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장』진리를 소유한 사람들
古之善爲士者는 微妙玄通하여 深不可識이로다.
夫唯不可識이라. 故强爲之容하면
豫若冬涉川하고 猶若畏四隣하며
儼若容하고 渙若氷將釋이라.
敦兮여, 其若樸하고
曠兮여, 其若谷하고
渾兮여, 其若濁이라.
孰能濁以靜之徐淸하고
孰能安以動之徐生고
保此道者不欲盈하나니
夫唯不盈일세 故能蔽不新成이로다.
*. 용(容) ; 형용하다. 그 모양을 표현하자면.
*. 예(豫) ; 원래는 짐승 이름인데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모양을 형용함.
*. 유(猶) ; 원래는 짐승 이름인데 두리번거린다는 뜻으로 쓰임.
*. 엄(儼) ; 엄정하고 단정한 모습.
*. 박(樸) ; 산에서 베어 아직 다듬지 않은 원목.
*. 숙(孰) ; 誰와 같이 '누구'라는 뜻으로 쓰임
옛적의 훌륭한 선비는
미묘한 진리를 통달하였으므로
그 깊숙한 인격을 무엇이라 헤아릴 수 없다.
대저 그를
이러 이러한 사람이라고
한정할 수가 없도다.
억지로 그 모습을 형용해 보리라.
머뭇거림이여!
살얼음판을 건너는 듯도 하고
두리번거림이여!
사방을 두려워 살피는 듯도 하도다.
근엄함이여!
초대를 받은 손님과도 같고
수월함이여!
얼음이 녹는 것과 같도다.
순박함이여! 아직 손질하지 않은 통나무와 같고
광활함이여! 빈 골짜기의 허허로움과 같으며
혼돈스러움이여! 함께 흐르는 흐린 물과 같도다.
누가 능히 자신을 흐린 듯하여
저 더러움을 서서히 가라앉혀
맑게 만들 수가 있겠는가.
누가 능히 자신은 편안하면서
병든 세상을 서서히
공들여 살려낼 수가 있겠는가
진리를 자기화(自己化)한 사람은
무엇에게도 그 마음을 사로잡히지 않는다.
영원한 진리를 소유한지라
변화 많은 새로운 것을 버리는 도다.
⊙---- 해설
이 천지만물을 지배하는 진리가 있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되게 하고, 만물의
성질에 알맞게 운영해 간다. 혹 살리기도 하고 혹 죽이기도 하며, 봄바람의 따뜻
함도 겨울 바람의 차가움도 가져다 준다.
그래서 진리는 무엇이라고 형용할 수가 없다.인간에게 좋은 것을 선물하기도 하
고 나쁜 것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진리를 깨닫고 심신을 단련하여 그
깨달음은 것을 자기의 것으로 삼은 인격의 소유자를 곧 착하다고, 지혜롭다고,능
력자라고 한정지어 말할 수 없으며, 그 분을 이해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보통 사람은 욕심으로 살기 때문에 몇 번 겪어 보면 곧 그 사람이 착한 사람,교
양이 있는 사람, 일을 잘하는 사람 등으로 평가할 수 가 있다. 그러나 진리를 표
준하여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면을 다양하게 갖추었기에 공자는 '군
자는 한정된 그릇이 아니다'(君子不器)라고 하였다.
법문에 보면, 성자는 능력을 보이기도 하고 졸렬함을 보이기도 하며, 밝음으로
사람을 대하기도 하고 어눌한 듯하기도 하며, 일에 집착하는 듯하기도 하고 일을
놓아서 해탈하는 듯 하는 등 자유 자재 하는 분이라고 하였다.
근원적인 진리는 태허(太虛)한 것이다. 때문에 성자들의 마음은 욕심에 물들거
나 관념이나 相, 주의, 주장에 얽매이지 않는다. 성자는 이렇게 텅빈 진리를 보
존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 태허한 진리는 시작과 끝이 없이 영원한 것이다. 그
영원한 진리와 함께 하는 성자는 변화가 많은 새로운 것들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 자에서는 몇 마디로 성자의 모습, 달 인의 모습을 지적해 놓았다.그러나 앞
에서 말한 것처럼 성자의 인격은 무엇이라 한정할 수 없는 매우 가변적이라는 것
이다.
다음은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에 옮기는 모습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최적
이 될 것인가?' 하는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언제나 자기의 능력과 형편을 살피
고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그 상황에 맞게 적응시켜 가는 조심성이다.그것을 몰랐
을 때 이렇다 저렇다 용감하게 나아가지,달관된 사람은 충분히 알고도 그것을 현
실화시켜 갈 때 새로운 변수에 대하여 깊이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에 깊은 사려와
조심성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은 근엄하여 남이 함부로 하지 못할 위엄이 있는 것이 확실
하다. 우리에게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는 깊은 사려와 용기있는
결단과 꾸준한 실천력의 소유자, 그리고 성스러운 정신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고집하여 대단한 집착을 보이다가도 아주 쉽게 마음 한번 고
쳐 먹으면 모든 것을 수월하게 양보하는 모습이다. 이것은 평소에 어느 곳에 매
이지 않는 해탈 자유의 심성을 길들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소박함은 다듬어 놓지 않은 나무등걸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꾸밈이 없는 자세를
말한다.우리는 아는 체, 잘난 체, 높은 체하며 많은 화장을 하고 살기 때문에 거
짓되고 소박하지 못하다. 그러나 성자는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못하는 것은 못한
다는 순수함을 지녔다.
함이 없는 능력을 제시하였는데, 더러운 사회환경에 대하여 성자 자신은 탁하지
않으면서 탁한 듯, 탁한 곳에 함께 하면서 서서히 어쩐지 모르는 가운데 그 더러
운 것을 깨끗한 분위기로 일신시킬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능력의 소유자이다.
그리고 병든 세상,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회에 대하여 자신의 마음은 편안하면서
도, 남들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사회의 병을 하나하나 고쳐 나가는 숨은 능력을
성자는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진리를 깨달아 그것을 단련하여 생
긴 능력이라는 것이다. 범부중생들의 능력과 성자의 능력은 진리를 소유한 능력
인가 아닌가에 따라 구별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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