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품은 꽃들 160)-가지 꽃
햇살 한입 베물고 부리나케 눈을 뜬다.
자줏빛 넋들이 줄기마다 꽃이 되어
바람에 꼬불거리며 거시기를 내흔든다.
가지 꽃 꽃말 : 진실
옛날에 방귀를 잘 뀌는 며느리가 있었는데 하루는 자주 나오는 방귀를 막기 위해 잠자기 전에 항문에 가지를 끼워 두었다. 그런데 그날 밤 도둑이 그 집에 들어와 부엌에 있는 가마솥을 훔쳐 나가려고 하였다. 그 때 며느리 뱃속에서 부글부글 하던 방귀가 일시에 터져 나오며 가지가 튕겨 날아가며 커다란 방귀 소리가 진동했다. 천둥 같이 큰 며느리의 방귀 소리에 도둑은 놀라서 허둥지둥 가마솥을 내던지고 그냥 달아났다고 하는 가지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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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는 인도와 인도차이나 반도가 원산지인 열대 야채이다. 아라비아와 페르시아를 통해 아프리카와 유럽에 전해졌으나 17세기 이후에야 유럽 남부에서 즐겨 이용하게 되었다. 주로 열매를 식용한다. 서양에서는 주로 달걀 모양의 가지가 이용되고 있다. 가지는 크기, 모양, 색깔 등이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자주색의 길쭉한 가지는 여러 품종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한의약 책인 『동의보감』과 『방약합편』에도 가지가 수록되어 있는데, 명칭은 '가자(茄子)'로 되어 있다. 『방약합편』에는 가자를 비롯해서 동과, 호박(남과), 오이(호과) 등 4종의 과채(瓜菜)를 수록하고 있다. 가지 열매는 장염이나 간경화증 완화에 효과가 있고, 유선염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 연구자들의 논문에 의하면 가지는 탄 음식에서 나오는 발암물질 등을 억제하는 효과가 브로콜리나 시금치보다도 2배가량 높으며, 또한 비타민 함량도 높아 세포들의 스트레스를 없애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줘 만성피로에도 효과가 있으며 꾸준히 섭취하면 체력을 증진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요즘 웬만한 채소는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으니 제철 채소라는 개념이 무의미한 듯도 하다. 그러나 가지만큼은 아무래도 여름에 먹어야 어울린다. 후텁지근한 날씨로 온몸이 끈적거릴 때 먹는 가지볶음과 가지찜, 아니면 더위에 지쳐 헉헉거릴 때 시원하게 땀을 식혀주는 가지냉국은 여름에 먹어야 제격이다. 한방에서도 가지는 성질이 차가워 한여름에 먹으면 더위를 식힐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찬 성질로 인해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 아이를 가진 며느리에게는 가지를 먹이지 말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간에서 떠도는 속설이다. 그러나 명나라 때 의학서인 《본초 강목》에 근거를 두고 나온 말이다. 오늘날 가지는 평범한 채소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채소와 비교해 덜 선호한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가지는 보통 사람들은 쉽게 먹을 수 없는 고급 수입 채소였기에 옛날 사람들은 가지를 처음 먹어보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고 이국적인 채소라고 여겼다 한다.《자치통감》에 한나라 때 가지를 키웠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1~2세기 무렵 인도에서 티베트를 넘어 동쪽으로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보급이 늦었기 때문인지 요리법이 다양하고 맛있었기 때문인지 가지는 꽤 긴 세월 동안 희소가치가 높은 귀한 채소로 대접받았다. 6세기 무렵의 농업서인 《제민요술》에 가지의 재배법과 요리법이 보이는데 가지를 자를 때는 뼈로 만든 칼이나 대나무 칼로 잘라야지 쇠로 만든 칼로 자르면 가지의 절단면이 검게 변한다고 적혀 있다. 아주 조심스럽게 가지를 손질한 것인데 당시에는 가지가 그만큼 귀한 채소였기 때문인 것 같다. 가지의 별명은 곤륜과(崑崙瓜)이다. 곤륜산에서 나는 오이라는 뜻이다. 가지를 바라보는 옛날 사람들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곤륜산은 중국 신화에서 신선들이 모여 산다는 곳으로, 곤륜과란 곧 신선들이 먹는 좋은 채소라는 의미가 있다. 고대인들은 곤륜산이 지금의 티베트와 칭하이 성 사이에 있다고 상상했다. 그러니 곤륜과라는 별명에는 가지가 서쪽에서 티베트와 칭장고원을 넘어 중국으로 전해졌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가지를 언제부터 먹었을까? 인도가 원산지인 가지가 언제 어떻게 한국으로 전해졌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가지는 한반도에서 나는 것이 맛있기로 소문이 났던 모양이다. 이 가지를 두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의 소설가, 시인인 헤르만 헤세는 「꽃 핀 가지」란 시에서 ‘쉼 없이 바람결에/ 꽃핀 가지가 나달거린다./ 쉼 없이 아이처럼/ 나의 마음이 흔들린다./ 갠 나날과 흐린 날 사이를/ 욕망과 단념 사이를.// 꽃잎이 모두 바람에 날려가고/ 가지에 열매가 열릴 때까지/ 치졸한 거동에 내친 내 마음이/ 차분히 평온에 싸여/ 인생의 소란한 놀이도 즐거웠고/ 헛되지 않았다고 말할 때까지’라고 하여 가지를 통하여 자신의 삶의 정서를 표현해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