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짙어지는 8월, 경주 황성동 솔숲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지나간다. 2026년 4월 27일 전면 개방된 도시바람길숲 1단계 구간 덕분에 공원 곳곳의 그늘이 한층 깊어졌다.
신라 화랑들이 훈련하던 이 오래된 숲은 지금 조용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약 89만5천㎡에 이르는 근린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재편 계획이 원안 가결되면서, 자연과 사람이 함께 머무는 공간으로의 재구성이 시작된 참이다.
89만5천㎡ 숲, 두 얼굴로 나뉜다
경주시 황성동 일대에 지정된 도시계획시설 근린공원인 황성공원은 신라 화랑들의 훈련장이었던 역사를 품고 있다. 소나무와 수백 년 수령의 고목이 어우러진 이 숲을 놓고, 기존 약 89만5천㎡ 규모를 재편하는 계획이 조건부로 가결됐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약 57만7천㎡는 옛 고성 숲의 원형을 살린 도심 숲 근린공원으로 복원되며, 나머지 공간에는 도서관·체육·문화시설을 모은 문화공원이 들어선다. 근린공원 구역이 자연 숲 보존에 방점을 찍는다면, 문화공원 구역은 시민 편의시설을 집중 배치하는 쪽에 가깝다.
두 구역을 가르되 단절시키지 않기 위해 보행자 전용도로를 개설하는 조건도 함께 붙었다. 다만 이 구상은 아직 완료된 현황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실현될 계획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황성공원은 변화의 과정 한가운데에 있는 셈이다.
솔숲 1km, 맥문동이 물들이는 여름
한여름 황성공원의 백미는 단연 맥문동 산책로다. 경주시민운동장 북쪽 솔숲 산책로 일대, 약 1km 구간을 따라 보랏빛 맥문동 군락이 펼쳐지며 짙은 소나무 그늘과 대비를 이룬다.
벤치와 운동기구, 정자와 화장실이 산책로 주변에 고루 배치돼 있어 오래 머물러도 불편함이 적다. 여름이 지나면 이 숲은 다시 옷을 갈아입는다.
느티나무와 상수리나무, 떡갈나무가 붉고 노랗게 물들며 가을 단풍이 산책로를 채우는데, 이 계절 변화야말로 황성공원이 사계절 내내 발길을 붙잡는 이유다.
격년제 신라문화제, 올해 다시 열린다
가을이면 황성공원은 축제의 무대로 바뀐다. 10월 초순 격년제로 열리는 신라문화제가 대표적인데, 2026년에는 10월 9일부터 10월 11일까지 사흘간 개최된다.
화랑 훈련장이었던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신라의 정신을 되새기는 프로그램이 숲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평소에는 조용한 시민 휴식처였던 공간이 이 기간만큼은 경주 안팎의 발길이 모이는 중심지로 탈바꿈한다.
상시 개방·무료 입장, 부담 없는 방문
황성공원은 상시 개방되며 휴일 없이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입장료도 무료라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공원 내에는 주차 시설과 화장실이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자세한 안내는 경주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는 경주시청 도시공원과(054-779-8774)로 하면 된다. 주소는 경상북도 경주시 황성동이다.
황성공원은 지금 하나의 숲이 두 개의 얼굴을 준비하는 과정에 놓여 있다. 자연을 보존하려는 근린공원 구역과 시민 생활을 채우려는 문화공원 구역이 보행로 하나로 이어지는 모습은, 오래된 숲이 시대의 필요에 맞춰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드문 장면이다.
맥문동이 지고 단풍이 들기 전, 격년제 신라문화제가 열리는 10월을 기다리며 지금의 여름 솔숲을 먼저 걸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출처 : 아던트뉴스(https://www.arde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