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헌 산행시집『백두대간 언저리』출간!
송문헌 산행시집『백두대간 언저리』가 <도서출판 움>에서 나왔다.
<시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집은 고희의 나이에 백두대간 종주산행을 마치고 나서
백두대간의 언저리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시로 엮은 산행의 기록이다.
맨 뒤에 산행을 완주한 완주증이 있어 백두대간을 완주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136쪽으로 된 이 시집의 정가는 10,000원이다.
송문헌 시인은 충북 괴산 출생으로 아호는 아성阿星이다.
1992년 《천평시》에 「진달래 만발」 등 12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눈이 내리면 외포리에 가고 싶다』(1996년),『아라리는 아직도 이 거리에 있다』(2003년 시와시학사),『그물에 걸린 바다』(2005년 시문학사),『바람의 칸타타』(2008년 시현실),『그리운 것은 눈 속에 있다』(2010년 시문학사) 등이 있다.
제33회 현대시인상을 수상〔2010년 (사)한국현대시인협회〕했으며 자작시 가곡( 이수인 곡)「별빛이 흐르는 밤에」등 70여 곡이 음반으로 발표된 바 있다.
- 이메일 : solbalam@hanmail.net
<시인의 말>
예순둘에 백두대간을 넘다
백두대간 종주 전문 산악회에서 격주 주말마다
40여 명이 시작한 2년여의 종주산행 내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제일 먼저 홀로 완주증을 받게 된
백두대간 종주 산행이 어찌 보면 부질없는
욕심이었는지도 모른다. 비바람 치는 날도 눈보라
얼어붙던 한겨울에도 함께 산을 오르내리던
대간꾼 산우들, 어디선가 내달릴 삶들에게 묵묵히
너른 품으로 맞아주던 백두대간의 산하처럼
세상살이가 그렇게 이어지길 기원해 본다.
시집 출판 비용을 부담해준 두 아들아, 고맙다!
2014년 초여름
송문헌
<작품 읽기>
지리산 천왕봉
- 산청-웅석봉-치밭목-천왕봉-세석-벽소령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다고 했던가
산청 웅석봉으로 올라 출발한 백두대간 길
산이 우는 소리 어깨에 메고
치밭목대피소를 지나 천왕봉에 올랐네
벽소령으로 내려서는 첫 출발이네
남명 조식이 모셨다던 지리산
산정으로 가는 길목
오를수록 가파른 바위투성이 너덜길
산의 무릎을 오르는
줄줄이 거친 숨소리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무들 가시지 않은 어둠을 매달고
산길은 어렴풋이 제 품을 내어주네
어둠을 밀어내는 랜턴 불빛은 정상을 끌어당기고
저마다의 코스로 오른 사람들
넘실넘실 메아리로 넘쳐났네
동녘이 붉게 달아오르고
적막은 산객을 휘돌아 걸음을 멈추었네
첫 태양은 소망을 담아 뜨겁게 아침을 들어 올렸네
통천문
제석봉을 향해 천왕봉을 내려서는 너설길
부정한 이는 누구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어둑한 바위굴
그 앞에 이르자 저절로 겸허해지네
세상 때 묻은 초로의 몰골
천상의 법정 앞에 낡고 녹슨 피고인은
이곳 하늘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는지
찰나에 스치는 지난 시간들 불현듯 고개를 드네
엄정한 심판을 지나
바위굴을 내려서자 햇살이 살갑게 맞아주고
저마다 큰일이라도 해낸 듯 싱글벙글
줄줄이 기운차게 새벽 산길을 내려섰네
제석봉
제석봉에 오르니 황량한 초원
바람에 피가 마른 고사목들
옛 자태를 증명하듯
우람한 체구의 장수처럼 곳곳에 서 있네
무자비한 도벌꾼 손에 사라진 원시림
그 황량한 봉우리를 넘어서자
해발 1,750m 장터목
봄가을 이곳에서 남쪽 시천 주민과 북쪽 마천 사람들
생산품을 이고 지고 와
서로 나누던 그 장터
그 사람냄새 다 어디로 갔는가
입을 다문 옛 장터는 고즈넉하네
숨차게 다시 오르막 촛대봉에 오르니
여신의 엉덩이를 닮았다는 반야봉을 뒤로
작은 돌이 많아 잔돌평전이라 부르던
세석평전이 어서 오라 너른 품을 열고 있네
일곱 선녀들이 노닐던 산
- 벽소령-세석-영신봉-칠선봉
세석에서 영신봉을 지나 칠선봉으로 오르니
전설의 일곱 선녀들 내게로 올 듯
괜스레 설레는 어스름 산길
구절초 쑥부쟁이가 지천으로 피고 진 자리
꽃들이 피를 말린 그곳에
향긋한 마음 한 자락 내려놓네
벽소령에 이르니 자욱한 안개 속에
양옆으로 목이 긴 억새풀
키를 재며 따라나서네
섬진강에서 피어오른 구름안개
넘실넘실 계곡을 지나 산허리를 휘돌고
천상의 구름을 탄 듯 산꾼들도 절경이네
* 일곱 선녀의 전설 : 먼먼 옛날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되어 일곱 선녀들이
떠날 줄 모르고 노닐던 곳이라 하여 칠선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함.
세석평전
산비탈 흐드러진 철쭉꽃밭
그 옛날 꽃을 가꾸느라 피가 맺힌
한 여인의 열 손가락처럼
온통 핏빛이네
아득한 옛적
자식이 없던 여인 반달곰의 꼬임에 빠져
소원성취를 해준다는 음양수를 마시고
노한 산신령
“너는 평생 세석평전에서 철쭉을 가꿔라.”
지엄한 명령에 지금의 광활한 철쭉평전이 되었다네
늦은 어스름 달빛이
철쭉꽃밭을 떠도는 애처로운 영혼을 지키고
덩달아 잠을 뒤척이는 산객들로
세석의 밤은 꽃잎처럼 붉었네
삼도가 만나는 산정
- 칠선봉-벽소령-삼도봉-성삼재
경남 전남북이 만나는 산정 삼도봉,
낫날봉이라 부르던 시절도
바람은 늘 멈추지 않고 불어 왔으리
참나무 숲 다람쥐들 겨울채비에 저마다 분주하고
스치는 바람이 서늘한 저녁나절
산 아래로 하동 화개장터,
봄이면 산수유 지천인 구례,
춘향과 이도령이 사랑을 나눈 남원,
산자락을 휘돌아 나가는 섬진강 물줄기에
두고 간 밀어들이 따라왔네
고즈넉한 노고단, 돌탑이 주인이네
선도 성모의 존칭 노고老姑와 신단이 있던 곳
한때 풀장 영화관까지 있었다던 별장
여순사건의 반란군 거점을 예상하고
모두 불태워 폐허가 된 곳
기우는 하루만큼 무거워지는 발걸음들
땀에 젖은 온몸으로 허위허위 산길을 내려서니
삼한시대 세 명의 각성바지 장군이 지켰다는 성삼재,
천만근 발걸음을 고요고요 맞아주었네
가을이면 은빛 억새 파도치는 산
- 성삼재-만복대-정령치-고리봉-고기리
가을이면
은빛 억새능선이 파도를 탄다는 만복대 산길
바람 같은 추억 한 줌 꺼내 뒤돌아보니
천왕봉이 그새 그리움으로 아득하네
만복대 동쪽사면은 완만한 심원계곡 남원,
구례, 운봉에서 오르는 서쪽사면은 급경사를 이룬 천연 요새
옛적엔 마한의 피난 왕조와
근세엔 빨치산들이 진을 치고 버티던 곳이라네
기원전 84년경 마한의 왕이 진한, 변한의 침략을 막으려고
정鄭장군이 지켰다는 곳,
정령치鄭嶺峙, 고갯마루엔 찬바람만 세찼네
첫댓글 阿星! 산행시집『백두대간 언저리』의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앞으로 더욱 詩運이 완성하기를 기원합니다.
이런저런 시집출판을 위해 애써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송 시인님의 " 백두대간 언저리" 출판을 축하합니다
산을 행군하시는 그 건강으로 더 많은 아름다운 가곡을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축하와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백두대간 종주 완행 기념시집 <백두대간 언저리> 간행을 축하합니다.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 같은 작품을 앞으로 쓰시어 한국시단에 기여하시기 바랍니다.
임보 선생님 고맙습니다.
제가 쓴 백두대간 언저리 이야기들이
詩라고 할수있을런지 많이 부담이 갑니다.
축하드립니다. 열심히 백두대간을 종주하시고 시집까지 내시다니,, 부럽습니다. 감동입니다. 송문헌 선생님!! ^%^
시라고 하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면 서운할것 같고...
책 제목처럼 그렇게 쓴것들이 어떻게 읽힐지 두렵기도 하답니다.
바쁘실터인데 관심 고맙습니다.
백두대간 이야기, 감동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어디로 이어질까 기대가 큽니다...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늦게나마 여기의 인사 글을 남깁니다.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선생님의 보폭을 따라 백두대간을 밟아보고 있습니다.
시집 보내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오래도록 강령하시고 시운 더욱 왕성하시길 빕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