 나에게 쇼하면서 인생 살지 말고 진정으로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살라고 문자를 보내 너무 충격을 받아서 사실은 몇 일 동안 말문이 막힌 상태였다. 남들이 우리가 하는 재능기부를 쇼로 평가를 내리든, 광대 짓으로 평가를 내리든 그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혹여 내 마음 속에 껍데기만 가지고 재능을 기부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새삼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비트로 팀원들은 모두 테니스만 잘 하는 분들이 아니다. 진보된 사고를 갖고 있는 분들이고 각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 내조자로 맡은바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하면서 열심히 사는 어른들이다. 물론 직업적으로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철저하게 하며 사는 프로들이기도 하다. 무엇을 해야 진정으로 가치 있게 사는 일인지를 고민했던 분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우리 팀원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임을 잘 알기 때문에 모두들 동참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는데 팀원들의 생각은 어떤지 그 밤,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첫댓글 너무나 뜻있는 봉사에 가슴이 뭉쿨합니다. 가슴에 의욕과 정렬을 갖고 사는 아우님들이 너무나 부럽고 고맙습니다.
네,,형님! 쉽지 않지만 올 일년 대학생들에게 재능기부하면서 보내려고 합니다. 이 세상은 누군가와 더불어 나눌때 기쁨 두배가 된다고 합니다. 몸이 고단해도 주변에 기쁨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고맙습니다.
비트로팀 화이팅!! 수고가 많으십니다~
저희도 몇달안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재능기부...
기초도 모르는 얘들을 가르키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는데
몇번 가서 보면 지난번보다 실력이 조금은 나아지는걸 보니
나도 모르게 참 무언가. ..새삼 집에 돌아올땐 뿌듯함이 들곤 했네요..
도와주지못해 죄송하고 마음으로나마 응원할께요~~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