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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벨라회 초청 유경아 PIANO RECITAL
인사말 - 박 경 용 벨라회 회장님
“바이올린과 함께“
Beethoven Menuet in G
Beethoven Romance in F
"사랑한다는 건" (시 / 박경용, 곡 / 유경아)
Intermission (10분)
독주회를 시작하면서 - 박 경 용 벨라회 회장님
L. V. Beethoven piano sonata No. 23 "Appassionata 열정" op. 57 in f-minor
move. 1 Allegro assai
move. 2 Andante con moto
move. 3 Allegro ma non troppo
F. Chopin Nocturne No. 20 KKIVa-16 in c#-minor
F. Chopin Nocturne No. 19 (Posth) op. 72-1 in e-minor
F. Chopin Andante Spianato & Grand Polonaise Brillante op. 22 in Eb-Major
앵콜연주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작곡, 작사자를 모르겠습나다)
"마타리꽃" (시 / 박경용, 곡 / 유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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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hstein. 185 (벨라회 초청 김해 문화의 전당 독주회 후기)
나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
독주회를 끝낸 직후부터 이렇듯 가슴이 저리는 이유는, 큰일을 치루고 나니 어느새 그사이..
나도 모르게 갚어져 있는 가을이 그때서야 눈에 들어오고 느껴지고 아파왔기 때문이다.
Beethoven pno sonata No. 23 "Appassionata"
첫곡..연주를 위하여 무대로 나가기 직전, 통로에 설치되어 있는 객석쪽, 그리고 무대쪽의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얼마전에 들었던 귀중한 화두 "겸허한 마음으로" 를 다시 한번 자신에게 깨우치며 심호흡을 했다. 이제껏 수많은 연주들을 치루어 오면서, 나는 한 해에 한 작곡가 위주의 연주를 해 왔었는데, 이번 연주회에서는 색깔이 너무도 다른 베토벤과 쇼팽을 한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내게 필요했던 것은, 색깔이나 성격, 그리고 터치 방법까지 거의 정반대로 판이하게 다른 각각의 이 곡들에다가 순간순간 내 감성과 건반터치 방법, 힘의 강약 조절, 등..을 마인드 컨츄롤 해서 맞추어나가야 했던 점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속으로 잔머리를 굴려 소리울림을 미리 머리 속에서 재고 터치할 수도 있음에 아주 조심스러웠다. 이 "열정" 소나타를 연주도 많이 했었지만, 나는 정말 몇천, 몇만번을 연습했을까..조율 후 실제 연주회와 똑같은 상황으로 그 소리울림을 느끼도록 피아노 덮개를 온전히 열어두고...
내가 직접 손가락 끝으로 느끼는 피아노 건반에의 말초신경적인 터치 감각을, 그리고 f 포르테 타건이 얼마 만큼의 볼륨인가, ff 포르티시모, 심지어 쇼팽의 그랜드 폴로네이즈 피날레 부분에는 ffff 까지 나오기도 하는데, (실제로 저음부의 검은 Eb 과 Bb 건반을 주먹으로 내려치는 연주자들도 있다) 그리고 p, pp 여린 볼륨과 울림은 어떠한가를, 이거는 객석에 사람들이 들어찰 경우 또한 울림이 많이 달라지기도 하여서, 연주자는 그것까지도 미리 가늠하고 짐작해 두어야 한다. 또한 스케일과 아르페지오, 등의 기본적인 악기 체킹 후의 리허설을 하는 동안 내내 쇼팽에 중점을 두었고, 도대체 맘 속에 무슨 믿는 구석이 있는지, 자만한 건지. "열정" 소나타는 리허설 동안 아마 3악장만 단한번? 정말로 거의 쳐보지 않았었다. 나의 연주용 피아노 보다는 key가 가벼웠으므로, 3악장 후반부에서 힘에 겨워 손가락이 푹푹 꺾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스러웠다. 독주회의 첫곡이라 그것도 30분쯤의 워낙 대곡이어서 심적 부담이 있었고..이런 얘기는 변명 같은 핑계가 될 뿐이지만, 1악장에서 몇번의 미스터치도 나왔는데, 1악장 전개부쯤 부터는 완전집중 되어 관중들이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고, 내가 치는 소리울림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으며, 2, 3악장에서도 아주 맘 놓고 평소대로 연주한 것 같다.
어릴적 부터 늘 들어 왔던 얘기가 있다.
쟤는 다른 건 몰라도 베토벤 만은 잘 친다, 베토벤 곡들에 탁월한 해석과 연주를 한다, 등등..대학교 3학년때 부터 시작되었던 쇼팽으로 인한 끝도 모를 깊은 절망과 오랜 슬럼프를 겪으며,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고민했던 길고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들, 10년도 넘어 만에 비로소 무대에 올릴 수 있었던 3회 독주회였던 "쇼팽을 위하여" 연주가 있기까지, 단지 쇼팽이었으므로 몸을 미련하게 혹사했고, 서서히 내 척추는 망가지기 시작했었다. 언제 어디에서든 연주할 기회가 생가면 일부러라도 나는 어지간하면 베토벤은 선곡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오랜 시련과도 같았던 시간이 흐른 그 이후로도, 이제는 잘치든 못치든 가슴 깊은 속으로 받아들이게 된 쇼팽이 너무도 편안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역시 나에겐 한가지 욕심, 바램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쇼팽을 특히 잘 치는 연주자", 라는 말을 가슴속 절실하게 듣고 싶은 것이다.
Chopin Nocturne No. 19, 20을 연이어서 연주..
이번 독주회 팜플릿의 연주 프로그램 순서를 보면서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왜 녹턴 연주 순서를 20, 19로 하셨나요? 그들은, 내게 아주 깊은 뜻이 있는 줄 짐작하고 심각하게 질문하신 데 비하여, 내 대답은 너무 아무 것도 아니고 싱거워져 버렸다. 후기 녹턴들을 연습할 때 늘 연습하던 순서가 21. 20, 19..그랬으므로 제가 그게 버릇처럼 익숙해져서 더 편해서요..이런 힘빠지는 대답을^^ 다이나믹하고 웅장한 스케일의 곡들이 물론 연주하기가 힘에는 겨웁지만, 자장가나 바카롤 (뱃노래), 프렐류드 (전주곡), 녹턴, 등의 이러한 소품들 연주는 손끝에서 내가 직접 느끼는 터치 감각에 (위에서 쓴 말초신경적인) 완전집중 하므로 해서 짧은 곡일지언정 긴장하고 지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바로 다음에 연주될 안단테..그랜드 폴로네이즈가 15분 쯤의 "체력전" 이므로, 연주 순서를 일부러 그곡 앞에 두었다. 아주 오래전 부터..쇼팽의 녹턴 전곡 20여곡 중에서도 후기 녹턴 3곡을 나는 아주 좋아하는데, 이곡들이 이제는 그냥 그대로 몸에 배여버린 듯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20번 연주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녹턴 19번 e-minor를 연주할 때 "그냥 서러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았다.
기억해 보면..작년 겨울 12월에도 벨라회로부터 초대 받아 "문학과 음악의 앙상블" 연주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김해에서의 진정한 "데뷔" 는 이번 연주였고, 제대로 된 연주회장에서의 정식 리싸이틀 이었으므로 솔직이는 잘 하려고 욕심을 많이 내었고, 앞의 글들에서도 썼듯이, 오랜 시간동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접어두고 미루고 모르는 척 안보이는 척..했었다. 과연 어떠할까, 어찌돨까, 하는 두려움과, 또한 낮게 가라앉은 평온함도 있었고, 또한 연주 날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칼끝에 서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치가 않은 때도 있었다.
모카 커피를 한포트 뽑아서 들고 가다..
독주회 전날 오전연습을 마친후 산책 겸 걸어서 지인에게 들러 (우리집엔 없어서^^) 미리 빌려두었던 커다란 보온병을 씻어 두고 연주복과 구두, 손 보온을 위해 장갑, 허리에 두를 복대, 등을 차에 미리 실어 두었다. 연주 당일 악기 체킹과 리허설을 위해 이른 오후 김해로 떠나기 전에 커피를 한가득 뽑아서 보온병에 담고, 미장원엘 다녀왔고, 정말로 오랜만에 - 생각해 보니 2년쯤 만에 - 머리를 참머리로 묶었다. 원래 연주회 때는 신경쓰이지 않도록 늘 머리를 단정히 묶는게 버릇처럼 되어, 짧은 머리로 있다가 작년 겨울엔 뒤통수가 너무 추워서^^ 기르다가 이 독주회를 위해 계속 기르게 되어 거의 1년을 머리를 깎지 않았었는데, 요즘 들어서 나를 보는 지인들은 그대로 계속 길러서 예전의 긴머리까지 해놓으라고 하신다.
준비를 마치고 문단속 후 떠나서 김해 문화의 전당 누리홀에 도착하니,
한창 악기 체킹과 조율이 진행되고 있었다. 조율사님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마칠때 까지 문화의 전당 내부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가 벨라회에서 마련하셔서 로비에 세워둔 독주회 광고 배너도 보다가..조율사님이 떠나시고, 오후 4시가 되어가던 무렵, 드디어 피아노 앞에 앉아서 리허설을 시작했다. 하며 쉬며..그 보온병의 커피도 마시며..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땅거미가 조금씩 지기 시작하는 초저녁이 되자, 초청 독주회의 주최측인 벨라회의 회원님들이 하나둘 모여 나랑 오랜만에 인사도 나누고, 연주회장 입구의 프론트를 꾸미고, 등등..나는 하나도 안 바쁜데, 그들은 왔다갔다 여러가지로 분주하다. 오프닝 연주를 같이 해주실 박경삼 선생님도 오셔서 함께 하는 리허설도 끝나고..저녁 6시쯤 조명, 마이크, 녹음, 음향, 독주회 진행 순서, 등에 관한 나와 스탭진들과의 여러 의논이 오고 가고, 그렇게 리허설 완료..누리홀의 입구 역시 독주회 광고 배너가 걸려 있었는데, 연주회 마친후 벨라회원님들이 내게 챙겨 주셔서 정말로 감사했다. 어제 (독주회 다음날) 아침에는 그 배너를 아카데미의 내부 정면 연주회용 피아노 뒷편 벽에 걸어 두고 혼자서 뿌듯하게! 감상했다.
Chopin Andante Spianato & Grand Polonaise Brillante op. 22 in Eb-Major
독주회의 파날레, 였다. 연주 시간이 거의 15분이 되는 대곡이다. 잘 아시겠지만, 이곡은 쇼팽이 두가지 버젼으로 만들어 두었다. 하나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협연을 위한 편곡이고, 나머지 하나는 피아노 독주만을 위한 편곡이다. 당연히 나는 늘 피아노 독주용의 버젼으로 연주하는데, 그 의미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파트까지 피아노 독주로 모두 연주하게 된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이곡의 Urtext Score (원전판) 악보를 보면, 마치 오케스트라 총보 (Score) 처럼 오선지가 세줄 또는 네줄로 되어있는 게 그 이유이다. 이번 독주회 준비기간 동안 내가 가장 집중하고 중점을 둔 곡이기도 했고, 이곡 역시 수없이 연주했었지만, 이번 연습과정을 돌이켜 보면, 악보를 새로 읽는다는 마인드 컨츄롤을 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성질을 다 죽이고! 한여름 동안 내내였던 느린연습 기간을 일부러 아주 길게 두었었다. 열손가락 하나하나의 터치 감각을 다시 느껴가고 그 감각을 마음 깊이 저장해 가면서..Chopin, 그로 인해 나는 십여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깊은 마음고생을 했었는데, 이제는 내게 너무도 편안해져 버린 Chopin 이어서 그저..감사할 뿐이다. 더욱 익숙해져서 내 깊은 속으로부터 육화, 체화가 되어야 함을 잘 알고 있는데..
큰 연주회를 치루고 난 후에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는 열병..
이번에도 역시 예외 없이 내게 왔다. 한두달 간의 집중연습 후유증인지, 요즘 들어서 다시 좀은 안좋아진 척추로 인한 저림과 통증을 줄이기 위해, 또한 힘을 쓸수 있도록 (사람들은 아마 몰랐겠지만) 이번 독주회에서는 연주복 안쪽 허리와 가슴에 복대를 칭칭 둘렀었는데, 처음 생각엔 압박붕대를 떠올렸고 미이라처럼 몸통을 감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복대가 훨씬 탄탄하고 나았다. 그렇게 미리 준비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글은 어째서 맨날 이렇게 주절주절, 하는지..)
독주회를 마치고는 먼데서 가까운데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와 주신 분들과의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고, 축하 꽃무리들 (지금 아카데미 내부는 꽃잔치 입니다^^) 그리고 배너, 등을 차에 싣고 정리..이후엔 문화의 전당을 떠나서 나를 초청해 주셨던 김해 벨라회 회원님들과의 (차도 마시고 얘기 나누는) 편안한 자리가 이어졌다. 원래 연주 몇시간 전부터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나여서, 독주회 치룬 후에는 무지 배가 고팠음에도 말그대로 탈진, 사람이 멍..해져서 아무 생각도 안나고 배고픔도 못느껴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차를 마시는 곳이었는데, 나는 그곳에서도 "커피 한잔 주셔요" 했다.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중에 긴장이 풀려 가면서 몸은 마구 늘어지고 있었다. 그리고..자정이 거의 되어가던 시간 집에 도착했다. 지난 밤새도록 나는 열병을 앓았다. 그러면서도 마치 기계처럼 자명종처럼 눈뜨니 새벽 4시가 안된 시간이다.
또 한가지의 큰일을 이제는 마무리하면서...
독주회에 오셨던 분들 말씀으로는, 너무 좋았다고들 하시는데..글쎄, 나는 얼마만큼..이었을까..감출수 없이, 역시 체력적인 문제가 이번에도 있었다. 다만 한가지..내가 할수 있는 얘기는, 언제이든 늘 연주회에 앞서서 하는 다짐, 이 연주는 내 생애가 끝나기 직전의 마지막 연주이다, 라고 절실하게 마인드 컨츄롤을 했고..애는 많이 썼는데..그리고 내게서 Chopin이 너무나도 편안해졌음에 깊이 감사를 드리며...큰 연주를 치루었지만, 쉴새 없이 이제 곧 있을, 1년에 딱 한번의 정식 연주인 11월 본연주 준비로 들어서게 된다. 연습이야 늘 하는 것이고 끝도 없을 테지만, 연주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나는 진정 행복한 연주자 인듯 싶다.
그리고..이제껏 맘먹고 아껴 두고 미루고 포기해 왔던 음악 듣기..
어제는 정말로 오랜만에 음악실을 ON...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들 속에서 긴장이 풀리며 얼마나 깊은 위로를 받고 감격스러웠는지..눈물날 정도였습니다. 독주회 직후엔 글이 너무 감정에 치우칠까봐 연주 후기를 일부러 안쓰고 있다가, 냉정하고 가라앉은 객관적인 마음으로 어제부터 조금씩 쓰기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이번 독주회를 위하여 저는 연습만 했지만, 준비과정 내내 너무 애쓰셨는데 "베슈타인의 매니저님!" 이셨던 박경용 벨라회 회장님과 벨라회 모든 회원님들, 큰 행사를 준비하시느라 너무 수고 많이 하셨고, 베슈타인의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진정..감사드립니다. 이제..사랑하는 늦가을, 11월 세째주 토요일의 올해 본연주회에서 뵙겠습니다....bechstein
첫댓글 경아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 너무 수고하셧고 감동입니다 악기연주가 내가 하는 일보다 수훨한것인줄 알앗더니 이렇게 힘든 작업인지 몰랏습니다 ㅎㅎ 오늘부터 기온이 뚜욱 떨어졋네요 무엇보다 건강에 힘쓰시고 이쁜모습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