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연두가 위치한 종로구 화동은 한국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인사동, 삼청동과 인접해있다. 그 때문인지 커피빈, 스타벅스 등 외국계 프랜
차이즈들의 간판 역시 또렷한 한글로 적혀있다. 이처럼 무엇이든 한국적인 것으로 바꿔 버리는 마력을 지닌 이 동네에서 카페 연두의 모습
은 이국적이지도 않지만, 그렇게 한국적이지도 않은 어중간한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주변에는 수많은 카페가 자리 잡고 있고, 바로 옆에
는 커피빈이 대형 프랜차이즈다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로 3년째 한결같이 같은 자리를 지켜 나가고 있는 카페 연두의 비밀을
알아보기 위해 내부로 들어섰다.
커피로 맺어진 인연
이곳의 직원교육 및 전체적인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임진운(30) 실장은 우리들이 들어서자 가볍게 인사를 한 후 묵묵히 핸드드립을 시작하
기 시작한다. 정성스레 드립된 커피의 향이 코를 즐겁게 한다. ‘커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는 공간’이라는 카페 연두의 뜻만
큼 커피에도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지금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에서 쉴 곳을 찾아 잠시 들어온 사람들
이었지만 핸드드립이 신기해 한 번 더 방문해 주시고, 그 다음에는 바리스타들과 작은 일상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단골손님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지요. 저희들 역시 늘 오시던 분들이 안 오시면 걱정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일하는 것이 재미없을 때도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과의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두이다 보니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근처에서 작은 바를 운영하는 한
사람은 이곳의 오픈 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자리를 지켜왔다. 시간이 지나고 언제부터인가 커피 값을 안 받게 되었고, 하루라도 얼굴이 안
보이면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 나질 않는다고.
연두의 신념은 직원들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총 8명이 일하는 이곳에서 여선구 대표를 비롯해 5명은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
다. 그렇다보니 이제는 나이를 초월해 허물없이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면 연두는 인정에만 호소하
고, 커피에는 소홀한 커피전문점인가? 이곳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의 일화를 들어보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진다.
“한 번은 손님이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해 그 바리스타가 내린 후 서빙까지 마쳤는데 자꾸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시 손님에게 다가가 다시
내려 드리겠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 커피를 손님들에게 드리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죠.”
이 정도로 매장이 잘 되면 확장에 대한 욕심도 생길 법하다. 그 부분에 대한 질문에 임 실장은 단호하게 대답한다.
“다른 곳에 몇 개의 매장이 있긴 하지만 그 매장에 연두의 이름을 붙이진 않았습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손님, 그리고 이곳에 자리 잡은
연두만이 진정한 연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변함없이 연두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들어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장소
연두의 인테리어를 살펴보면 그렇게 눈에 확 띄는 구조는 아니다. 빛이 바래 약간 노란색을 띄는 흰색의 벽과 천정, 아라베스크 풍의 창문과
조명, 브라운과 그린이 적절히 조화된 테이블과 의자 등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전형적인 편안한 카페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하
지만 이곳의 인테리어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요소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고 임 실장은 말한다.
“카페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사람이기 때문에 손님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약간 공허하게 해 인테리어에 사람들이 묻히지 않게
한 것이고, 사람들이 들어서게 되면 그때서야 연두라는 카페가 완성되는 것이죠.”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각양각색이다. 연인과 담소를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 조용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 햇살 좋
은 날에 가족과 함께 차를 마시고 싶어 찾는 사람들. 이 모두가 카페 연두의 인테리어인 셈이다.
또한 한편을 지키고 있는 낯선 음향기기는 연두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명물이다. 이 음향기기의 정체는 올해로 창
업 82년을 맞은 영국을 대표하는 스피커 업체 탄노이 사의 제품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탄노이 사 제
품의 가장 큰 특징은 깔끔하고 뛰어난 음질과 고풍스런 가구와 같은 디자인이다. 이곳에 있는 제품은 LP와 CD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제
품으로 언제나 부드러운 클래식과 재즈가 매장에 흐른다.
“저희 대표님이 카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가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약 2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모셔온 귀한 몸입
니다.(웃음) 주로 아침에는 잔잔한 클래식을, 저녁에는 재즈를 트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어느 노부부가 찾아와 매장에 있
던 심수봉의 LP를 틀어달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노래는 틀지 않는 것이 저희 매장의 원칙이었지만 한가한 시간이라 틀어 드렸는데 그 때
받은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별다른 관심도 없었던 심수봉의 노래가 새롭게 들렸던 것이죠. 그 때부터 음향기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
고, 항상 같이 있던 이 녀석의 매력을 새삼스럽게 깨달게 됐죠.”
가격에 걸맞은 커피를 위해
연두의 메인 메뉴는 핸드드립 커피다. 이곳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핸드드립 커피의 인기비결을 살
펴보게 되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침마다 테이스팅을 하는 것은 기본이며, 국가별, 지역별로 세분화해 수입하고 있는 26종의 원두들
을 수입할 때는 품질만 본 후 가격에 상관없이 구입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드립마니아들이 궁금해 하는 드립퍼는 과연 어떤 제품을 사용하
고 있을까?
“이제까지 계속 칼리타 드립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각 회사마다 특유의 장단점이 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 노멀하면서도 섬세
한 것 같아요. 이제까지 칼리타만 고집한 이유는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목표가 있다면 이 드립퍼를 꾸준히 연구해 완벽에 가까운 커
피를 내리고 싶습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리필이다. 주문한 메뉴를 충분히 즐긴 후 다른 종류의 커피로도 리필이 가능하니 자신에게 맞는 커피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 또한 바리스타가 추천하는 오늘의 커피는 그날 가장 맛이 좋은 커피를 추천하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단골고객들 사이에서
는 필수코스로 통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커피가 최고라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유연한 발상을 통해 ‘쓰다’라는 원두커피의
편견은 서서히 깨지고 있다.
“단종 커피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좀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아침마다 식물성 휘핑크림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질소가스를 사용
하지 않아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커피에 올려 마시면 쓴맛과 단맛이 적절하게 조화가 이뤄진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프림을
넣어 마시면 인스턴트커피보다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취재 : 장용준 | 사진 : 한창주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화동 138-6 2층 문의 : 02-736-5001
출처 : 월간 커피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