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타락과 여러 가지 위험
경건하고 거룩한 생활을 훈련할 때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율법에 포함되어 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새로운 일을 고안해 내지 않게 하시려고 올바른 의를 전적으로 하나님의 ㄷ스에 대한 단순한 복종에 포함시켰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혜를 받기 위해서 우리가 고안하는 모든 거짓된 예배를 하나님께서는 일절 받으시지 않는다.
여기에는 하나님을 향한 '서원'(vow)도 포함되는데, 하나님을 향한 서원이기에 더욱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에서 떠난 서원에 의심이 생긴다. 사람들은 아무런 판단이나 생각도 없이 심지어 혀가 돌아가는 대로 하나님께 서원을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원은 어떤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그리스도인들이 서원을 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 서원은 어느 정도로 구속력이 있는가?
2. 서원의 대상이신 하나님: 서원의 첫 번째 원리
올바른 서원을 위해서는 세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누구에게 맹세하는가?
맹세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무슨 의도로 우리는 서원을 하는가?
첫째, 하나님께서는 순종을 더 기뻐하시므로 아무리 사람의 눈에 훌륭하고 아름답게 보여도 모든 자의적 숭배(all will-worship,에델로드케이아스)는 일체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선언하신다.
"이런 것들은 자의적 숭배와 겸손과 몸을 괴롭게 하는 데 지혜 있는 모양이나 오직 육체 좇는 것을 금하는 데는 유익이 조금도 없느니라"(골2:23).
그러므로 서원할 때도 하나님께서 어떻게 평가하실지 증거가 없는 것을 우리 마음대로 결정하면 안 된다. 믿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면 다 죄가 된다는 바울의 교훈에는 서원도 해당된다(롬14:23).지금 바울은 음식을 구별하는 문제를 논하면서 이런 말을 했는데, 그런 사소한 일에서도 믿음의 지시를 받아야 했다면, 정작 중요한 일을 하려고 할 때에는 참으로 신중해야 하겠다. 서원에 관해서 양심의 확신이 없으면 결코 서원하지 말라야 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3. 서원하는 우리는 누구: 서원의 두 번째 원리
둘째, 우리는 자신의 힘을 잘 헤아려야 하며, 우리의 소명을 생각해서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의 복(the blessing of liberty)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자기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나, 자기의 소명과 상충되는 일을 서원하는 사람은 경솔하다
하나님의 손에서 받은 것이 아니면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는 서원은 합당치 않다는 오랑주 회의의 결정은 참으로 옳다. 하나님께 드리는 것은 모두가 그 분에게서 받은 선물에 불과하다고, 따라서 서원도 항상 받은 은혜의 분량에 맞아야 한다(롬12:3, 고전12:11).
그릇된 서원의 실례들:
-바울을 죽이기까지는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맹세한 음모꾼들의 경우, 사람의 생사를 자기들의 힘으로 좌우하려는 그 경솔은 용서받을 수 없다(행23:12).
-입다는 성급한 열성으로 경솔한 서원을 하여 벌을 받았다(tkt 11:30-31).
-창세기 2:18 말씀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무엇보다 독신주의는 만용인데, 사제와 수도사와 수녀들은 자기의 연약함을 잊어버리고, 독신을 지킬 수 있다고 믿지만, 평생 독신하겠다는 서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하나님의 어떤 말씀에서 받았는가?
이러한 완고한 행동은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치 말라"는 말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신6:15, 마4:7). 하나님께서 주신 본성에 역행한다거나 반대로 하나님게서 현재 주시는 은사를 우리의 것이 아닌 듯이 멸시하는 것은 하나님을 시험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감히 이런 짓을 하여 독신 생활을 찬양하려고 혼인을 오염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독신을 '천사 같다'라고 까지 칭함으로 천사들에게 큰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그처럼 우리의 소명에 충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확실히 잘못된 서원이다. 일가의 가장이 처자를 버리고 다른 짐을 지겠다고 서원하며, 공직을 담당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선출을 받고도 사사로운 시민이 되겠다고 서원하는 것도 소명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진실로 하나님께서는 혼인을 제정하시면서, 자기의 존엄성에 배치된다고 생각치 않으셨으며(창2:22), 도리어 모든 사람에게 혼인을 귀히 여기라고 선언하셨고(히13:4), 그리스도께서도 혼인식에 참석하셔서 최초의 기적을 베푸실 정도로 경의를 표명하시기까지 하셨다(요2:2).
위에서 '자유를 멸시하지 말라'는 말씀과 관련한 적용: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만물의 주인으로 만드셨고, 그것들을 이용하도록 우리에게 예속시키셨다. 그러므로 우리를 도와야 할 외부적인 사물에 도리어 우리 자신을 예속시켜 구속을 받는다면, 하나님께서 가납하시는 봉사가 되리라고 기대할 근거는 전혀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이런 위험성을 피하려면 주님께서 교회 안에 제정하신 경륜(economy)에서 결코 떠나려고 해서는 안된다.
4. 의도에 따른 서원 분리: 맹세의 세 번째 원리
셋째,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 서원이 되려면 마음의 의도가 중요하다. 하나님께서 보시는 것은 속마음이지 겉모양이 아니므로 같은 일도 어떤 때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어떤 때는 심히 불쾌하게 한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지 않는 행동 자체가 거룩한 것같이 생각해서 마시지 않기로 서원한다면 그것은 미신이지만, 경건의 목적으로 서원한다면 좋은 것이다.
바른 서원이 될 수 있는 목적은 네 가지로, 두 가지는 과거와 다른 두 가지는 미래에 관한 것이다.
과거에 속하는 것은 우리가 받은 은혜에 대해서 하나님께 감사의 뜻을 나타내는 '감사의 서원'이고, (창28:20, 시22:25, 56:12, 61:8, 116:14), 하나님의 진노를 피하기 위해서 우리가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겠다는 '회개의 서원'이다. 회개의 서원을 좀 더 자세히 보자면, 탐식의 죄로 어떤 비행을 저질렀을때에 '자기의 무절제를 징벌' 하기 위해서 얼마 동안 맛난 음식을 먹지 않기로 하는 것과, '자기를 더욱 엄격하게 얽어매기 위해서' 서원하는 것 등은 조금도 나쁜 일이 아니다.
5. 미래에 관한 서원
미래에 관한 서원들을 보자면, 우리를 더욱 조심스럽게 만드는 것도 있고 우리의 의무를 다하도록 자극하는 것도 있다. 어떤 습관이 가령 자체로서는 전혀 나쁘지 않지만 그것 때문에 죄에 빠지는 것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음을 - 그런 특수한 죄에 대한 경향성을- 자기에게서 발견할 때, 서원을 함으로써 그것을 일시 삼가는 것은 결코 미련한 일이 아니니, 예컨대 사람이 몸을 치장하는 일이 자기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거기에 유혹을 느낄 때, 자기에게 굴레를 씌움으로, 즉 그것을 버릴 수 밖에 없게 만듬으로써 모든 불안에서 해방되는 것은 좋다. 마찬가지로 경건에 필요한 의무를 잊어버리거나 게을리 할 때에, 서원을 통하여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태만을 떨쳐버리는 것은 나쁠 까닭이 없다.
이런 서원들은 적합하다. 조심할 것은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 것이어야 하며, 우리의 소명과 일치해야 하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의 분량과 일치 해야 한다는 점이다.
6. 일반적으로 합당한 서원
모든 신자에게 공통된 서원이 한 가지 있다(there is on vow common to all believers).
세례받을때 하는 것으로, 교리 문답과 주님의 만찬 참가로 확인된다.
성례는 일종의 계약과 같은 것으로 이 계약에 따라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셔서 영생을 주시며, 우리는 순종하겠다고 주님께 약속드린다.
이 서원의 형식 혹은 요점은 사탄을 물리치고 몸을 바쳐 주님을 섬기며 주님의 거룩한 계명에 순종하고 우리의 육의 악한 욕망을 따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니(롬13:14), 이는 성경이 인정할 뿐 아니라 하나님의 모든 자녀에게 요구되는 서원으로서 거룩하며 유익하다. 이런 규정은 은혜의 언약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 언약에는 죄의 용서와 성결의 영이 함께 포함되어 있으므로, 우리가 하는 약속에는 용서와 도움을 구하는 기원이 결합되어 있다.
개개의 서원을 판절할 때에는 위에서 말한 세 가지 표준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수효나 시기는 말할 수 없으며, 다만 범사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자주 행하여 값싼 것이 되게 해서는 안되고, 영구적인 서원으로 평생 얽매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7. 사악한 맹세
과거 수백 년동안 서원과 관련한 큰 미신 때문에 세상이 고통을 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포도주를 마시지 않은 것 자체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경배인 듯이 금욕을 서원했다. 어떤 사람은 금식하겠다면서 자기를 얽어맸다. 또 어떤 사람은 일정한 날에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서원하였다. 또한 거룩한 곳으로 기원 순례하는 것을 지혜라고 생각하여 걸어가거나 절반은 나체가 되어 여행하기도 하였다.
이런 것들은 거짓된 예배로 하나님께서 혐오하신다.
대개의 경우 그러한 서원을 통해 마치 의를 획득한 것인 양 생각하게 되고,
그렇지 아니한 다른 사람들을 멸시하는 죄에 빠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