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견학홀에 마련된 뉴스체험 코너에서 조수빈 아나운서(오른쪽)가 아나운서를 꿈꾸는 소연이에게 카메라와 프롬프터 등 각종 설비와 멘트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원대연 기자
성적 뛰어나진 않지만깵 방송 통해 ‘나눔 바이러스’ 퍼뜨리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나운서를 꿈꾸는 부산 해운대구 동백중학교 2학년생 박소연(14)이라고 합니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이유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전달해 주기 위해서예요. 길을 걷다 보면 장애인들도 많이 만나요. 전 아나운서가 되어 그런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도 알리고 작지만 제가 번 돈도 기부하는 ‘나눔 바이러스’ 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공부를 썩 잘하거나, 얼굴이 예쁘고 키가 큰 것은 아니지만 이 모든 것을 다 갖추어야만 아나운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단 요즘 발음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하루에 10분씩 발음 연습을 해요. 둘째, 웃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많이 웃어야 시청자들에게 친근감 있게 느껴질 테니까요. 셋째, 매일 9시뉴스를 보고 신문을 읽으며 한 시간 동안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신문을 읽다 보니 세상이 넓다는 걸 다시 느낍니다. 매일 줄넘기도 하고 있습니다. 운동도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매일매일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아나운서라는 꿈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나중에 제가 TV에 나오면 꼭 지켜봐 주세요. 》
■ KBS 조수빈 아나운서 조언 “항상 밝게 웃는 연습 해보렴” 어휘력 위해 책 많이 읽어야 학과 공부도 좀 더 열심히 자신감이 네 꿈 이뤄줄거야
“우와, 조명이 정말 커요. 우주선 같다.” “응, 9시뉴스 세트장은 다른 뉴스세트보다도 특히 더 크단다. 소연이도 아나운서의 꿈을 잘 키워서 나중에 여기 와야지? 그러려면 공부도 조금 더하고 책도 더 많이 읽어야 해.”
2005년 KBS 아나운서 공채시험에 합격한 뒤 ‘KBS 6 뉴스타임’ 등의 뉴스진행을 거쳐 2008년 11월부터 KBS의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뉴스 9’를 진행하고 있는 조수빈 아나운서(28). 입사 3년 만에 메인뉴스 앵커 자리를 맡은 조 아나운서는 소연이에게 “언니가 TV에서 보던 것보다 예뻐서 놀랐구나”라고 농담을 건네며 먼저 다가갔다. 소연이도 그런 조 아나운서 옆에 어느새 딱 붙어 친언니에게 묻듯 시시콜콜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중학교 2학년인 소연이가 아나운서를 꿈꾸는 이유는 방송을 통해 ‘나눔바이러스’를 전파하기 위해서다. 조 아나운서는 “아나운서가 대단한 직업은 아니지만 TV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다 보니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소연이의 의욕을 북돋웠다.
“언니, 저는 반에서 20등을 넘어갈 때가 많은데 아나운서가 되려면 그렇게 공부를 잘해야만 하나요?” “소연아, 지금 네가 가수들이 등장하는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의 진행자가 됐다고 생각하고 오프닝 멘트를 한번 해볼 수 있겠니? 바로 인사와 함께 1위 후보를 소개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무엇보다 어휘력이 중요해. 학과 공부도 해야 하지만 책을 많이 읽으면 더 좋겠지.” “아, 책을 많이 읽어야겠네요.”
화려해 보이는 아나운서의 이미지 때문인지 소연이는 “아나운서는 예쁘고 옷도 많고, 집에서 뒷받침도 해주고 그래야 할 것 같다”며 걱정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어머니의 건강문제로 이모, 사촌동생과 살고 있는 소연이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조 아나운서는 “예쁜 것보다는 밝은 인상이 중요하다”며 소연이의 뚝뚝한 표정을 꼬집곤 말을 이었다. “사실 나는 학창시절에 과외를 받아본 적도, 학원에 다녀본 적도 없어. 대학 때 아르바이트하며 직접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고,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할 때도 정장 하나로 버텼거든.” 조 아나운서의 이야기에 소연이의 얼굴에서 차차 걱정이 가셨다.
“쉽지만은 않지만 ‘될 사람은 된다’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믿어봐.” 이내 자신감을 찾은 소연이가 씩씩하게 외쳤다. “언니 수첩 줘보세요. 제가 미리 사인해 드릴게요. 나중에 아나운서 되면 바빠서 못해 드릴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