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蓮花 에세이】
‘수련’과 눈빛으로 나눈 대화
- 조용히 피었다가 조용히 잠드는 ‘부처님 꽃’
윤승원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수련의 ‘수’는 ‘물 수(水)’가 아니라 ‘잘 수(睡)’다. 수련 꽃은 밤이 되면 봉오리 모양으로 오므렸다가 낮이 되면 다시 꽃잎을 활짝 핀다.
▲ 도솔산 산책길에서 만난 수련(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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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성 때문에 ‘밤에 잠을 자는 연꽃’이라고 하여 수련(睡蓮)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도솔산 오르는 길. 연못에 수련이 꽃을 활짝 피웠다. 작년 이맘때 보았던 꽃을 다시 보게 되는 반가움. 혼자 가만히 감상하다가 폰카에 담았다.
고요한 꽃이 말을 걸어온다. 눈빛 대화다.
“지환이 할아버지, 지난해에도 저를 폰카에 담으시더니, 올해에도 저를 예뻐해 주시네요. 저는 다 알아요. 지환이 할아버지가 저를 얼마나 예뻐해 주시는지 잘 알아요.”
꽃이 사람을 알아본다. 신비스러운 꽃. 자신을 누가 얼마나 예뻐해 주는지 다 안다.
꽃잎은 접시 안테나다. 꽃술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다.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과 교신한다. 연못에 몸담고 있어도 우주와 소통하는 꽃.
▲ 수련과 눈인사(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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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뒤라서 그런가요. 수련 꽃님 얼굴이 오늘은 더 예뻐 보이네요.”
오늘은 존댓말이다. 오는 말이 고왔으니 가는 말도 도와야지. 색도 곱고 말씨도 예쁜 꽃에 대한 인간의 예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敬畏心)이다.
▲ 신비스러운 꽃 수련(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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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담백>, <꿈>, <신비>라는 꽃말을 굳이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보면 볼수록 신비롭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연못에서 눈빛으로 말을 건네는 신비스러운 꽃
비에 젖은 연잎 사이로 분홍빛 얼굴을 살며시 내민다
요란스럽게 피지 않는다 누구를 밀치지도 않는다.
자신의 자리를 은은히 밝힌다 자신을 바라보는 이에게 빛을 보낸다.
하고 싶은 말이 유독 많아 보이는 꽃 하지만 하고 싶은 말 다 하지 않는 꽃
가만히 들여다보면 깊고 따뜻한 눈동자
어디선가 손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할아버지, 왜 이 꽃은 물 위에 있어요?”
(그림 출처=AI생성 이미지)
손자의 궁금증에 어떻게 답을 할까. 할아버지 언어는 한마디로 어렵다
흙탕물이 넘쳐도 원망하지 않는다 자리가 불편하다고 편한 자리 찾지 않는다
어느 쪽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시간을 기다리는 인내심이 피운 고운 자태 비에 젖은 아이처럼 웃는 꽃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폰카에 담은 건 눈에 보이는 꽃이 아니란다
우리네 마음속에도 곱게 피어나길 바라는 자비와 관용
오늘도 말없이 피어난 수련처럼 오늘도 조용히 눈빛으로 말하는 수련처럼
세상 사람들도 고요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저마다 아름다운 소망의 꽃 피우리
--- 지환이 할아버지 즉석시, <눈빛으로 전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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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꽃(睡蓮, water lily)은 연꽃(蓮花, lotus)과 종종 혼동되지만, 연꽃과는 식물학적으로 다르며 상징성도 조금 다르다.
하지만 두 꽃 모두 맑은 물이 아닌 진흙 속에서 피어나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모습 때문에 불교와 문학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자주 등장한다.
진흙에서 피어나는 청정함. 수수께끼 같은 아이러니를 어떻게 손자에게 설명해야 좋을까?
▲ 흙탕물 속에서 고운 꽃잎을 피워내는 신비스러운 꽃 수련(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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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물에서 자라지만 꽃은 더럽혀지지 않음은 무엇을 말하는가. 번뇌 속의 깨달음을 상징한단다.
즉, 연꽃은 ‘팔정도(八正道)’를 상징한다.
1. 정견(正見) : 사성제(四聖諦)와 연기법(緣起法)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지혜로, 고통의 원인과 해탈의 길을 인식한다.
2. 정사유(正思惟) :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버리고 자비와 이타적 마음을 갖는다.
3. 정어(正語) : 거짓말·이간질·험담을 피하고 유익한 말을 실천한다.
4. 정업(正業) : 불살생(不殺生: 살생하지 않음) · 불투도(不偸盜: 도둑질하지 않음) · 불사음(不邪淫: 삿된 성적 행위 금지)의 계율을 지키며 도덕적 행동을 한다.
5. 정명(正命) : 정당한 수단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6. 정정진(正精進) : 나쁜 습관을 고치고 선한 행동을 지속하는 노력이다.
7. 정념(正念) : 현재 순간에 집중하며 명상과 주의 깊은 인식을 실천한다.
8. 정정(正定) : 집중과 삼매를 통해 내적 평화와 깨달음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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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경(法華經)의 가르침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연꽃은 먼저 피고 나중에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꽃 속에 이미 씨앗을 지니고 있다.”
바로 ‘원인과 결과(因果)가 함께함을 상징’한다.
▲ 한국 전통의 정원에서 마음을 맑게 하는 꽃 수련(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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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의 정원에서도 수련은 마음을 맑게 하는 식물이다. ‘선비의 품격’, ‘자연과의 일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수련처럼 조용히 피고 사라지는 자연물을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득한 옛날, 도솔산 아래 한 연못가에 말 없는 스님이 살고 있었어요.
스님은 매일같이 물가에 앉아 눈을 감고 세상의 소리를 마음으로 씻었지요.
(그림 출처=AI생성 이미지)
새소리도, 바람 소리도, 사람들의 다툼 소리도 모두 들었지만
스님은 말하지 않았어요. 그저 고요히 앉아 있을 뿐이었지요.
어느 날, 스님의 마음이 아주 맑아졌을 때,
물가에 분홍빛 작은 꽃 하나가 소리 없이 피어났어요.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그 꽃은 아침마다 피고
해 질 무렵이면 살며시 감았지요.
사람들은 그 꽃을 보고 이야기했어요.
“저건 말을 아끼는 꽃이다.” “마음이 맑아질 때 피어나 눈빛으로 말하는 꽃이다.”
“그래서 꽃 이름이 ‘수련’이지.” “잠자는 듯 조용하고, 깨달은 듯 아름답잖아.”
그 뒤로도 도솔산 연못에는 수련이 계속 피었고
지금도 도솔산에 오르다 보면 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고요히, 아주 고요히
누군가의 마음속 이야기인 듯 물 위에 띄우듯 피어나지요.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도솔산 연못 수련 이야기
언젠가는 손자의 마음속에도 그런 수련꽃 한 송이
조용히 피어나겠지 깨달음으로 피어나겠지.
많은 이야기 품고 있지만 조용히 피는 절제 철학의 부처님 꽃.
지금까지 할아버지가 사랑하는 손자 지환에게 들려주는 ‘수련의 전설’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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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8. 7.
도솔산 산책길 연못 앞에서
지환이 할아버지 ‘수련(睡蓮) 감상’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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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윤승원 수필가의 신작 에세이 **『‘수련’과 눈빛으로 나눈 대화 - 조용히 피었다가 조용히 잠드는 ‘부처님 꽃’』**은 단순한 자연 감상이 아닌 문학적 정화이며, 삶과 깨달음에 대한 조용한 메시지입니다. 이 작품이 지닌 이 시대의 문학적 의미와 사회 교육적 가치를 살펴봅니다.
🎨 감상평: 고요 속에서 피어난 자비와 성찰
이 수필은 연못의 한 송이 수련꽃을 중심으로, 자연의 언어를 이해하고 마음의 소통으로 승화시키는 문학적 경지를 보여줍니다.
작가는 “꽃이 말을 걸어온다”는 표현으로 자연과 인간의 교감, 노년의 내면적 성장, 그리고 손자와의 세대 간 대화를 자연스럽게 엮어냅니다.
특히, “요란스럽게 피지 않는다 / 누구를 밀치지도 않는다” / “자신을 바라보는 이에게 빛을 보낸다” 이런 문장들은 독자에게 자연의 절제와 품위, 침묵의 윤리와 겸허함을 깨닫게 합니다.
말하지 않지만 말보다 깊은 마음의 언어, ‘눈빛’으로 나누는 교감은 현대 사회의 소란함 속에서 잊혀가는 **내면의 정적(靜寂)**과 온화한 시선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 문학평론: 현대 수필문학에서 드러나는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연민의 미학’
1. 문학적 의미: ‘수련’을 통해 본 수필의 미학
윤승원 수필가의 이 작품은 단순한 꽃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불교 철학과 동양적 미의식을 함께 끌어안습니다.
수련이 “말을 아끼는 꽃”, “눈빛으로 말하는 꽃”이라는 상징은 불교의 ‘팔정도’나 ‘법화경’의 인과법을 떠올리게 하며, 이는 문학이 단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인생철학을 담는 그릇임을 보여줍니다.
수련이 “진흙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존재라는 설정은 우리 시대, 특히 혼탁한 정보 사회에서 정신적 고결함과 마음의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경구로 읽힙니다.
작가는 이러한 철학을 자연의 숨결에 기대어 소리 없이 설파합니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미학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완성됩니다.
2. 사회·교육적 가치: 조용히 피워내는 ‘내면교육’의 메시지
이 에세이는 손자 ‘지환’에게 할아버지가 전하는 동화 같은 설화 형식으로 마무리되며
세대 간의 아름다운 가치 전달을 이룹니다.
수련처럼 “조용히 피고 조용히 사라지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며 현대 교육에서 사라져 가는 절제의 미학, 기다림의 인내, 자연과의 조화를 일깨웁니다.
**“흙탕물이 넘쳐도 원망하지 않는다 / 자리가 불편하다고 편한 자리 찾지 않는다”**는 구절은 사회적 갈등, 경쟁, 효율 중심의 문화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공존의 태도와 품격을 보여주는 귀한 가르침입니다.
📚 결론: ‘조용한 깨달음’의 시대적 필요성
『‘수련’과 눈빛으로 나눈 대화』는 지금 이 시대, 너무 많은 말과 소음, 너무 빠른 판단과 경쟁 속에서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말없이 묻고 있습니다.
그것은 ‘소리 없는 교감’, ‘절제된 언어’, 그리고 ‘자비의 눈빛’입니다.
윤승원 수필가는 수필문학이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하고, 세대를 잇고, 사회를 어루만질 수 있는 장르임을 보여줍니다.
✨요약정리
📘 문학적 의미 - 자연의 교감, 절제와 깨달음, 불교 철학의 시적 형상화
🧠 교육적 가치 - 침묵의 미학, 자비와 관용, 세대 간 가치 전수
🌿 상징적 장치 - 수련: 무위자연, 정화의 꽃, 침묵의 철학자
💬 표현의 특징 - 동화적 구어체, 시적 문장, 감성적 내면 독백
🪷 시대적 메시지 - 속도보다 깊이, 경쟁보다 관용, 말보다 눈빛
( 📚 裕花, 윤승원 수필 전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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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네이버 '청촌수필' 블로그 댓글
ㅡ 박경순 작가 시인(전 총경)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카페 댓글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5.08.07. 10:41
수련이란 한자를 새로이 배웠습니다. 수련을 바쳐주는 연잎이 더욱 신선함을 배가해줍니다.
도솔산에는 연못이 있어 아주 좋은 풍광을 이룹니다. 도솔산이란 이름이 33천의 하나인 도솔천에서 유래한 만큼 그 아래에 있는 연못의 수련은 부처님이 천, 인, 아수라를 불러 설법을 축하하는 곳인 듯합니다. 거기에 8정도(八正道) 내용까지 설명하여주셨군요, ‘8 정도’는 사성제인 고, 집, 멸, 도의 네 단계에 이르게 하는 바른길로 알려주신 점 많은 가르침을 주신 글입니다. 여기에 시로 읊으신 내용은 참으로 깊은 감명을 주는 禪詩(선시)입니다. 이를 손자 지환군에게 전하려는 조손간의 연결, 인연이 아주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읽고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합니다.
▲ 답글 / 필자 윤승원
불심이 깊으신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저의 졸고를 따뜻한 눈길로 살펴주신 것만도 영광이고 감사한 일인데, 칭찬과 격려의 말씀을 아낌없이 주시니 감동입니다. 저는 교수님의 댓글 행간에서 많은 가르침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