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렸을 때 경주에서 자랄 때 앞 마당 건너에는 정구지 밭이 있었다. 뿌리를 심어 놓고 물만 좀 뿌려주고 자고나면 희한하게 파랗게 자라서 칼로 잘라서 반찬을 해 먹었다. 몇 줄만 심어 놓으면 순서대로 매일 한 줄씩 베 먹어도 계속 먹을 수 있었다.
당시엔 시장에 반찬 사러 가는 일이 없어 밭에서 모든 음식을 자급자족 했다. 가끔 생선이나 육고기를 사러 읍내 시장으로 갔지만 말이다. 우리 경상도 지방에서는 이것을 '정구지'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부추'라고 했다.
그런데 '정구지'가 경상도 사투리로 알고 있는데 사실 사투리가 아니라고 한다. 한자로 '正九持(정구지)', 즉 정월에서 구월까지 쭉 즐길 수 있다는 뜻이란다.
요즘이야 한 겨울에도 먹을 수 있는 채소이긴 하지만 과거에는 그랬다. 陽氣(양기)를 補(보)하는데 싸고 좋은 채소였다.
'부추'를 중국에서는 '起陽草(기양초)'라고 불렀다고 한다. "양기를 일으키는 풀" 또는 "게으름뱅이 풀"이라고 했다는데 이 부추를 먹으면 일 할 생각은 않고 거시기(?)할 생각만 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라는 재미있는 얘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절에서는 당연히 금기시 되었던 채소였다고 한다.
아무튼 싸고 몸에 좋은 채소임에는 틀림없나 보다. 요즘에는마트에 가면 사시사철 나오는 정구지로 이번 주말에는 정구지 아니 부추전이나 해 먹을까.