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의 부동산114 인수를 통해 본 부동산시장
- 삼경 C&M 신민아씨 칼럼 -
지난 2월 1일 한 경제신문에 '미래에셋, 부동산114 경영권 인수'라는 제목으로 짤막한 내용의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날 오후부터 언론들은 일제히 이 사실을 기사화했는데, 다음은 이번 인수 건에 대한 보도 기사의 일부를 발췌 정리한 것이다.
▪ 부동산114현황 : 부동산114 및 자회사인 맵리얼티, R2코리아 등 임직원 150여명 자본금 14억 2천만 원, 2006년 매출 130억 원(당기순이익 26억 원) ▪ 인수자 : 미래에셋그룹 자회사 미래에셋캐피탈 ▪ 인수금액 : 150억 원 내외 (기존 26.34%에서 58.07%의 지분을 추가 지분매입, 총 84.41%의 지분 확보) ▪ 계약 체결일 : 2008년 1월 31일
우리는 TV 뉴스와 신문,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보고, 듣고, 읽고 있지만 눈으로 형상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머리로 입력 할 뿐 표면상에 나타난 글자 뒤에 숨겨진 정보의 가치를 우리는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미래에셋의 부동산114 인수에 대한 단 몇 줄의 기사에서 부동산업계(특히 부동산중개시장)는 무엇을 느꼈는지 묻고 싶다.
▶ 미래에셋과 부동산114는 어떤 기업인가.
1997년 박현주 회장에 의해 미래에셋캐피탈로 시작한 미래에셋그룹은 2008년 현재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금융・보험・증권업계에서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언론들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뉴스와 신문지상에 ‘미래에셋’에 대한 관련 기사를 입력하고 기관과 투자자는 미래에셋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상당수의 국민은 미래에셋에서 판매・운영하는 펀드를 하나쯤은 갖고 있을 정도로 미래에셋은 대한민국 경제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공격적인 성향으로 단기간 내에 성장한 미래에셋이 최근 하나 둘 결함을 보이기 시작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대한민국 경제에 또 한 번의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모른다는 예측을 하고 있다. 어찌되었건 미래에셋이 부동산114를 인수하였다.
1999년은 부동산정보를 체계적으로 생산하여 DB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이상용 사장에 의해 시작된 부동산114는, 현재 부동산정보업체에서는 최대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부동산114는 객관적인 통계 및 정보 DB 구축, 전국적으로 포진하고 있는 가맹점 등을 내세워 성장하였으며, 이는 스피드뱅크, 닥터아파트 등의 창업에 모토가 되었다.
그러나 부동산114는 허위매물로 인한 신뢰도 하락, 기대 이하의 수익, 중개업소 가맹비용과 광고에 치우친 수익창출, 경쟁업체의 등장에 따른 경쟁력 악화(스피드뱅크, 닥터아파트 등 의 등장과 함께 연간 1000억 원의 부동산포털 시장 내에서의 경쟁 심화, 특히 네이버 부동산의 강세는 부동산114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음) 등 대내・외적인 요소로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부동산114의 문제점은 나아가 부동산정보업체 전체의 문제점으로 확산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114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다른 길을 모색했을 것이며, 그 길을 미래에셋캐피탈이라는 금융업체와 함께한 것이다.
▶ 미래에셋은 왜 부동산114를 인수하였을까?
우리는 왜 미래에셋이 그토록 많은 부동산정보업체 중에 부동산114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부동산114 창업 당시부터 10억 원을 투자하여 부동산114 지분 26.34%를 소유하고 있던 미래에셋은 타 부동산정보업체를 새롭게 물색・투자하는 것 보다 부동산114의 보유 지분을 늘리기가 수월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단순히 표면적으로 나와 있는 수치적인 차원에서 미래에셋의 부동산114 인수 건을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래에셋이 부동산114 즉, 부동산정보업체(개발, 자산관리, 리츠 관련 회사가 아닌)의 인수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사업목표와 방향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에 좀 더 깊이 생각한다면 미래에셋이 얼마나 치밀하고 무서운 기업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미래에셋은 ‘부동산 투자 정보와 투자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부동산114를 인수했다’고 이번 부동산114 인수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보험과 증권업계에서 선두기업인 미래에셋은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위해서는 부동산기업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며, 그 부동산기업으로 부동산114가 선택된 것이다. 부동산114를 선택한 이유에는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가맹점과 부동산114의 브랜드 인지도 등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부동산114가 구축하고 있는 부동산 정보 및 통계 DB가 결정적인 선택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보험과 증권은 그 특성상 객관적인 통계자료의 구축이 가능하나 부동산은 개별성이라는 고유의 특성상 다른 시장 상품과는 달리 일률적인 통계 DB 구축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부동산114는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 부동산 정보를 축적하여 체계적인 통계 DB를 구축했는데, 특히 2007년 하반기에 부동산114에서 선보인 R.E.P.S 통계서비스는 부동산114가 수년간 노력하여 얻어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미래에셋은 종합자산관리회사로서 기존의 보험・증권과 함께 부동산을 접목시켜 체계적인 데이터를 구축하고 고객들에게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하는데 있어 부동산114의 정보와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할 것이다.
즉, 미루어 생각하건데 미래에셋은 이미 10년 이전부터 부동산시장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었으며, 정보의 중요성과 데이터의 가치를 인정, 이러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동산114 창업 당시 과감한 투자를 했던 것이다.
▶ 이번 인수 건에서 우리는 무엇을 예측할 수 있는가. 인수 건에 대한 기사가 보도된 다음 날인 월요일, 미래에셋 주식이 10% 정도 상승되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번 인수로 인해 당장 눈앞에 보여 지는 당장의 변화는 없다. 또한 미래에셋은 기존 부동산114의 경영권을 3년간 지켜주기로 했으며, 부동산114 직원들도 기사화 된 이후에야 알았을 정도로 내부적으로도 큰 변동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의 변화는 시작되었다.
우리는 ‘미래에셋이 부동산114를 인수했다’는 사실보다 ‘금융업체가 부동산업체를 인수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야 한다. 2009년 2월에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하여 대다수의 대기업과 보험업체가 증권회사를 설립・인수하는데 총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시장의 흐름이 부동산업계에서도 시작된 것이다.
부동산114는 더 이상 고유한 부동산업체가 아닌 금융업체의 일부가 되었다. 즉, 부동산114가 금융시장에 진출한 것이 아니고 금융시장이 부동산시장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은 머지않아 금융・보험・증권과 결합한 상품(부동산상품이 아닌 금융상품)을 출시할 것이고, 부동산114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영업・판매할 것이다. 또한 현재 부동산정보업체를 제치고 독주체제를 달리는 네이버 부동산과 대치구조를 이루며 한 판 승부를 벌릴 것이다.
물론 국민은행의 부동산 통계 DB 구축, 증권회사에서의 리츠 상품 판매 등 그동안 금융・증권업계에서는 부동산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하고 있었으나, 지금부터 전개될 이들의 행보는 그 구도와 방향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부동산114가 이러한 시장 변화에 첫 사례가 되었을 뿐, 이제부터는 금융・보험・증권업계는 부동산시장을 사냥터로 삼아 적당한 목표물을 찾기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아니, 이미 시작됐다.
▶잠식될 것인가. 대처할 것인가.
이러한 시장 구도 변화에 우리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아니,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부동산시장에 묻고 싶다.
부동산시장은 과연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거대 조직들이 던지는 미끼를 뿌리치고 저들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긴 한 것인가. 아니다. 부동산시장은 기존의 사업과 영업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시장 내에서 서로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부동산시장 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동종 부동산정보업체, 공인중개사들끼리 서로 목적지에 먼저 도달하겠다고 에너지를 소비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을 비롯한 금융・보험・증권의 전체 시장에 펼쳐진 레이스 위에서 그들과 함께 달려야 할 것이다. 그들은 금융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부동산을 이용한 금융상품을 선보일 것이고, 부동산상품을 직간접적으로 중개・개발할 것이다.
부동산시장은 깨우쳐야 한다. 특히 부동산시장의 핵심인 공인중개사는 이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해야 할 것이다. ① 몇 년 안에는 은행창구에서 지금의 펀드 상품과 같이 부동산 매물을 은행직원들이 브리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② 고객들은 같은 매물이라도 대출과 직접 연결 가능한 은행 창구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③ 공인중개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성이 필요할 것이다. ④ 과연 공인중개사만이 가지는 고유 특권을 저들에게 빼앗기고도 멀뚱히 보고만 있을 것인가.
지금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는 공인중개사는 얼마나 될까. 오래전부터 부동산 중개시장의 한계점을 느낀 상당수의 공인중개사가 단순 중개를 탈피하여 신축 및 자산관리 등 여러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전문성 부족과 실패에 대처하는 위기능력 부족으로 쓴 맛을 보아야 했고, 지금도 그러한 상황은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으며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인중개사는 지금이라도 눈을 바로 뜨고 깨우쳐야 한다. 그래야만 부동산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다가오는 거대 조직에 맞설 수 있다. 지금 자신의 발밑에 그려진 원의 크기를 보라. 당장의 돈 몇 푼을 위해서 자기 자신 하나만 간신히 설 수 있는 원의 테두리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공인중개사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 삼경 C&M 신민아씨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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